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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만 말하는 사람

히스토리를 같이 공유하기

by 다돌이

유명한 짤이 있다.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a1471babb5185ccb5160b882126aca7a.jpg 그리고...



회사에서 가끔 겪는 소통의 문제를 보면 저 '하다가 마는 것' 인 것 같다.

더 나아가선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확장된다.


사람을 답답하게 하려면 말을 하다가 말면 되는데, 회사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싶으면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으면 된다. 특히 리더와 팀원 사이 문제가 생기는 일 중 다수의 일이 해야 할 말을 하지 않고 결론만 전달하는 '히스토리와 맥락 생략'인 경우가 많았다.


오늘의 이야기: 결과만 공유하는 사람.


내가 다녔던 회사는 20명 정도의 규모인 스타트업이었는데 대화가 잘되고 수평적인 조직을 표방했다. 권위적이라는 말을 끔찍하게 듣기 싫어하는 성향인 대표님이 본인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회사를 수평적인 조직으로 만들었으나, 내재되어 있는 소통력이 약한 탓인지 종종 '결론만 공유' 하거나 '맥락이 삭제된'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의 문제는 그로 인해 일어났다.


[예시]

???: 배너 변경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 배너 말고 상품을 강조한 배너로 변경해 주세요.

다자이너: 상품강조 말씀이신가요? 네 알겠습니다. (같은 이미지에서 상품만 강조해서 변경)

???: 아 아니... 상품의 이름을 강조해야 해요.

디자이너: 원하시는 방향이 있는 건가요?

???: 아 텍스트가 강조된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왔어요.

디자이너: (그럼 그걸 미리 말해줬어야 될 거 아니야!!!!) 네 알겠습니다.


에서 끝나면 보통의 회사라고 할 수 있는데 대표님의 피나는 노력으로 회사 내에선 업무 방식에 대한 소통이 비교적 자유로워서 이 정도까진 할 수 있었다.


디자이너: 다음엔 관련된 히스토리도 같이 공유해 주세요! 그럼 작업이 더 수월해질 것 같습니다 :)

???: 아 네 ㅎㅎ 미안해요. 다음에는 같이 공유해 줄게요.


[예시 2]

???: 다음부터 ㅇㅇ서비스는 종료하려고 합니다. 참고해서 업무 부탁해요. (부드러운 말+배려 없는 해석)

ㅇㅇ서비스 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아직 진행 중인데 이건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아. 그건 이제 스탑해야 합니다.


위의 문제가 잦게 일어났다. 갑자기 중단소식을 들은 프로젝트 팀은 설명을 요구했고 이상하게도 설명을 요구하면 꽤 잘 설명을 해주었다. 현재 흐름과 감소하고 있는 수익성, 참고한 결과와 진행할 시 들어가는 리소스를 고민해 봤을 때 중단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


다 듣고 나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갔으나 여전히 이해가지 않는 건 통보 방식이었다. 이후로 줄기차게 요청했다. "다음번엔 히스토리나 맥락을 같이 공유해 주시면 조금 더 이해가 갈 것 같습니다"


문제는 "다음엔 히스토리도 공유해 주세요!"와 "아 미안해요 ㅎㅎ"가 8번 정도 반복되면서 깨달았다. 아. 이 사람. 공유할 생각이 없구나. 회사 분위기 자체가 '까라면 까' 였다면 넘어갔을 텐데 '우린 수평적이야! 우리 적극적으로 일하자!' 고 직원을 키워놓은 문화에선 문제가 되었다.


'사람이 좋다'와 '일을 잘한다'가 매치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 소통의 부조리가 해결되지 않아 매번 속으로 끓는 순간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라도 공유를 잘하다 보면 소통의 문제로 스트레스받는 순간이 스무 번 중 한 번으로 줄지 않을까? 해서 이 부분을 많이 신경 쓰며 일해왔다. 그러다 보니 느낀점은.


결과만 공유하는 건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 맥락이 공유되지 않은 팀원에겐 업무와 유리된 느낌을 받아 동기부여가 저하된다.

- 마치 외주 받듯 일을 하게 되며 주인의식이 점차 사라진다.

- 그러다 가끔 삭제된 맥락으로 공유된 사건이 예민한 사안이기라도 하면 가뜩이나 떨어지고 있는 애사심은 퇴사로 이어진다.


결과와 맥락을 같이 공유하면 다양한 장점을 불러온다.

- 회사가 나의 이해를 구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업무 동기부여가 좀 더 잘된다.

- 내려지는 결정을 모두 이해할 순 없어도 어떤 생각의 흐름인지 알기 때문에 엉뚱한 것을 의심하기보단 문제를 같이 해결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긴다.

- 간단한 업무에도 맥락이 공유되면 방향성이 같아지기 때문에 핑퐁이 줄어든다.

- 친절해 보인다.

굳이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 부분이 꽤 중요하다. 친절해보이는 것. 이것 만으로도 서로 신뢰 관계가 형성되고 이 사람이 다음에 어쩌다가 결과만 공유해도 한번 넘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사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서 "운전 꿀팁! 깜빡이를 켜세요!" 정도를 얘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회사 내에서 이런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를 실제로 많이 봤고, 깜빡이를 켜지 않고 운전하는 것도 많이 목격했기에 모두에게 당연한 것은 없다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이런 게 지켜지면 일하면서 엉뚱한 에너지를 쏟는 건 방지할 수 있을 것 같다.


- 결정하기 전, 가능하다면 의견 묻기

ㅇㅇ프로젝트의 중단을 결정하기 전, 이런 이유로 결정하려 한다고 관련 팀원들과 논의할 수 있다면 베스트이다. 하지만 이건 득과 실을 따져봐야 하는 게 모든 의견을 수용할 수 없고 회사방침으로 밀고 가야 한다면 의견을 듣는 게 오히려 실이 될 수 있다. 의견을 묻는다는 것엔 그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의지로 비칠 수 있기에 의견으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있을 때 추천한다.


- 의견을 미리 들어볼 수 없고 결정되었다면 맥락을 잘 설명해 주기

이런 이유와 저런 이유로 결정된 사안을 공유합니다.라는 방식이 그나마 반항심을 덜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어떤 센스 있는 직원은 뭔가를 공유할 때 Q&A를 같이 덧붙이기도 했다.


예상질문 - 답변 이런 방식으로 두 개 정도만 덧붙여줘도 이걸 공유하기 전 많은 고민을 했구나.라는 생각에 사람이 좀 누그러진다.


- 업무를 요청할 때에도 맥락을 꼭 공유해 주기

업무를 요청하는 이유와 신경 써야 하는 포인트를 꼭 같이 공유해 주면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일치된 목적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 가끔 내가 아는 것 = 너도 아는 것, 나에게 당연한 것 = 너에게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을 보는데 우리는 뇌를 공유하고 있지 않다는 걸 꼭! 인지해야 한다.


리더가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팀원들과 신뢰관계는 쉽게 쌓아나갈 수 있다. 팀원을 의욕 없는 알바처럼 일하게 만드느냐, 역대 보험왕 직원처럼 만드느냐는 각 멤버가 가지고 있는 타고난 실력을 제외하고도 리더가 관여할 수 있는 일정 부분이 있으니 그 작은 부분을 헛되지 않게 만들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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