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o Z

임무 수행

by moolovemoolove


J는 출장 중이다. 말 수가 적고 침착한 나이 많은 팀장과 아침 6시에 만나 열차로 3시간 떨어진 타 도시에 왔다. 6월의 더위와 낯선 환경. 이미 끝난 외부업체들과의 2건의 미팅과 점심식사 그리고 이동. 그 와중에 J는 사원답게 살뜰히 영수증들을 챙겼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들은 받아 적었다.

이동 중에 팀장과의 대화는 거의 없었다. 어색한 침묵과 낯선 환경이 그렇게 J를 더욱 경직시켰다. 아직 1건의 미팅이 더 남았다. 먼 곳까지 온 만큼 강도 높은 업무로 빼곡히 시간을 채우고 있었다. 미팅 업체의 사무실에 도착해 처음 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후 업무를 이어갔다.

1시간을 훌쩍 넘겼고, 지쳐갈 때쯤 다행히 마지막 미팅이 끝이 났다. 얼추 마무리하고 역으로 가면 딱 맞을 타이밍. 그런데 아뿔싸, 열차 시간을 2시간 늦게 설정해 발권한 것을 이제야 발견했다. J는 팀장에게 죄송하다고 연신 얘기했고 팀장은 애써 괜찮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미팅 업체에 양해를 구하고 조금 있다가 출발하기로 했다. 팀장은 업체 사람들과 잠시 티타임을 가졌고, J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복도로 나왔다. 조용한 건물 안, 비상계단을 올라가 바로 위 옥상으로 가봤다.

뜨겁디 뜨거운 햇볕과 짙은 그림자가 양분하고 있는, 아무도 없는 오래된 옥상이었다. J는 긴장이 풀린 듯 콘크리트 바닥에 주저앉아 손을 맞잡았다. 아직 새것 같은 구두와 아래로 늘어져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넥타이를 쳐다봤다. 태어나 평생 처음 와본 곳에서 J는 한숨을 내쉬며 잠시 동안 그렇게 앉아 있다가 말없이 다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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