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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휴가를 보내고 있을 상대방에게 복귀 후 선물 주기

부재중인 사람에게 슬랙 보내는 방법

by 다돌이

전달해야 할 사항이 있어서 고민 끝에 메시지를 정리해서 보내고 나서 확인해 보니 오늘 연차였던 상대방을 확인하고 허무할 때가 있다.

실컷 옆에서 얘기하다가 상대를 봤는데 사실 상대는 에어팟을 끼고 있었던 느낌이랄까. (물론 메시지는 돌아오면 답변을 받겠지만)


결정권한을 많이 갖고 있는 상급자가 연차를 오래 썼을 경우 돌아오면 밀린 메시지 읽기 파티가 시작된다.


미리 보기로 보이는 "확인 부탁드립니다"로 마무리된 메시지가 김대리, 박대리, 황 과장에게 쌓여있고 최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김대리 이름 옆에는 행운의 숫자 (7)이나 쌓여있다. 밀린 뉴스레터를 읽으며 김대리가 보내놓은 7개 메시지를 언제 읽을까 고민하는 동안 김대리의 메시지는 (11)이 되어있다.

"김대리(11) 프로젝트 진행 논의사항 전달드..."


여기서 내가 집중하고 싶은 건 메시지를 11개나 보낸 김대리이다. 아마 김대리는 대표님도 자리에 없겠다. 논의해야 할 사항을 메모장처럼 보내놓았을 수도 있고, 긴 휴가기간 동안 확인받아야 할 사항이 생기면 나중에 놓쳐서 혼나는 것보단 다 보내 놓는 게 좋으니 보내 놓았을 수도 있다. 이걸 조금 더 친절하게 보내보면 어떨까?


내가 다니는 스타트업은 대표님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었다. 사실상 돌아와서 각종 대리와 과장에게 7개에서 많게는 15개가 넘는 메시지 리스트를 받아볼 사람은 대표님이었다. 그 안에서 나는 최대한 빠르게 대표님에게 답변을 받아야 했다. 각종 시도 끝에 친절하고 배려심이 넘치는 메시지를 사용하면 나한테 답이 빨리 돌아온다는 것을 배웠다.


내가 여러 방법을 시도한 후에, 정착한 건

결정해야 할 사안을 맨 마지막 메시지에 정리해 주기였다.




오늘의 이야기: 많은 내용을 친절하게 정리하는 방법.

내가 시도해 본/경험해 본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입맛에 맞게 활용해 보시길 추천!


1. '와다다' 끊어서 보내지 않기

절대 추천하지 않는 방법 중 하나는 메시지를 끊어서 많이 보내는 것이다.


논의 필요 사항이 있습니다.

어제 얘기한

프로젝트 관련해서 의견이 불일치합니다.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마 우리가 카카오톡을 쓰던 언어습관이 투영되었을 것이다.


장기하처럼 얘기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한 말풍선(메시지)에 모든 내용을 최대한 다 담길 추천!!

https://www.youtube.com/shorts/VcIBfHl-ks0 > 영상 참고.

킹 받아하는 장기하가 웃겨요.



2. 한 말풍선에 들어갈 내용을 최대한 줄여 보내놓기.


나 같은 경우는 메시지를 보통 다른 곳에 정리했다가 한 번에 보내는 편이었는데 이 역시 너무 길어지게 되면 받는 이의 입장에서 심한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얼른 눌렀다가 메시지 길이가 길면 몰래 '안 읽음 처리'를 하게 될 수 있으니 메시지 양을 조절했다. (4줄 정도가 맥시멈인 것 같다)


3. 최대한 줄이고 정리했음에도 내용이 너무 많다면, 3번에 한번 끊어주기.


한 말풍선에 한 가지 이슈만 적어서 보내놓되, 그것이 3개를 넘을 경우 4번 말풍선에서 정리했다. 더불어 앞선 브런치 글에서 얘기한 불렛/숫자를 여기서 활용하면 가장 좋다.


예시


말풍선 1: 어플 출시 일자 관련해서 팀원들과 논의해 보았는데 8월 경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때로 진행해보려 합니다. 참고부탁드립니다.


말풍선 2: 팀원 중 출산휴가 관련으로 한 달 이상 장기 휴가자가 생길 것 같습니다. 업무 룸 조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말풍선 3: 현재 휴가 인원이 겹쳐 업무 우선순위 조정이 필요하단 의견이 있습니다. 돌아오시면 우선순위 조정 논의가 필요할 듯합니다.


이렇게 되면 돌아와서 논의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힐 수 있다. 말풍선 4로 한번 정리해 주는 게 좋다.


말풍선 4:

앞서 보내놓은 내용의 정리입니다. 이 내용만 확인해 주시면 됩니다.

[공유사항]

● 어플 출시 일자 8월 경으로 팀원들과 논의 마쳤습니다. 이대로 진행하려 합니다.

혹시 변경 필요하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논의사항]

1. 출산휴가 관련 장기 휴가자로 인해 업무 룸 조정 (필요인원: ㅇㅇ님, ㅁㅁ님)

2. 휴가가 겹친 인원들로 인해 업무 우선순위 조정. (필요 인원: ㅎㅎ님, ㄹㄹ님)

*1번과 2번 회의 가능한 시간대 알려주시면 조정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공유사항은 보고 대답해야 하는 사람이 생각해서 얘길 할 것이고, 논의사항도 이름을 붙여주었기에 "1번은 내일 3시, 2번은 1번 끝나고 바로 진행합시다."와 같이 한 번에 대답할 수 있다.


또한, 그렇게 되면 그냥 정리해서 말풍선 4만 보내면 되지 않나? 싶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해도 되는데 이건 상황에 따라 섞어서 쓰는 게 좋았다. 보내야 하는 내용이 너무 많을 경우 한 메시지가 지나치게 길어지기도 했고, 앞뒤 맥락 없이 논의사항만 전달받는 느낌이 들 수 있어서 맥락/히스토리 느낌으로 앞서 보내놓고 한번 정리해주고 싶기도 했다. 내용에 따른 무게감이나 길이감을 보고 조절하는 걸 추천한다.


보내는 사람 입장에서, 이 말풍선 4를 보내기 위해 드는 내 시간은 고려치 않는데, 이게 친절한 소통이 맞는 건가?라고 반문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팀원에게 "남을 이해시키기 위해 왜 내 시간을 써야 하나요? 내 시간도 소중한데?"라는 말도 들어봤다.


하지만 내가 보내는 내용의 중요한 요지는 나만 알고 있다. 이걸 제대로 정리해서 보내지 않아 엉킨 실타래 같은 메시지를 받은 상대방과 핑퐁 하느라 드는 시간이 지금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진행해 본 바, 잃는 게 더 많았다.


그리고 상대방은 나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러 사람에게 해당 메시지를 받기 때문에 정리해서 전달하는 것이 앞으로의 수고로움을 더는 방법이었다.


왜 내 메시지만 늦게 답변하시지?라는 고민을 하는 사람을 여럿 봤다. 그리고 나 역시 확인 부탁한다는 짤막한 문구와 함께 50페이지가 넘는 ppt문서를 받아보았다. 상대가 먹을 만큼만 주는 것도 친절한 소통의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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