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풍경 그리고 친구
다른 세계의 문화를 경험하고, 그 문명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2월 27일 일요일, 바깥으로 발걸음을 나섰다. 어느 곳이든 그 공간의 색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다리로 직접 다가가야 한다. 내가 본 블랜타이어의 색채는 매우 정겨운 빛깔이었다. 정형적인 지형지물과 디자인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좋았다. 물론 말라위 현지인들에게는 평범한 건물일 뿐이겠지만, 외지인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허름해 보이지만, 그곳에는 분명 그 나라만의 고유한 특징이 묻어있다.
현지인들과 눈이 마추질 때면 그들은 넉살 좋게 인사를 건넨다. 조금은 노후해 보이지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정이 넘쳐난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은 나에게 더욱 호감을 준다.
오후 2시경, 홀리스라는 현지인의 집으로 안내를 받았다. 그 집에 가면 구아바와 아보카도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블랜타이어 마을에는 아보카도 나무가 넘쳐나서 그들도 다 먹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구아바는 생소한 열매였다. 다 익으면 노란 빛깔이 돌면서 점점 달아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덜 익은 푸른 구아바를 먹는 바람에 원래 맛이 떫은 줄로 알았다. 캣이 건네준 노란 구아바는 아주 달았다. 특히 속이 붉은 게 어떻게 보면 참 예쁘게 보였다.
현지인 친구인 원왕가와 프랭크는 말라위 옥수수를 사주겠다고 나를 한 거리로 데려갔다. 말라위에서는 옥수수를 불에 그대로 구워 먹곤하는데, 맛은 굉장히 고소하지만 빠르게 먹지 않으면 금방 딱딱해지기 때문에 속도를 내야한다. 내가 절반 정도를 먹었을 때, 원왕가와 프랭크는 이미 다 먹고난 후였다. 나는 무엇보다 그들이 남에게 뭔가를 사줄 만큼 재정이 여유롭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옥수수 하나에도 친절이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만난 지 3일 채도 되지 않은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성인이 된 이후 나는 한국에서 사람과 잘 사귀지 못했다. 분명 학창시절 때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 우정을 쌓을 조건이 됐다. 하지만 머리가 커버린 나에게 우정이란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형성할 수 없는, 충분히 시간과 정신의 비용이 드는 것이었다. 어쩌면 애초에 사람 사이에 피어나는 정이란 그런 식인 게 당연한 거였다. 오해한 건 나였지, 달라진 게 있다고 한다면 우정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진입장벽이 좀 높아졌다는 것. 그리고 나는 그 벽을 굳이 넘으려 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말라위에 오니 마치 친구 사귀기가 중학생 시절에 그랬던 것만큼이나 쉽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이곳은 애초에 그 우정의 진입장벽이 낮을 뿐더러, 경계가 없다. 그것이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나는 내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계에 와서, 나와 다른 그들과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 나를 비우고, 앞으로 좀 더 새로운 세계를 마음에 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