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0초짜리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했나 (2)

공유지의 비극을 게임과 실험으로 다시 묻다

by 대치동 중학생

2장. 비극을 다시 쓰는 법 - 공유지의 비극 이론의 계보와 ‘최소 기준’의 경제학

공유지의 비극은 너무 유명해져서, 어느 순간부터는 “설명”이라기보다 “주문”처럼 반복된다. 개인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면 할수록, 모두가 함께 망한다는 이야기. 이 문장이 1968년 하딘의 짧고 강력한 글을 통해 상식이 된 이후, 공유지는 흔히 ‘규칙 없는 들판’으로 상상되어 왔다. 그 들판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해 조금 더, 조금 더 베어내다가 결국 바닥을 드러낸다. 하딘이 제시한 해법이 사유화든 국가 규제든, 혹은 “상호 합의된 강제”든 간에, 요지는 명확했다. 외부에서 개인 선택을 제약하지 않으면 파국은 피할 수 없다(Hardin, 1968).

그러나 이 유명한 비극에는 출발점부터 중요한 개념적 불명확성이 끼어 있다. 하딘이 묘사한 것은 엄밀히 말해 모든 “공유지(commons)” 일반이라고 하기보다는, 접근이 통제되지 않는(open access) 상황에 더 가깝다. Ciriacy-Wantrup과 Bishop은 일찍부터 이 구분에 주목했다. 그들은 common property를 단순한 소유 형태가 아니라 권리·의무·제재가 결합된 제도로 이해해야 하며, 역사적으로 그러한 제도가 자연자원 관리에서 사회적으로 유익한 역할을 해왔음을 강조했다. 즉 “아무 규칙도 없는 공간”과 “공동 규칙이 있는 공간”을 한 단어로 뭉뚱그릴 때, 비극은 필연처럼 보이기 쉽다(Ciriacy-Wantrup & Bishop, 1975).

이 문제의식은 경제학 내부에서도 다른 언어로 반복된다. 고든의 어업 모형은 바다라는 자원이 ‘공유’되는 방식이 어떤 유인을 만들어 과잉채취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며, 공유지 문제를 도덕이 아니라 유인 구조와 제도 설계의 문제로 번역했다(Gordon, 1954). 코스는 외부효과를 둘러싼 충돌을 거래비용과 권리 배분의 언어로 재구성했고(Coase, 1960), 데미셋은 비용과 편익의 구조가 변할 때 재산권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논했다(Demsetz, 1967). 이 계보의 요점은 인간 본성을 선악으로 재단하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오히려 반대로, 인간을 둘러싼 권리·규칙·비용 구조가 무엇을 ‘합리적 선택’으로 만들었는가를 묻는 데 있다.

인류학과 사회학의 작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공유지 논쟁이 흔히 놓치는 것은 ‘공유’가 단지 자원의 속성이 아니라, 관계와 규범의 양식이라는 점이다. McCay와 Acheson이 편집한 The Question of the Commons(1987)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공동체가 어업·목초지·관개 등 구체적인 삶의 장에서 규칙·관습·분쟁 처리 방식으로 자원을 “관리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베르케스(1989) 역시 생태와 공동체를 함께 놓고, 지속가능성을 “자연의 성질”이 아니라 사회-생태적 결합의 성취로 읽어낸다. 웨이드의 연구(1988)는 불확실성과 결핍의 환경 속에서 집합행동이 낭만적 연대가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는 실용적 기술로 조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스트롬의 Governing the Commons(1990)는 이 흐름을 ‘반례 나열’이 아니라 이론적 재배치로 끌어올린다. 오스트롬은 “사람이 원래 선하다”를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공유자원 관리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사례들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제도적 요소-경계 설정, 규칙의 적합성, 감시, 점진적 제재, 분쟁 해결 절차 등-를 설계 원리로 정리한다(Ostrom, 1990(2010번역본)). 이어 Schlager와 Ostrom은 ‘소유’라는 단일 범주 대신 접근·채취·관리·배제 등 권리 묶음(bundle of rights)을 통해 자원 거버넌스를 분석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Schlager & Ostrom, 1992). 또한 Rules, Games, and Common-Pool Resources(1994)는 제도(규칙)를 게임(전략)과 연결해, 공유지 논쟁을 현장 사례와 형식 모델 사이를 오가게 한다.

다만 이 성취는 곧 다른 질문을 불러온다. 오스트롬이 보여준 로컬 제도의 가능성은 강력하지만, 기후변화·산림 파괴·월경 오염처럼 규모가 크고 외부 충격이 강한 문제들에서는 “이상적인 조건” 자체가 드물어진다. Dietz, Ostrom, Stern(2003)은 바로 이 점을 강조하며, 환경 거버넌스가 점점 더 다층적이고 비지역적 영향 아래 놓인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공유지 논쟁은 “공동체 vs 시장 vs 국가”라는 단선적 구도로 환원되기 어렵고, 다중심적(polycentric) 조정과 규모 간 연결을 고민해야 한다.

