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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걱정으로 덮을 때

요즘 따라 걱정이 많아졌다. 앞으로 가족들의 건강은 괜찮을까. 곧 태어날 아기는 잘 자라줄까. 내년쯤엔 대학원에 진학할지도 모른다는데, 과연 지금의 삶과 병행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마음속은 금세 복잡해진다. 해야 할 일은 아직 오지 않았고, 걱정의 근거도 딱히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서는 걱정을 생산하고 확장하고 이미 다가온 현실로 만든다.


그러다 결국, 이번 주에는 아내에게 쓸데없는 걱정을 늘어놓고 말았다.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그날 아내는 조용히 내 말을 듣다가 입을 꾹 닫았다. 그리고 그 순간, 아직 오지도 않은 걱정으로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걱정은 현실이 되지 않는다. 걱정을 걱정해서 걱정이 사라진다면 기꺼이 하겠지만, 걱정한다고 그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도,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현재를 갉아먹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오늘 하루를 무겁게 만들 뿐이다. 시간이 흐른 뒤 남는 건 상황이 아니라 감정이다. 그 순간 내가 어떤 감정을 선택했는지가, 기억으로 남는다. 상황은 지나가 버리지만, 그로인해 받은 상처는 그 상황보다 더 오래토록 남아 있는다.


나는 왜이렇게 약한 인간인가 생각하게 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걱정하는 나 자신이 얼마나 미련한 놈인지 알게된 것은 다행이다. 이렇게라도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좀 더 다르게 살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오늘을 깎아내는 대신, 내가 살아가는 이 하루하루를 조금 더 온전히 살아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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