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코 에세이 - 12살 Y이야기

하루감정코칭을 말하다 ep.9

by 따뜻한 바다


아이들의 어린시절 모습이 담긴

귀하디 귀한 사진첩을 정리하다 문득 생각난 이야기.


5살 3살 -0살의 너희들을 조르르 앉혀놓고

나 사실 상언데 너희 엄마 잡아먹고 지금 똥 싸고 물 내렸다는 엄마의 말에

대성통곡을 하며 울던 너희들을 보며

그 땐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ㅎㅎㅎ

좀 더 실감 나게 끌고 싶었지만, 더 이상 하면 이건 PTSD에 가정폭력을 넘어서서 기껏 잡아뗀 기저귀를 다시 채울 수 있는 전개이기에 긴급하게 그만두었었지

하지만 엄마는 그때의 너의 표정을 보며 약간의 희열? 이렇게 나를 사랑한다고?를 마구마구 느꼈던 것 같다.

(너무 못됐지? 너희도 자식을 낳아 꼭 한 번쯤은 이 시나리오를 연출해 이 엄마를 용서해 주길 ㅎ)


그러다 얼마 전 그때의 그 귀여운 일과 비슷한 그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사실 상어의 엄마 암살 이야기를 막내 Y는 경험하지 못했었는데

어제야 비로소 경험하게 되었던 것.

사실 12살 5학년의 남자아이에게서 나올 수 있는 반응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나

무심코 던진 나의 덫에 너무나 안쓰럽게 걸려버린 우리 Y

무심코 던진 나의 질문.

“ Y야. 딱 한 번만 엄마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떤 엄마로 바꾸고 싶어?”

(난 왜 누굴 괴롭히는 일에 최대 능력치를 발휘하게 되는 걸까.)

당연히 예상했던 답

“난 안 바꿀 건데?"

하지만 우리의 Y는 그만 먹이를 덥석 물고야 말았다.

“응~ 난 재밌는 엄마로 바꾸고 싶어”

(응? 이건 또 무슨 재밌는 전개야????????)

예를 들면 어떤?

응~ 내 이름이 만약 당당이면

당당아~ 라고 부르지않고~

당당구리당당아~ 이렇게 부르는 엄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 래....??...... (자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D야~~~~~~ 이리 잠깐 와바~~~ (D는 우리집 둘째이자 큰 아들)

“D야. 딱 한 번만 엄마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떤 엄마로 바꾸고 싶어?”

“왜 엄마를 바꿔? 난 안 바꿀 건데? 엄마처럼 재밌는 엄마가 어딨어”

그때부터 시작된 그의 슬픈 눈과 초점을 잃은 두 눈동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그렇구나..Y야..

그럼 엄마가 내일 어린이날이니까

재밌는 엄마 불러줄게. 걱정 마.

"아니 엄마 뭔 소리야!

나는 새로운 엄마가 아니라 엄마 성격을 바꾸는 건지 알았지"

알았어.

엄만 못 바꾸니까 새로운 엄마 올 거야

걱정 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격상 안겨 붙어 졸졸거리며 쫓아다니지 못하는 녀석이

자기가 최대한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큰 눈치를 보며

슬슬 필요 없는 말을 붙이기 시작.

"엄마 나 욕조 할 건데 물 좀 데워주라"

응.

힐끗힐끗 나의 표정과 말투를 살피며 말을 거는 녀석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웃참실패할뻔

중간중간 혹시 느슨해졌나 싶어

“내일 재밌는 엄마 오니까 머리 잘 감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곰살맞지 않은 아이가 속으로는 얼마나 애릴까 싶어서

Y야~ 너 엄마 진짜 바꾸고 싶어?

그랬더니만

"으아아아아 아앙 아아

내일 진짜 새로운 엄마와??? 으아아아아 알아 아아

나 아까 욕조 할 때 얼마나 무서웠는데!!!!!!!!!!

으아 아앙 아아 아 아아

그냥 엄마랑 많이 놀고 싶다고 얘기한 건데, 으아아앙아아아아 "

하며 우는데

헐.......... 덩치만 산만하지 정말 아기네 어이구


아니면 다 큰애들에게도 엄마란 존재의 이야기는 그 어떤 허황된 일도 다 가능하게 들리는 걸까?

꽤나 미안한 희열을 느끼며 다급하게 달래주고 나의 몸무게를 이미 훌쩍 넘어버린 아이를 부둥켜안고

뽀뽀를 퍼부었더랬다

K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K는 우리집 장녀)

아니. 저 나이에도 그런 말을 믿는단 거야? 라는 반응

(방심하지 마. 네 나이에도 그럴 수 있어.)

다음날 일어나

아침에 엄마 없을까 봐 걱정했다는 아이.

에구. 엄마가 미안해.

근데 너무 재밌어.

그리고 너무 고맙다.

엄마를 아껴줘서 고맙고 사랑해.

하아..

근데 이제 쿨타임이 차고있어.

또 어떤 연출을 해볼까.

근질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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