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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1년이 지났다. (2)

결혼 1주년을 기억하며, 남기는 부부에세이 - 아내 글

나는 어릴 때부터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꿈이었다. 지금 와서 뒤돌아보면 대학입시도, 취업도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순간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진심으로 내가 갖고 싶거나 이루고 싶었던 꿈들은 아니다. 반면에 좋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욕망은 강했다. 그래서 난 누구랑 결혼할까 항상 궁금했고, 내가 원하는 남편상을 자주 상상하곤 했다.


소개팅보다는 독서모임으로!!

이십 대 중후반이 지나면서 슬슬 주위에서도 결혼을 약속하는 친구들이 생겼고, 나는 그들이 부러웠다. 단지 결혼한다는 것이 부러웠던 것은 아니다. 부모님, 형제자매가 아닌 또 다른 나의 가족이자 평생 ‘나의 편’인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 부러웠다. 나도 그런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고 싶어서 노력했다. 노력이라고 쓰지만 열심히 했던 것은 소개팅뿐이었다. 여초 집단에서 오랜 기간 지내왔던 나는 소위 말하는 ‘자만추’를 하기 어려웠고, 소개팅이 유일하게 연애 대상이자 결혼 대상을 만날 수 있는 통로였다. 이거저거 따지기보다는 소개팅이 들어오면 열린 마음으로 많이 만나봤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내가 느끼기에 소개팅은 서로가 본인보다 더 나은 상대를 찾는 상향 지원의 연속이었다.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인간의 본능 같았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회의감이 생기기도 했다. 내가 과연 결혼할 수 있을까, 내 짝은 어디에 있는가….


그렇게 지쳐갈 때쯤 우연히 독서 모임에 나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이리재고 저리 재던 사람들과 달리 누가 봐도 나에게 호감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지속적으로 표현해 주었다. 단둘이 식사를 처음 한 날, 남편이 나에게 물었다.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나는 왜 이 말을 듣자마자 ‘와 나, 이 사람이랑 결혼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여자의 촉은 무섭다더니 우린 그렇게 2년의 연애를 마치고 결혼하게 되었다.


물 흐르듯이 잘 준비한 결혼이지만,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결혼 전 본가에서 부모님과 트러블 없이 잘 지내왔던 나는 집을 떠나 새로운 사람과 평생 산다는 것이 두렵기는 했다. 우리 부모님처럼 사이좋게 평생 잘살 수 있을까. 혹시 이 사람이 결혼하고 변하는 것은 아닐까 등등.. 결혼식 1주일 전에는 집을 나온다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와서 회사에서 일하다가 눈물이 난 적도 많다. 나는 평소에도 도전을 좋아하지 않고, 환경이 바뀌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결혼이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나에게 결혼이라는 것이 도전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남편이었기에, 조금은 덜 두렵게 또 용감하게 결혼이라는 도전을 행할 수 있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다행히(?) 우린 생각한 것과 비슷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부모님의 간섭에서 벗어나 밖에서 놀다가 늦은 시간에 귀가 하기도 하고, 해외여행도 많이 다닌다. 주위 사람들이 신혼생활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행복하다고 대답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톱니바퀴처럼 100% 다 잘 맞다고는 할 수 없다. 1년 동안 느낀 점 중의 하나는 남편은 나보다 확실히 부지런하다. 태생적으로 잠이 많은 나는 늦잠 없는 주말 아침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남편은 주말 아침에도 평일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출근 대신, 밀린 집안일을 하고 아침을 차려놓고 내가 일어나길 기다린다. 이것만 보면 ‘와 저런 남편이 세상에 있다니’라고 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혹시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엄마 말고도 나에게 밥을 차려주는 사람이 있다니 난 참 복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남편의 이해되지 못하는 생활 습관이 몇 개 있다. 남편은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계속 식탁에 둔다. 먹고 나온 쓰레기는 바로 버리면 되지 않나? 처음에는 잔소리도 했지만, 이제는 말없이 내가 버려주는 것이 나도 더 익숙해지고 있다. ‘밥도 해주는데 쓰레기 버려주는 것쯤이야.’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우리 둘의 톱니바퀴가 점점 더 맞춰져 가고 있는 것 같다.


꾸미지 않아도 편안한 사람

얼마 전 유튜브 영상에서 오은영 박사님이 하시는 말씀이 깊게 공감이 되었다. 한 아나운서가 “어떤 남자랑 결혼해야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하자 오 박사님은 내가 가장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의 본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남편이라서 참 편하고 좋다. 우리 둘은 밖에서는 참 차분하고 침착한 이미지로 사람들이 생각한다. 하지만 집에만 들어오면 이상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개그를 친다. 오죽하면 남편에게 “왜 연애 때는 이런 모습 다 숨기고 살았어?”라는 말까지 한 적이 있다. 부부 사이도 인간관계이기 때문에 서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지만 가식적으로 내 모습을 숨기거나 꾸미는 것과는 다르다. 남편과 있을 때 가장 편하고, 가장 재밌고, 내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함을 느낀다.


마침 글

결혼 1주년을 맞이하여 결혼 에세이를 써보자는 남편의 제안이 처음에는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나는 평소에 일기도 쓰지 않고, 마지막 글쓰기는 언제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래도 같이 하는 거에 의의를 두자는 남편의 말에 오랜만에 글을 써보았는데 생각보다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아직 앞으로 살아갈 많은 날에 비해 우리가 같이 산 날은 매우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두 세계관이 만나 처음 적응하는 그 1년의 시간을 잘 지내왔으니, 앞으로도 큰 문제 없이 잘 지낼 것이라 믿는다. 항상 우리 부부와 양가 가족들, 친구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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