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코에세이-빈 둥지의 시작

하루감정코칭을 말하다 ep.11

by 따뜻한 바다

이소(離巢)

빈둥지가 시작되었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봄이 되면 아기새들의 이소가 시작된다.


날개짓을 둥지에서만 연습 하다가

'이제 됐나?' 하고 착각하는 순간,

그들은 곤두박질친다.

어릴적 우리 아이들은 어디서 떨어졌을지 모르는 이 새들을

하늘에서 내려준 귀한 선물로 여기며 서로 돌보겠다고 조막손으로 아기새를 감싸쥐고 어화둥둥 했었다.

잠시

아련의 시간..


이소(離巢)
새끼가 둥지를 떠나 첫 날갯짓을 시작하는 시기를 이소라고 하며,
어미로부터 생존 기술을 배우는 중요한 시기


요즘 우리집은 이소준비로 한창이다.

고3 딸래미는 결과가 어찌되었든 내년이면 이소를 할 것이고,

순서대로 둥지에서 떠나갈 줄 알았던 무논리적인 나의 계획은

보기좋게 틀어져 우리집 둘째가 먼저 기숙사로 이소를 했다.

한번도 떠나보낸 적 없는 막내는 스스로 이소준비를 세살부터 하고 있다.


모두가 이소준비에 한창인데,

정작 나는 이소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어미새는

알이 부화할 때부터,

아니 그 훨씬 전 알을 품을 때부터 이소를 계획했을지 모른다.

동물은 언제나 사람보다 앞선다.

자연에서 모든 인생을 배워야 함을 다시한번 느끼며

어미새보다도 못한 이기적이고도 작은 모성을 다시한번 부끄러워 한다.


곤두박질 칠 것을 알면서도 떠나보내는 어미새

곤두박질 칠까봐 아이의 옷깃을 붙잡아 당기는 어미.

곤두박질 쳐 떨어져도 멀찍이 자신의 소리만으로 신호를 보내는 어미새.

곤두박질 쳐 떨어지면 이미 그 아래에 매트를 깔아놔 한올한털 다치지 않게 지켜주는 어미.

이 중 무엇이 진정 자식을 위하고 나를 위하는 것일까.


자식을 키우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해주고 싶어도 안해주는 용기

돕고싶지만 도와주지 않는 용기

난 아직 그 용기가 없다.


챙겨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시기의 아이를 품고 산 <습>으로

자식이 이소를 결정하였을 때도 그 <습>을 버리지 못해 아이를 날지 못하게 하는

이기적인 어미의 모습을 오늘도 발견한다.


고3 딸과 같은 학교 기숙사에 입소한 둘째 아들에게 건네줄 사과를 오늘도 깨끗히 씻어 담고

고3 딸에게 간곡하게 부탁한다.

"너랑 막내만 먹어서 엄마 맘이 걸리네, 이거 꼭 전해줘~~ 부탁해~~"


이소를 한 자식을

아직 내 둥지안에 있다고 믿으며

난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나중에 된통 당할 것 같다.


어쩔수 없다.

내 업이다.




작가의 이전글감코에세이 - 효율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