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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워리’ 후기] 상처의 마침표는 용서다.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영화 '돈 워리' 리뷰 및 후기

이 글이 카카오채널 메인에 소개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평소에 영화 리뷰를 잘 쓰지 않지만, 주인공 존 캘러핸의 이야기가 우리 마음을 치유하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글을 썼습니다. 우리 마음에는 다 상처가 있으니깐요.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분은 읽어볼만하다라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작가 드림 -


나는 일주일에 여러 편의 영화를 본다. 보통 영화를 보고 금방 잊어버리는데, 머릿속에 남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가 종종 있다.


오늘 소개할 영화 ‘돈 워리’가 그런 영화다. 영화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잔상이 남아서 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작게나마 내 인생에 영향을 주는 영화 말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호아킨 피닉스는, 영화 ‘Her’에서 다채롭고 섬세한 감정 연기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나 역시 ‘Her’를 인상 깊게 봤었기에, 이 영화를 고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영화 ‘돈 워리’의 소재와 메시지는 단순하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자, 알콜중독자인 주인공 ‘존 캘러핸’이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발견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대다수 이런 성장 영화는 진부한 전개와 메시지, 과도한 감정 씬으로 재미를 잃게 하는데, ‘돈 워리’는 그런 점에서 과하지도 심심하지도 않은 적당함을 유지한다.


이 글은 주인공 존이 치유되고 성장해가는 시간 순서에 따라, 써보고자 한다.


본 글은 영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관계 = 상처받는 곳


주인공 존은 어렸을 적 친부모로부터 버림받아 보호소를 통해 한 가정에 입양되었다. 그런 그의 성장환경은, 그가 누군가로부터 버림받았으며, 누구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존은 성장 과정에서 자신이 입양아이기 때문에 주변 또래들로부터 소외된다고 생각하였고 이를 잊고자 청소년 시절부터 술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영화가 진행되며, 주인공은 종종 자신의 친모를 떠올린다. 그리고 이내 친모에 대한 욕을 쏟아낸다. 심리학적으로, 유년기/청소년기 시절 역할 모델이 되어야 하는 부모가 부재했을 시 아이는 제대로 된 부모의 역할을 학습할 수 없으며, 관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시, 과도하게 예민한 성격이나, 경계성 성격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평소에는 예민하게 굴다가도 술이나, 마약 등에 과도하게 의존해 자신을 통제 불능 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존의 어렸을 적 상처는 이런 심리적 문제의 발단이 된 것 같다. 하여튼, 존에게 관계는 상처받는 곳이다.


자기연민 = 나를 불쌍한 존재로 여김으로써 현재 엉망인 삶을 합리화 한다.


존은 후원자를 찾던 중 ‘도니’라는 사람에게 연락이 닿는다. 존은 자신이 교통사고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되었으며, 후원할 사람을 찾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도니는 자신이 후원하고 있는 사람은 이미 충분히 있으며, 만약 더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알코올중독자 치료 모임에 나오는 것을 권유한다.


존은 아직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나가는 게 낯설고 어색하다. 거기에 처음 나간 자리에서, ‘우리 모임에 이런 괴물은 올 수가 없는데?’라는 말을 들었다. 존은 그게 장난인지, 진담인지 모르지만 일단 웃어넘긴다.


첫 모임이 시작되었을 때, 존은 모임에 있는 사람들과 이런 대화를 나눈다.


도니: 자, 존 당신의 음주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존: 저는 13살 때부터 술을 마셨어요. 그 이후로 계속 마셨어요. 제가 술을 마시는 이유는 어쩌면, 제가 입양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도니: 코기는 이름이 코기여서 술을 마셨습니다.

회원: 저는 신발이 꽉 끼어서 술을 마셨어요.

존: 제 이야기가 재미있다니 다행이네요.

도니: 아니, 존 우리는 누구나 핑곗거리를 찾는다는 말이에요.

존: 어린 시절 아픈 기억을 핑계로 치부하다니 분노가 치미네요.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에요. 제 가슴 밑으로 어떤 근육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요.