이때 사회학은 경제학이 종종 당연시한 ‘합리성’의 바닥을 다시 묻는다. 그라노베터의 내재성(embeddedness) 논의가 상기시키듯, 경제적 행위는 언제나 사회관계 속에 박혀 있으며, 이를 독립 변수처럼 다루는 순간 현실을 오독할 수 있다(Granovetter, 1985). 더 거슬러 올라가 폴라니는 시장경제의 성립을 사회로부터의 분리(disembedding) 과정으로 그리며, 경제가 사회적 규범과 보호장치를 떼어낼 때 반작용이 발생한다고 보았다(Polanyi, 1944(2009 번역본)). 하비의 ‘수탈에 의한 축적’ 또한 공유지의 해체가 효율의 결과라기보다 권력과 배제의 사건일 수 있음을 환기한다(Harvey, 2003(2005 번역본)). 공유지의 비극은 여기서 “자연스러운 파국”이 아니라, 어떤 질서가 어떤 취약성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질문으로 재정렬된다.

이제 행동경제학·실험경제학으로 시선을 돌리면, 내가 설계한 ‘최소 기준’ 규칙이 어디에서 힘을 얻는지 더 뚜렷해진다. 공공재 게임 실험의 방대한 결과를 정리한 Ledyard의 서베이는, 인간이 항상 완전한 무임승차로 수렴하지도, 그렇다고 도덕만으로 안정적 협력을 자동 생산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Ledyard, 1995). 안드레오니는 단발 게임에서조차 행위가 ‘전략과 학습’의 패턴을 띠며, 단순한 균형 예측만으로는 실험 결과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논했다(Andreoni, 1988).

그렇다면 협력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페어와 개흐터의 고전 실험은 처벌 기회가 주어질 때 사람들이 비용을 치르면서도 무임승차자를 제재하고, 그 결과 협력이 상승할 수 있음을 강하게 보여준다(Fehr & Gächter, 2000). 그러나 처벌은 또 다른 비용과 정당화의 문제를 낳는다. 누가 처벌의 비용을 지불하는가, 처벌은 언제 남용되는가, 처벌이 없는 상황에서도 선택을 바꿀 수 있는가. ‘최소 기준’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우회로다. 도덕을 호소하거나 신뢰를 가정하기보다, 실패가 개인에 머물지 않고 집단 전체로 전파되는 구조를 만들어 계산의 방향을 바꾸려는 시도다.

이 논점과 직접 맞닿는 계보가 “이산적(discrete) 공공재”의 참여·제공 게임이다. Palfrey와 Rosenthal(1984)은 정해진 기여(또는 참여)와 일정한 임계치가 결합된 상황에서, 규칙(예: 실패 시 환불 여부)이 균형의 형태와 참여 유인을 어떻게 바꾸는지 분석했다. 한편 Bagnoli와 Lipman(1989)은 사적 기여만으로도 특정 조건에서 공공재 제공이 핵심(core)과 정합적으로 구현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탐구하며, ‘공공재=필연적 실패’라는 직관을 흔든다. 이 계보가 제시하는 핵심은 명료하다. 인간의 이기심을 제거하지 않아도, 게임의 문턱과 귀결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이기심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최소 기준”의 직관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약한 고리(weakest-link)·최소 노력(minimum effort)형 조정 게임들이다. Van Huyck, Battalio, Beil(1990)은 전략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 집단이 효율적인 높은 수준이 아니라 낮은 수준에 고착될 수 있음을 실험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협력의 적은 탐욕만이 아니다. 불확실성이 협력을 갉아먹고, 사람들은 최대 이익보다 최악의 추락을 피하는 쪽으로 이동한다. 이 감각은 인류학에서도 낯설지 않다. 스콧이 ‘생존 윤리’라는 표현으로 포착한 바-사람들이 기대이익보다 “최저선 아래로 떨어질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통찰-는 최소 기준 규칙이 작동하는 사회적 심리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Scott, 1976(2004 번역본)).

이제 내 문제의식은 하나의 문장으로 수렴한다. 하딘이 규칙 없는 접근을 보며 비극을 선언했다면, 오스트롬은 규칙 있는 공동체의 실재를 통해 그 비극을 조건부로 바꾸었다. 그리고 행동경제학·실험경제학은, 신뢰와 도덕을 과잉 가정하지 않은 채로도 규칙의 형태만으로 선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가를 묻는다. ‘30초짜리 세계’의 게임 설계는 바로 이 질문을 교실 크기로 압축한다. 처벌과 감시를 중심에 놓기보다, 최약자 기준의 공멸이라는 한 가지 장치를 통해, 탐욕을 “앞으로만 달리는 엔진”에서 “앞서가면 스스로도 무너질 수 있는 위험”으로 바꾸려는 시도. 이는 ‘사람이 선해지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규칙이 어떤 인간을 생산하는가"라는 질문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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