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간
퇴근 후, 집에서 조용히 쉬고 있는 어느 저녁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무의식 속에서 누군가가 자꾸 떠올랐다. 그 사람이 했던 말, 그때의 나의 감정, 함께 있었던 장소, 주변의 분위기까지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잊은 줄 알았고,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장면들인데도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그 사람이 이성이라면, 이 감정은 단순한 기억일까, 호의일까, 혹은 좋아함일까. 나는 확신할 수 없었고, 그 불확실성은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는 언제나 감정보다 계획을 중시했고, 예측할 수 없는 마음의 흐름은 늘 내게 부담이었다.
나에게 떠오른 사람이 한 명이 아니었다. 아는 언니, 회사 사람 등 여러 명이었다. 문득 생각했다. 그들이 왜 떠오른 걸까. 나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기에, 왜 지금 이 순간 그들이 기억나는 걸까. 어쩌면 호의보다는 외로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나를 떠나지 않길 바랐던 마음, 그들이 나에게 건넸던 관심과 온기가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 보고 싶다는 감정은, 어쩌면 당연했다.
나는 오랜 시간, 해야 할 일들 속에서 감정을 밀어두고 살았다. ‘지금은 쓸모없는 감정이야’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외면해왔다. 하지만 그날 저녁, 문득 떠오른 이 감정들 앞에서 나는 깨달았다. 애써 눌러왔던 마음이 더는 외면당하길 원치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그 감정들을 무시해왔던 내 자신에게 미안했다. 아프다고, 외롭다고 말하고 싶었던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았던 나 자신에게. 지금이라도 내가 나를 이해해줄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을까.
그렇게, 나는 아주 오랜만에 나의 감정과 마주했다. 말없이, 조용히, 그러나 진심으로..
지금은 늦지 않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