회원: 그것도 핑계라고 할 건가요? 사실 난 심장 암을 앓고 있어요. 당신의 자기연민에 관해 이야기할게요. 계속 그렇게 자기연민에 빠져서 살면, 당신은 다시 술독에 빠질 겁니다. 저도 여기 처음 왔을 때, 쓸모없는 인간이었지만, 이제는 제 나름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한참 동안이 정적이 흐름 후)

존: 당신들이 좋습니다. (환한 미소)

자기연민은 스스로 자신을 불쌍하게 여김으로써 특정 행동을 합리화하는 것을 말한다. 적당한 자기연민은 불합리한 사회에서 버틸 힘을 주지만, 과도한 자기연민은 무기력증, 신경증, 우울증 등으로 이어진다.

왜냐하면, 현재 내게 당면한 문제를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외부의 탓으로 돌리며 문제 극복의 의지를 갖추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연민은 우리 삶을 제자리걸음하게 만든다.


인간은 자기 상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게 좋은 상태든, 나쁜 상태든 말이다. 다만, 그것에 대해 어떤 핑계를 대며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존은 사실 누구보다 자기의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내가 술을 먹고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는 것이지, 그것의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핑계를 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모든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점일지도 모르겠다.


직면 = 문제를 온전히 문제로 봄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존은 알코올중독자 치료 모임 이후 자신의 어머니를 찾기 위해, 자신을 입양 보낸 협회를 찾아간다. 협회는 존 어머니의 개인정보 카드를 찾지만, 개인의 요청에 따라 연락처를 공개할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한다. 이에 존은 많은 실망감을 느꼈고 다시금 술을 마시게 된다.


이 사건을 전후로 존은,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존은 표현하는 데 소질이 있었으며, 멋진 그림보다는 세상을 유머러스하게 비꼬는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점차 인정받기 시작한다. 아직 완벽하게 치유가 되지 않았지만, 점차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 존은 다시 알코올중독 치료 모임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대화가 인상 깊다.

도니: 당신은 당신이 말한 사람들의 어떤 점이 불만으로 느껴지나요?

존: 난 걷지를 못해요.

도니: 왜 걷지 못하나요?

존: 미친 덱스터가 졸음운전을 했기 때문이죠.

도니: 좋아요. 당신은 왜 그 차를 탔죠?

존: 몰라요, 그때 어렸으니까요. 당신은 실수도 안 하나요?

도니: 만약에 지금 다시 또 그런 순간이 오면 다시 또 술에 취한 사람의 차를 탈건가요? 도대체 왜 탔나요?

존: 모르겠어요. 저도 엄청나게 취한 상태였어요. 난 어렸을 때부터 취해있었어요. 그냥 내가 창피했어요. 날 사랑해주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았고 날 원하는 사람도 없었어요. 그래서 내 감정을 숨기려고 했고 술이 효과적이었어요. 난 절대 내 주변에 있을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도니: 잘 따라오고 있어요. 존, 이제 9단계(치료의 단계 인 듯)인데, 그때는 존이 생각하는 사람들을 한 명씩 만나서 용서해줘야 해요.

존: 그게 다예요? 치료가 끝나고 나면, 소리 내서 울고 완전히 치유되고 그럴 줄 알았어요.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진 게 없어요. 난 획기적인 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도니: 당신의 문제를 한 번에 고쳐줄 수 있는 번개 같은 것은 없어요. 발견, 통찰, 명료해질 뿐이에요. 하지만 우리 문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죠. 매일 이것과 씨름해야 해요. 어느 정도의 고통과 수치심은 남겠지만, 그래도 계속 싸워야 해요. 아니면 당신이 죽을 거예요.

도니는 존이 아직 문제에 대해 제대로 직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더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네가 처한 문제에 책임이 너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 과정에서 존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지만, 사실은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가장 용서할 수 없는 존재는 아마 자신일 것이다.


우리 마음에 생긴 문제를 제대로 직면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문제를 제대로 받아들였다고 해서 한순간에 마음이 치료되지 않는다. 매일 매일 이 문제와 씨름하고 싸워야 온전한 나 자신으로 설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또 자기연민의 감정이 내 안에 피어나, 다른 나쁜 습관으로 자신을 엉망으로 만든다.


