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소통의 능력에 달려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태국 방콕에 있는 Westin 호텔의 앰버서더다. 어떻게 해서 앰버서더가 되었는지는 다음 글을 기대하시고. 이번 글에서는 일반 투숙객이 경험하기 쉽지 않은 앰버서더의 투숙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여행의 시작 - 블랙아웃? 그게 뭔데?
우선 여행일정이 잡히면 호텔 총지배인이나 디렉터에게 메신저로 알려준다. 그러면 예약을 잡아준다. 그것으로 끝이다. 복잡한 결제과정이나 바우처발행 같은 과정이 필요 없다. 여행사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블랙아웃기간도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가격은 어플에 나와있는 표준요금을 적용받는다. 앰버서더라고 해서 특별한 할인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앰버서더 행차요!
자 이제 태국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한 호텔 리무진은 가장 좋은 차량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어서 배차된다. 방콕 수완나품 공항을 방문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호텔리무진은 공항 출입문 근처에서 바로 이용이 가능하지만, 여행사를 통한 차량은 오랜 시간 기다리거나 주차빌딩까지 기사와 함께 걸어가야 한다. 이과정이 짧아도 10분 이상이며 때로는 30분까지도 걸린다.
수완나품 공항의 세관을 통과하면 수많은 호텔명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명판 중에 Westin이라고 쓰인 것을 찾는다. 만약에 안 보이면 그냥 'Westin'을 외친다. 그러면 다른 호텔 직원들이 웨스틴 직원을 찾아준다. 그렇게 직원을 만나면, 지금부터 나는 내 여행가방에 손댈 필요가 없어진다.
호텔 리무진 차량은 기본적으로 생수와 와이파이가 제공된다. 와이파이가 중요한 이유는 태국은 데이터상품을 선불로 이용해야 인터넷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멋모르고 5분 정도 모바일 데이터를 사용하면 100밧쯤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무료 와이파이로 나의 방콕 도착을 전 세계 친구들에게 알린다. 복잡한 방콕 시내를 헤쳐나가면서도 기사는 도착하기 5분 전에 나의 도착을 호텔에 알린다. 곧 차가 호텔로비로 미끄러지듯 들어선다.
도어맨이 차문을 열어준다. 그 순간 "쏴!" 하는 분수대의 물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Welcome back Mr. Lee"라는 인사가 들린다. 이어지는 인사세례와 트렁크에서 짐가방을 꺼내는 컨시어지의 민첩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웨스틴 방콕 호텔의 1층 입구는 웅장하고 멋있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분수대와 넓은 입구 그리고 황금빛 조명은 다가서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체크인을 하는 프런트는 호텔 7층에 있다. 하지만 클럽룸을 이용하는 투숙객들은 24층에서도 체크인이 가능하다. 나는 바로 24층에 도착해서 또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다. 투숙서류에 서명을 하고 키를 받으면 체크인이 끝이다. 바로 방으로 이동한다. 결제는 나중에 천천히 한다. 그리고 투숙객 모두가 요구받는 디파짓이 나에게는 면제다. 이것은 호텔과의 신뢰관계가 확립되어 있음을 알리는 증거다.
만약에 당신이 아무리 호텔과 친밀하다고 느끼더라도 체크인 시 결제와 디파짓을 요구받는다면, 그 친밀함은 당신만의 환상일 뿐이다.
생각해 보라! 정말이지 호텔은 나를 믿고 방을 내어주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기에 호텔과의 관계를 더욱 잘 가꿔나가는데 정성을 다한다. 앰버서더라는 단어 자체가 말해주듯이 호텔과 나는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가끔 나를 시기질투하는 한국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나와 호텔의 관계는 그들이 감히 범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호텔 오너와의 친분은 2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그만큼 호텔 또한 내가 투숙할 때 각별하게 대해준다. 매뉴얼에 있는 웰컴기프트는 당연히 제공된다. 동시에 호텔입장에서는 호텔이 호텔의 앰버서더를 어떻게 대접하는지 보여줘야 할 필요도 있다. 이러한 상관관계를 알고 있는 나는 체크인 일주일 전에 총주방장에게 웰컴기프트에 대한 디자인 시안을 보낸다. 그리고 가능한지 여부를 협의한다. 주로 초콜릿 플래터를 요청한다. 물론 단순하게 초콜릿만 있으면 재미가 없다. 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를 보여주는 '스토리'가 필수다. 스토리는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각인된 스토리를 모든 대중들이 기억한다면, 그것은 하나의 믿음 즉 '신념'이 된다. 그래서 나는 태국을 상징하는 코끼리를 요청했다. 이 순간 마케터로서 살아온 나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
위 사진에서 달달함이 느껴지는가? 초콜릿이 있다고 해서 이런 '아트'가 다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데는 훌륭한 '아티스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웨스틴에는 최고의 실력을 갖고 있는, 오로지 초콜릿만 담당하는 여자 셰프가 있다. 그 실력을 확인하고 싶다면 주말 디너뷔페를 방문해 보기 바란다. 입구에 펼쳐진 그녀의 예술세계에 감탄해 마지않을 것이다.
