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지낼 때,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슈퍼스타로 정평이 나 있는 코코몽이 주인인 키즈카페에 갔었다.
이강이와 볼풀과 트램펄린, 편백나무 큐브풀을 무한 왕복하다가 도윤이를 만났다.
통통한 체격에 제멋대로 난 덧니가 인상적인 유치원생 도윤이는 어째선지 키즈카페에 방치돼 혼자 놀고 있었다.
폭발적인 붙임성을 소유한 도윤이는 나의 눈인사에 바로 말문이 트이고 자기의 세상을 내게 설파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마크(마인크래프트의 약자인 것을 아는데 꽤 오래 걸렸다.) 실력과 친한 친구들 명단과 근황, 자기 몸매의 비결인 좋아하는 음식들 등등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다.
그러다가 내가 이강이에게 코코몽 표 초고가의 새우 볶음밥을 먹이고 있을 때 도윤이는 자기 집이 어디인지 아냐는 질문을 내게 기습적으로 던졌다.
도윤이가 던진 질문의 집이란 철학적인 삶의 안식처의 존재를 말하는 것인가, 주민등록상 등록지를 말하는 것인가, 도윤이가 지내는 건축물인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 집을 말하는 것인가… 라는 되지도 않는 고민으로 내가 머뭇거리자 도윤이는 명쾌하게 답을 말해준다.
자기 집은 친구 이안이네 집 옆에 있다고.
나는 분명 도윤이가 보기에 멍청해 보였을 표정으로 이안이네 집은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도윤이는 이안이 집은 우리 어린이집 옆에 있다고, 그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얘기해 주었다.
이쯤 오니 나는 호기심에 가득 차, 과연 그렇다면 도윤이네 어린이집은 어디냐고 물으니, 도윤이는.
- 어린이 집은 우리 집 옆에 있잖아요-!
라고 알뜰히 대답해 주었고, 나는 그제야 안도의 표정으로 이제야 도윤이 집이 어디 있는지 알겠다고 말해주었다.
안도하는 나의 표정에 도윤이 표정도 한결 가벼워 보였다.
끝나지 않을 듯했던 우리의 대화는 아이를 돌보는 대가로 돈을 입금받았을 시터샘이 돌아와, 왜 자꾸 남들에게 말을 거냐고 도윤이를 타박하며 끝이 났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남에도 도윤이의 맑은 얼굴과 신나서 말을 거는 태도 그리고 도윤이 집 옆 이안이 집과 어린이 집이라는 삼각지, 곧 작지만 전부인 세계가 기억에 뚜렷하다.
내 동의야 어쨌든 자기 세계를 공유해 준 도윤이에게 감사하다.
이제 세상에서 백일을 생활한 딸 이서에게 세상에 대해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이서는 엄마 품에 안겨 있고,
엄마는 아빠 곁에 있고,
아빠는 오빠를 안고 있고,
오빠는 자꾸 이서 볼을 부벼.”
이서의 작지만 전부인 세계에 부분이 된 것에 감사하며, 이서도, 이강이도, 도윤이도 모두 건강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