이해와 용서 = 그 당시 내게 상처를 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용서함으로써 마침표를 찍는다.


존은 그 상담 이후, 자신의 마음에 상처를 줬던 대상에게 찾아가 오히려 용서를 구한다. 학창 시절 선생님, 동네 옷가게 주인, 사회복지협회 담당자, 그리고 하반신 불구가 됐던 교통사고의 운전자 덱스터까지,


존은 덱스터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

존: 사실 너에게 사과하러 왔어. 그동안 나도 깨달은 게 있어, 널 만나기 오래전부터 내 인생은 엉망진창이었어, 괜찮아, 정말이야 미안해하지 마, 네가 정말 많이 힘들었을 거야. 네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


존에게 이제 용서해야 할 사람은 단 한 명만 남았다. 바로, 자신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줬던 어머니. 존은 어머니 초상화 앞에 선체로 독백한다.

존: 엄마한테 욕하고 소리 지르면서도, 엄마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해본 적은 없네요. 날 포기하는 게 정말 힘들었겠죠. 엄마 어디에 계시든 이것 하나만 알아주세요. 당신을 용서할게요. 괜찮아요.

이제 존의 용서 리스트는 모두 지워졌다. 존은 문제에 직면하고 보니, 나 자신을 위해서 누군가를 용서해야 지금의 감정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분노의 감정을 복수로 대하면, 그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결국엔, 나 자신이 죽고 만다. 역설적이게도, 분노의  마침표는 용서다. 그저 내 마음을 비움으로써, 새로운 좋은 감정으로 채워진다. 존은 이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될까? 영화의 끝이 궁금하다.


말끔히 비우기 = 외부로부터 받은 상처들 외에, 자신이 스스로 준 상처를 용서하고 비워 새로운 것으로 채운다.


존은 용서하기를 다 마친 후 도니의 집으로 갔다. 존은 도니에게 용서하고 싶은 사람을 다 용서했다고 말한다. 그때 도니는 이렇게 말한다.

도니: 당신 자신은 용서했나요? 당신 어머니만 잘못한 게 아니에요. 당신 자신도 용서해야 해요. 덱스터 말을 들은 당신을 용서해야 해요. 그날 밤 덱스터와 함께 나간 당신을 용서해요.


며칠 후 둘은 다시 대화한다.

도니: 자신을 용서했나요?

존: 그런 것 같아요.

도니: 내가 어떻게 술을 참는지 알아요?

존: 다시 한번 이야기해주세요.

도니: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이 있어요. 정말 좋고 다정한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난 무척 이기적인 사람이었어요. 어느 날 그가 우리 집에 왔는데, 제가 술에 취해 바닥에 누워 발작을 일으킨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술을 마시고 싶을 때 나 자신이나 내 인생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떠올려요.

존은 이제 치료의 마지막 단계를 마쳤다. 그는 더 술을 마시지도 않고 누군가를 탓하거나 세상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런 감정이 지나고 나니, 존은 온전한 자신으로 살 수 있게 됐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만화를 그리고 사람들은 그를 좋아해 준다.


새로운 무언가로 채우기 위해, 그는 자신 안에 있었던 오래된 감정과 상처, 분노를 비워냈다.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서는 내 안에 있는 다른 무언가를 비워야 한다.


이건 비록 존의 이야기지만, 사실 한편으로는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알게 모르게 받은 상처, 그것을 탓하며 자기연민에 빠지는 순간들, 지금의 감정을 피하고자 무언가에 의존하는 모습.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스스로 자기 발목을 잡으며, 제자리걸음하고 다시 또 자신을 미워하게 되는 고통의 굴레.


돈 워리 영화는 우리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


너에게 처한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해결되지 않으며, 그것을 올바르게 직면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할 때, 너는 너 자신을 비울 수 있으며, 진정 새로운 무언가로 채울 수 있게 된다.


이번 여름, 지친 마음을 달래는 영화 ‘돈 워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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