꽃을 든 남자
나는 꽃을 좋아한다. 사실 꽃은 나에게 있어서 '애증의 대상'이다. 중학교시절부터 어머님이 시작하신 꽃꽂이의 잔심부름을 도맡아서 했기 때문이다. 꽃꽂이는 아름답지만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학생에게 뒷정리는 귀찮음 그 자체였다. 그래서 웬만한 꽃은 다 알고 있고, 어떻게 관리해야 싱싱한지도 알고 있다. 호텔에 투숙할 때마다 방콕 꽃시장에서 꽃을 사다가 직접 꽃꽂이를 하거나 꽃다발을 만들어서 직원들에게 준 적도 많다.
이런 나의 취향을 간파한 호텔은 항상 내 방에 아름다운 꽃을 놓아둔다. 사실 태국에서는 꽃이 '사치품'에 해당한다. 이 말은 곧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의미이다. 태국의 일반적인 물가는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꽃가격만큼은 한국의 약 80% 수준이다. 이번에도 탐스런 장미와 태국난으로 내 방을 아름답게 꾸며주었다. 게다가 침대 위에 놓인 타월아트는 항상 기대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각종 동물을 어찌나 잘 만들어놓는지 태국인들의 손재주에 감탄할 때가 많다. 흩뿌려진 장미꽃잎까지. 누가 보면 신혼여행이라도 온 줄 알겠다.
호텔 경영진들과의 미팅
자 이제 체크인을 끝냈으니, 바로 호텔 총지배인을 만나러 간다. 30분 정도 이야기하면서 호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투숙률부터 시작해서 호텔 각업장의 특이사항과 리모델링 현황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야 앰버서더 활동을 충실히 하는 데 있어서 참고가 되기 때문이다. Westin Bangkok hotel의 총지배인 Robert Wittebrood를 소개한다. 네덜란드 국적으로 다수의 호텔에서 경력을 쌓았고, 직전 호텔은 건너편에 있는 쉐라톤 그랑데 수쿰빗 호텔의 "Hotel Manager"를 역임했었다. 즉 General Manager로서는 첫 번째 경력을 쌓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군기가 바짝 들었다.
이후에는 F&B 디렉터인 독일인 Sven(스벤)과 총 주방장 태국인 k. Chanawin을 만난다. 소요시간 약 15분. 그리고 마케팅&세일즈 디렉터와는 10분. 저녁에는 Operation 디렉터인 k. Nas를 20분간 만난다. 이들 모두가 호텔을 아름답게 빚어가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달란트를 최대한 발휘해서 손님들을 섬김과 동시에 최고의 효율을 추구한다. 특히나 스벤은 당신이 꼭 기억해야 할 사람이다. 다음 편에도 언급하겠지만, 요리에 대한 스벤의 열정과 천재적인 영감은 당신이 죽기 전에 꼭 경험해봐야 할 '예술'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앰버서더의 갈라디너(Gala Dineer)
나는 호텔 투숙의 꽃은 '음식'과 '숙면'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조식뷔페는 '나'라는 주체가 호텔로부터 직접적인 서비스를 받는 '랑데부'이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한 음식도 매일 먹으면 질리게 된다. 나는 격리기간을 포함해 총 45일을 연속으로 웨스틴에 투숙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에 총주방장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Any Special?"이다. 나는 내가 정말 원하는 음식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한국음식이 그리울 때는 주저 없이 김치전을 요청했고, 고기가 먹고 싶을 때는 립아이 스테이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만을 위한 총주방장의 갈라디너(Gala dinner)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단품을 한 두 가지 정도 요청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주문내용도 예술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립아이 스테이크에 트러플을 올리는 것은 총주방장의 재량이다.
푸릇푸릇한 샐러드대신 루비레드자몽의 구운 새우 샐러드를 만드는 것도 총주방장의 재량이다. 등심과 립아이를 한 플레이트 위에 올리는 것은 부총주방장의 센스! 총주방장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것도 앰버서더를 위해서 말이다.
결국은 소통이다.
앰버서더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텔 직원들과의 소통이다. 물론 내가 요청한 것에 항상 100% 만족을 하지는 못한다. 중요한 것은 이 호텔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천천히 그들의 시간표를 존중하면서 소통하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건은 2편에서 만날 수 있다. 호텔 오너와의 만남을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