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학부모의 시작
신학기가 시작된 3월의 초등학교 학습 준비물실은 한가하다. 쉬는 시간이면 선생님 심부름을 오는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는데, 지금은 새 학급 적응 기간이어서 그런지 조용한 편이다.
그러다 오늘 아침에는 단체 손님들이 한바탕 우르르 몰려왔다. 어미 오리 뒤따르는 새끼오리들 마냥 줄줄이 다니는 1학년들. 아마도 오늘은 교장실, 교육지원실, 음악실, 급식실, 체육관 등등 학교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시간인가 보다. 담임 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학교의 주요 시설과 위치를 파악하는 모습이 참 귀엽다. 목에는 명찰을, 손에는 프린트를 들고 두리번 대는 초롱초롱한 아이들 모습이 제법 진지해 보여서 웃음이 났다.
아이들이 두어 차례 지나가고 나니 우리 집 신입생들이 떠오른다. 올해 고1, 중1이 되어 각자의 상급 학교로 진학한 자녀들도 요즘 학교에 적응하느라 한창이다. 같은 학교에서 학년이 진급한 것과는 다른 감각으로 다가오는 건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 앞당겨진 등교 시간, 늘어난 수업 시수, 낯선 학교 규정 등을 대하며 저마다 적응하느라 애쓰는 아이들을 보는 요즘의 내 모습은 어떠한가.
과거에 새 학년이 되면 왠지 모르게 비장해졌던 나는 요즘 힘 빼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아이들에게 해줄 말, 하고 싶은 말, 궁금한 말이 한가득이지만, 아이들 귀에는 '잔소리'라는 한 목소리로 들어갈 것 같은 염려 때문에. 정성껏 밥과 간식을 챙겨주고, 하루의 안부를 묻고, 지저분한 방을 정돈해 주는 일 정도로만 한다. 걱정과 염려, 불안과 답답함은 대나무숲 같은 남편에게만 쏟아놓는다.
다른 엄마들과 교류하는 일도 거의 없다. 학원 정보와 입시 위주의 대화일 것이 안 봐도 눈에 선하다. 자꾸만 연락이 오는 첫째 친구 엄마와의 약속도 최대한 미루고 미루는 중이다. 이미 전 과목을 풀세팅한 고등 엄마들을 보면 불안하고 조바심이 날 테고, 내 아이보다 현실 문제에 휩쓸리겠지. 모른 체 한다면 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엄마가 될 텐데 그건 또 어쩌지. 늘상 겪는 레퍼토리와 이런저런 나 홀로 갈등 속에 평정심을 찾고 싶어 책을 한 권 빌렸다.
몇 년 전에 아이의 기질 문제로 고민이 많아 <엄마 심리 수업>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무릎을 탁 치는 통찰과 마음을 만져주는 위로를 경험한 책이었다. 그러다 이 책이 2권 실전 편까지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이미 육아서는 다 졸업했다 생각했지만, 아직 품 안의 자식이어서 전전긍긍하는 것은 예전과 다르지 않은 걸까.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이 변화무쌍한 3월이 건강하고 평온하게 지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