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침입, 그리고 조울증

조울증이 내게로 왔다

by 플마

때는 2021년 5월 5일 어린이날이었다. 그때 당시 나는 제주도에 살고 있었고, 친구 두 명이 여행을 오기로 하기 전날이었다. 생각해보면 이전부터 서서히 조울증의 증상이 나타나고 있었던 것 같다. 인지를 5월 5일에 했을 뿐.

나는 당시 대학교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다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는 언급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나는 적에게 맞서 있다고 믿었었다. 그리고 5월 5일 저녁, 집에 와서 저녁상을 차려놓고 음식물을 뜨지 않은 숟가락을 입 안으로 넣었다. 콘센트에 연결하지 않은 무드등이 불이 켜져 있다고 느끼는 환시도 있었다. 물론 그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그리곤 나의 적들이 내 눈앞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같이 저녁을 먹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기이하고 무서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나는 다음날이 친구들이 오는 날임에도 오늘이 오는 날이라 착각했고, 그들이 묵고 있는 숙소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한 가정집의 열린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당시 나는 그곳이 친구들이 묵고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라 생각했다. 그리곤 현관 비밀번호에 우리 집 비밀번호를 쳤다. 문이 열릴 리 만무했다. 그러나 나는 무조건 여길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열린 창문으로 그 집에 들어갔다. 그리곤 누어 자고 있는 한 아주머니의 옆에 누워 잠을 청했다. 얼굴이 내 친구의 얼굴이 아닌 것은 인지했지만, 친구의 언니가 같이 온 건가 생각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친구들은 옷장 속에 숨어있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아주머니가 잠에서 깨어 깜짝 놀라며 아주머니의 남편을 불렀다. 그분들은 내가 누군지, 어떻게 들어왔는지 깜짝 놀란 목소리로 혼내듯 물었다. 무서움에 사로잡힌 나는 무릎을 꿇고 죄송하다고 하며 내가 가진 5만원짜리 지폐를 드리려고 했다. 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숙소에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얼마 후, 경찰이 왔고 나의 나이, 이름, 뭐 하는지를 물었고 나는 내 나이조차 헷갈려했다. 하지만, 나는 신분이 확실한 대학생이었고 같이 자취하던 언니가 대신 경찰서에 가 잘 얘기가 되었는지 금방 경찰차를 타고 집으로 올 수 있었다.

다음 날 제일 빠른 아침 비행기를 타고 엄마가 제주도로 내려왔다. 나와 엄마는 바로 진료를 볼 수 있는 정신과를 찾아가 진료를 받았다. 나는 모든 일을 말하지 않았고 처음엔 에피소드성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내가 주거침입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조현병이라고 생각했고, 조현병을 잘 다루기로 저명한 의사가 있는 대학병원에 진료를 예약했다. 그러곤 그 의사 선생님께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증상들을 말씀드렸고 마침내 조울증이라 불리는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렇게 조울증이 내게로 왔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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