도망치듯 떠난 여행자의 하루 #1장 1부

1부. 지친 마음에 건네는 따뜻한 한 끼, 다카마쓰

by Daditor

다카마쓰에서의 가장 선명한 기억은 화려한 숙소도, 쇼핑백을 들고 걷던 환한 거리도 아니었다.


하루의 끝, 말없이 다가와 지친 마음을 꼭 안아준 따뜻한 밥 한 끼. 그 소박한 순간이 내 여행의 전부였다.


온종일 거리를 걷느라 다리는 무거웠고, 힘들어 괜히 여행 왔나 싶었다. 마음을 고쳐 먹고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 들어선 곳은 눈에 띄던 평범한 야키니쿠 체인점. 메뉴를 뒤적였지만, 내가 좋아하는 양념갈비는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감추며, 마늘과 파를 얹은 얇은 소고기, 김치, 공깃밥 그리고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금세 도착한 맥주는 하얀 거품을 머금고 반짝였다. 잔을 살짝 기울여 입술을 대자, 입안 가득 퍼지는 청량함이 무너진 나를 잠시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오늘 하루를 떠받치던 긴장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사진을 찍느라 잠시 정신이 팔린 사이, 따뜻한 밥과 고기, 김치가 정갈히 차려졌다. 밥은 막 지은 듯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그 온기는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까지 따뜻하게 데워주는 듯했다.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자 “치익” 소리와 함께 퍼지는 고소한 냄새. 고기가 익어가는 짧은 시간조차도 오늘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김치를 곁들여 밥을 한 입 넣자, 기대 이상의 맛에 놀랐다. 낯선 도시의 한가운데서도, 그 익숙한 맛이 나를 집처럼 편안하게 안아주었다.


노릇하게 구운 고기에 소스를 찍어 밥과 함께 입에 넣었다. 일본 특유의 감칠맛과 한국식 매콤함이 입안에서 어우러지며 이상할 만큼 깊은 위안을 주었다. 이어지는 맥주의 시원한 한 모금은 그 순간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삶의 행복이란, 어쩌면 이런 거구나 싶었다. 더 많이, 더 빨리 달려야만 의미가 있는 줄 알았던 삶에서, 나는 비로소 ‘천천히’라는 온기를 배워가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힘들거나 마음이 고단할 때면 나는 혼자 고깃집을 찾았다. 한 점의 고기, 한 잔의 맥주가 묘하게 위로가 되곤 했다.


다카마쓰의 이 한 끼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한 접시를 더 주문했다. 익숙한 삼겹살을 불판 위에 올렸고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갈수록 마음도 함께 익는지 평온해졌다. 삼겹살을 한 입 넣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그 감칠맛은 말로 다 못할 만큼 좋았다


계산서를 받았을 때, 6천 엔이 훌쩍 넘었다. 사장님은 미소를 지으며 다음을 위한 쿠폰을 건넸다. 나는 그 쿠폰을 조용히 옆 테이블의 젊은 커플에게 건넸다. 그들 사이로 번지는 수줍은 미소가, 이 밤을 더 부드럽게 덮어주었다.

가게를 나서자마자 살랑이는 바람이 나를 안아주는 듯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느껴지는 배부름에 나는 행복감을 느꼈다. 모든 것이 그저 감사했다.


배부를 수 있음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음에.

걸어 다닐 수 있음에.

여유를 느낄 수 있음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음에.

나는 감사했다.


모든 이에게는 마음이 지쳤을 때 조용히 기댈 수 있는 작은 식당이 하나쯤 있다. 그곳은 화려하거나 유명하지 않지만, 언제 가도 나를 반겨주고, 따뜻한 밥 한 그릇으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곳.


말없이 건네진 그 소박한 위로가 내 여행의 가장 찬란한 장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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