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감정코칭을 말하다 ep.10
정말로 하루를 효율적으로 써야하는 시기가 왔다.
천만관객을 모은 <왕과사는 남자> 장항준 감독에게 김은희 작가가 그랬다지.
"오빠 이제 변명거리가 없어"
천만관객을 모은 영화와 나의 이야기가 물리적이든 질량적이든 모든 면에서 큰 차이가 있겠지만
나의 이야기는 불특정 다수의 천만보다 나에게 더 소중하기에 그냥 비슷하다고 하자.
나도 정말 이제 변명거리가 없다.
큰아이는 고3이라 아침 7시에 나가 11시에 귀가하고
둘째는 고1 기숙사를 시작으로 월요일에 나가 금요일 밤에나 귀가하며
막내분은 우리집에서 가장 어른이시기에 유치원을 시작하시고 부터는 때맞춰 진지상만 차려드리면 되는 분이라
난 실질적으로, 내 시간을, 핑계없이, 오롯이, 고대로, 책임지는 3월을 맞이했다.
기나긴 방학기간 삼식이를 넘어서 육식이를 넘나드는 아이들을 먹이느라 심신이 너덜거릴때
그때마다 써놓은 나름의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방학만 끝나봐라.
대학원 진학을 세세하고도 상세하게 알아보고
브런치 글을 매일매일 쓰며
일주일에 두권의 책을 읽고
감정코칭 계획안을 수업계획과 상관없이 나 스스로에게 제출할 것이며
또 다른 배움을 위해 각종 인근포털을 털어 빈틈있는 나의 시간을 더욱 촘촘히 메꿔주리라.
그렇게 개학이 시작되었고,
저 중 아무것도 실행한것이 없는 채로.
오늘에서야 브런치 글을 시작한 것이다.
핑계는 그리고 변명거리는
내 몸에 일어나는 이제 더이상 생겨나지도 않을 것 같은 세포들보다도 더 많은 가짓수를 자랑한다.
어제 내가 저 위에 버킷을 시작하지 못한 변명거리를 대자면
일주일치의 브런치 글로도 부족하다.
애초부터 변명거리가 없다는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말이었다.
그냥 마음을 먹을때, 좀 더 강하게 마음을 먹게 하기 위한 큰 따옴표 같은 것이었다.
이제 변명거리가 없으니 진짜 그렇게 하자! 이제 진짜 시작하자! 라는 말대신
그냥 하면 되었다.
누가 뭐라한다고 ㅎㅎㅎㅎㅎ
누가 안다고 ㅎㅎㅎㅎㅎ
괜시리 나 자신에게 멋쩍고 나 자신에게 미안하고 나 자신이 초라해지기 싫어 그 많고도 많은 변명거리를 달고 사는 우리다. 아니 나다.
그래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다.
내 버킷을 시작하지 못한 수백가지의 변명거리도
내 삶의 일부고, 정말 중요한 내 시간을 메꿔준 알갱이들이다.
어느것 하나 하찮은 것 없었던 나의 하루들.
그 쌓인 알갱이들 사이에 공간을 따뜻한 라떼로 채우며
그래도 오늘은 두가지를 시작했다고 스스로에게 위안하기 위해
브런치를 덮고 양귀자의 모순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