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말고, 튼튼한 마음 구함

브런치, 100번째 글

by 다독임

나의 첫 매거진 <40대 엄마의 구직기록>. 오랜만에 들여다보니 마지막 글을 쓴 지 1년이 지났다. 한동안 방치되었어도, 나에게 이 매거진은 첫째에게만 느끼는 첫 정과 같은 애틋함이 있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처음 쓴 글들이 있고 40대 경단녀로 지낼 때의 고민과 생각들이 켜켜이 쌓인 기록이므로.


작년 이맘때쯤 계약이 종료되고 이러저러한 일들로 심난해했던 글이 마지막이었다. 그래도 계획과 다르게 삶은 어찌 또 이어져서 그 후에 새로운 학교와 인연을 맺게 됐다. 수업 일수가 빈 만큼 벌이는 조금 줄었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시간들을 벌게 되어서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아빠의 병원 동행도 틈틈이 해나갈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니 어쩌면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시간들이었구나 싶다.


감사하게도 올해 구직은 수월했다. 작년에 수업을 시작한 학교들과 재계약이 되었고, 예전에 수업했던 학교에서 제의가 와 다시 수업을 하게 됐다. 덕분에 4년이나 있어서 정리를 고민했던 학교도 자연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물 흐르는 듯한 계획 안에서도 나는 또 불안함을 느낀다.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새 학기 수업이라든지, 틈틈이 아빠를 모시고 병원을 다녀야 할 일들이라든지,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자녀들에 대한 걱정이라든지... 뭔가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일말의 불안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졌다.


나 스스로도 불안도가 높은 편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요 며칠 위염을 호되게 앓으며 절감했다. 겉으론 내색하지 않을 뿐 내 안에 많은 스트레스와 걱정이 쌓여있음을 말이다.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내과에서 의사 선생님은 이번에 기존 진료 기록을 훑어보며, 타 진료과에서 들을 법한 질문을 했다.

"요즘 또 무슨 신경 쓰는 일이 있어요?"


살면서 누구나 겪는 일종의 긴장 앞에서 지나치게 불안하고 염려하는 것이 문제 같아 또 염려하고 걱정한다. 걱정과 불안의 도돌이표 안에서 뱅글뱅글 살고 있는 나를 밖으로 끄집어 낼 방법을 찾고 싶다. 닥치면 또 해내고 잘 지나갈 일들에 대해 좀 담대하고 싶은 마음이다.


오랜만에 수업 준비를 하려고 도서관에 나왔다. 주로 인터넷으로만 자료를 찾다가 오랜만에 서가에서 책들을 일일이 골라봤다. 마냥 귀찮고 번거롭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오히려 잠시나마 새로운 자극이 됐다.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에 마냥 책 속으로 도망가느라 집안일도 내 할일도 미뤄두고, 늘 닥쳐서야 허둥지둥하는 데서 오는 부침도 불안 고조에 한몫 했을까.


모든 것을 예측하고 통제하고 싶은 행위는 꼭 완벽주의인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아주 사소한 일들에도 불안한 사람이기에 그나마 예측하고 통제라도 하면 나아질까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완벽한 예측과 통제란 애초에 불가능하지 않나. 우선 내 안에 숨쉴 틈과 기력을 차곡차곡 채워 넣는 게 먼저일텐데, 그 방법은 또 어디서 찾아야 할까.


아아, 구직기록이 아니고 마음기록을 써 봐야 할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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