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난 당신이 바뀌면 좋아요.

혹시 애매한 '좋아요 남발인' 인가요?

by 다돌이

*제목이 그게 뭡니까?

라고 화가 나서 클릭했다면 이 글을 읽고 나서 마음이 바뀌시면 좋겠습니다.


모두에게 친절해 보이고 싶은 건 인간의 욕망이다.


그래서 우린 업무가 밀려있음에도 "ㅇㅇ님 이거 혹시 가능해요?"라는 질문에 "넵!"을 외치며 속으로 후회하기도 하고, 내가 보기엔 약간 애매한 디자인을 보며 "어때요? 전 이거 마음에 드는데!"라는 디자이너의 질문에 "오 정말 멋진데요!"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사실 모든 의사소통 상황에서 100% 솔직하고, 직언을 날리며 (비난 아님, 헷갈리지 마세요), 내 업무 룸을 조금 밀고서라도 남의 업무를 절대 도와주지 않는 건 지난번 얘기한 신뢰자산을 쌓기에 어려운 구조가 된다.


즉, 남을 도와주는 일, 굳이 친절했던 조각들이 헨젤과 그레텔이 집으로 돌아오는데 도움을 준 빵조각처럼 언젠가 나에게 결국 돌아올 것이다라고 믿는 나로선, 친절하게 대하는 게 언제나 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리더에겐 좀 다르게 적용된다.

정확히는 '피드백이나 결정을 내려야 하는 리더'에겐 다르게 적용된다.



오늘의 이야기는

지시를 내리는 리더가 착한 사람이고 싶을 때 오는 부작용이다.

*참고로 여기서의 '좋아요'는 ppt를 확인하지도 않고 남발하는 좋아요가 아니고 내 결정을 애매모호하게 포장지로 싸매고 그 내용을 은근슬쩍 강요하기 위해 도구처럼 사용하는 것을 얘기한다.

ca07235c2fed888c8078cd31a72a1f2c_res.jpeg 이 좋아요가 아님.


좋아요를 남발하는 리더는 결국 아무것도 좋아질 수 없다.


혹시 내가 좋아요를 남발하는 상사를 두었다면 꼭 그 상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아보길 권하며, 내가 그 상사라면 명확한 대답과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전달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


좋아요는 다음과 같이 무기처럼 활용할 수 있다.


(어떤 결과물을 전달받고 컨펌을 내려야 하는 상황)

답답한 상사: 이 부분에서 단어를 xx로 바꾸면 좋아요.


(어떤 결과물에 첨언을 하고 싶을 때)

답답한 상사: 조금 더 명확해지면 좋아요


내 의견을 넌지시 전달하지만 강요는 하지 않을게~ (강요 맞음)

라는 의미의 "좋아요"이다. 정확히는 "~면 좋아요"

평소 칭찬할 때 자주 사용한 '오 좋아요'와 같은 단어라서 뭔가 친절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강요하고 싶지 않은 의미가 전달되어 마치 내가 꽤 부드러운 권위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제발, 위와 같이 말하지 말란 것이다.


저렇게 말을 듣는 직원은 이렇게 생각한다. "바꾸란 건가? 생각해보란건가?"

저 말을 n번째 들은 직원은 이렇게 생각한다. "또 저러네"


상사입장에선 내 의견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았고, 넌지시 해결책을 전달해 준 세상 chil가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상대편 입장에선 그낭 한대 chil 수 없어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일이다.


*그리고 수많은 ~면 좋아요를 겪어본 바, 저건 "바꾸라"는 뜻이 맞다.


이처럼 명확한 디렉션을 내리지 않은 채 마치 뒷짐 지고 지나가는 바둑판 옆 훈수 두는 할아버지처럼 얘기를 하게 되면


훈수가 안 먹혀도 신경 쓰지 말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상사의 피드백이 네이버 지식인 내공 냠냠 보다도 못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니 이것은 미래 지향적인 가치에서도 좋은 방법이 아니고, '책임지지 않고 지나가는 첨언만 남발하는 리더'라는 인식을 주어 리더를 못 믿게 된다는 절벽으로 향하는 기차에 탄 상태가 된다.


그리고 저기서 '생각해보란건가? 근데 생각해 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현상태로 유지하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해 '애매모호한 피드백'에 자유롭게 수정을 진행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 결과물에 "내가 이 부분을 바꾸라고 하지 않았던가요?"라고 대답해 주면 앞사람의 주먹이 조금 더 단단하게 쥐어지는 것도 볼 수 있다.


신뢰 잃기는 덤이다.




*자 이제부터 피드백을 전달해야 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내가 피드백을 전달하는 상황에서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1. 바뀌지 않아도 됨

내 피드백을 받고 충분히 숙고할 상대를 믿어주자


2. 바뀌어야만 함

꼭 바뀌어야만 한다면, 피드백을 전달하는 처음부터 바꾸라고 얘기하자.


단 어떻게? 굳이 친절하게!


*바꾸라고 얘기(조언)해주고는 싶은데 상대가 안 바꿔도 상관은 없을 때

- 이 부분에서 단어를 xx로 바꾸면 더 명확해질 것 같은데 어떤가요? 한번 검토해 보시고 결정해 주세요.



**여기서 피드백을 받은 사람은 신중한 검토 후, 본인의 결정에 따르며 그 이유를 잘 설명해 주자.


[접수] 검토해 보니 추천해 주신 단어가 더 잘 맞을 것 같습니다. 변경해 두겠습니다. 확인 감사합니다

[거부] 이 부분에서 [ㅇㅇ]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ㅇㅇㅇ"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잘 드러나는 것이 목적이라 현 상태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확인 감사합니다.



*이 부분은 반드시 바뀌어야 하고 상대에게 확실히 고지시켜야 할 때

- 이 부분은 [ㅇㅇㅇ]이 반드시 전달되어야 해요. 현재는 그 느낌이 다소 약하게 전달됩니다. 이 단어를 xx로 바꾸면 기획된 바가 더 잘 전달될 것 같습니다. 혹시 다른 단어가 더 낫다고 생각이 되면 저에게 얘기해 주세요. 그렇지 않다면 검토해 보시고 이 부분으로 변경 후 공유 해주세요.




명확한 디렉션은 리더가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이다. 내비게이션이 만약 "지금 우회전하면 좋아요"라고 얘기한다고 생각해 보자. 신호등이 만약 "지금 건너가면 좋아요"라고 얘기한다고 생각해 보자. 우회전하면 하는 거지 하면 좋은 건 뭐야? 안 해도 된다는 거야?


당신은 신호등이자 내비게이션이다. 가야 할 방향은 정확하고 맞게 설계해주어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 말을 쉽게 이해시키는 3가지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