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감정코칭을 말하다 ep. 9
책 제목 : 나는요
연령대 : 60대 이상 시니어
그림책 <내 이름> 만큼이나 첫 수업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해서 이번 복지관 수업에서 두번째 책으로 <나는요> 를 선택했다.
첫 번째 인사하는 시간에는 내 이름을 소개하고, 내 이름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본 후 나만의 애칭까지 지어보며 즐겁게 시간을 마무리했고,
두번째 알아가는 시간에는, 나는요 책에 나오는 동물들의 특성들을 이해해보고, 동물들의 특성과 나의 특성이 닮은 곳이 있는지, 어떨 때 그런모습이 나오는지, 그리고 결국엔 내 안에는 어느 한 모습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여러 모습의 '나'가 있다는것, 그 사이사이에 흐르는 내 모습이 좋던 싫던 그 역시 나라는 것을 함께 이해했다.
어르신들은 다행이도 동물들 이름 맞추기도 즐거워하셨고, 동물의 모습에도 행복해하셨다. 그 어느때보다도 놀라운 집중력이 발현되는 수업이었다.
동물이 주는 친근함과 귀여움은 세대를 타지 않는다는 것을,
언젠가 엄마를 모시고 (사실은 우리 애들의 견학용이었지만 효도로 둔갑시켰던.)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을 방문했을 때, 엄마의 눈동자와 표정이 우리 막내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 생각나
앞으로 수업에 많이 동물을 참여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책 속에 등장한 동물들과 나의 모습을 반추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던 차에, 어느 어르신의 말씀,
"나 어제 저 코뿔소처럼 해짜녀. 내가 요즘 다리가 아파서 복지관버스를 못타고 택시를 타는데, 누가 나보고, 왜 자식들 돈 쓰게 함부로 택시타냐고 하길래, 며칠 꾹 참아주다가 오늘은 "니가 돈 내냐!!! 내가 돈내지!!" 하고 확 들이받았지"
그 말씀을 하시자 일제히 손뼉을 치며 '빵' 터지신 어르신들 ^^
잘했다며!! 자식들은 택시를 타고서라도 엄마가 복지관 오는걸 더 좋아한다며! 서로 말을 얹고얹어서 나중엔 한 목소리가 되어 들리는 듯한 굉장한 울림으로 교실이 가득 메워졌다.
그래 이맛이다.
내가 이맛에 수업하지.
계획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았지만
적시적소에 불현듯 갑자기 터져버리는
그분들만의 케미스트리.
지금 생각해도 갬동쓰.
활동지로 내가 좋아하는 여러 목록들을 적고,
나는요~~ 라고 시작하며 발표를 했다.
그 어느때보다도 수줍은 목소리로,
나는요~ 장미 꽃을 좋아하구요, 빨간색깔을 좋아해요~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복지관이구요 가장좋아하는 음식은 쓰레기나물이에요(여기서도 모두가 빵 터짐 ㅎ 시래기를 쓰레기로 ㅎ) 그리구 나는 이찬원을 좋아해서요 진또배기를 자주 들어요. 딸이 핸드폰 벨소리로도 해줬어요~그리고 나는 우리 자식들이 제일 좋아요~~
총 열세분의 나는요~ 발표를 들으니 어느덧 두시간 순삭!
다음 주에는 어르신들이 배고프실 수 있으니 10분 먼저 끝내는 프로 강사가 되자고.
오늘도 여지없이 감정코칭을 당하고
바람결에 풀어헤친 저고리 앞섶이 되어버린 나는
당하지 않은척,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나몰래 다짐했다.
어휴. 하마터면 들킬뻔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