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생각이 많은 사람의 기록

by 서대희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가만히 있는 사람이 아니다.

몸이 멈춰 있는 순간에도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운전을 할 때도 그렇고 집에 혼자 있을 때도 그렇다.
하루가 끝나고 주변이 조용해질수록 내 머릿속은 오히려 더 시끄러워진다.

방금 했던 말들, 조금 과했던 솔직함,
굳이 하지 않았어도 됐을 문장들. 이미 지나간 순간인데도

내 머릿속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장면처럼 몇 번이고 다시 재생된다.

‘그 말을 굳이 했어야 했을까.’
‘조금 덜 솔직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그 말을 어떻게 들었을까.’

아마 나는 그냥 생각이 많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누군가에게 꺼내 놓기에는 조금 애매하다.
술자리에서 할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지하게 털어놓기에는 어딘가 조금 쓸데없는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이곳에 적어 보려고 한다.

대단한 이야기도 아닐 것이고
거창한 결론이 있는 글도 아닐 것이다.

나는 멋진 어휘로 문장을 꾸밀 줄 아는 사람도 아니고
정교한 문장으로 글을 다듬는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 이 글들은 어쩌면 조금 투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대신 가능한 한 나답게 쓰려고 한다.

잘 정리된 문장보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 더 솔직할 때가 있고,
다듬어진 이야기보다 날것에 가까운 감정이 더 진짜일 때도 있으니까.




사람들은 나를 말이 많고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거짓말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도 말한다.

그래서 아마 내가 숨김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비밀이 없는 사람일까.

그렇지는 않다.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가지고 산다.

아무리 깊은 곳에 감추어 둔 비밀이라도

결국은 호수의 수면처럼 언젠가는 떠오른다.

그리고 대부분의 비밀은 아름답기보다는
조금 어딘가 어그러져 있는 것들이다.

아름다운 것은 보통 숨지 않는다.
숨는 것은 대개 조금 추한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 공간에서 조금 솔직해 보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조금 더 똑바로 바라보기 위해서.

비밀을 꺼내 놓는 일은 어쩌면 스스로에게 냉정해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나 자신에 대한 신뢰를
조금 더 쌓아 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그 신뢰가 타인을 믿는 힘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곳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공간도 아니고 정답을 말하려는 공간도 아니다.

그저 생각이 많은 한 사람이 살아가며 남겨 두는
조용한 기록 같은 공간이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지나간 장면들, 가끔은 혼자 오래 곱씹게 되는 감정들.

어쩌면 이 글들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버티며 살아간다.

나는 그저 생각이 조금 많은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머릿속을 떠다니던 생각 하나를
여기다 조용히 내려놓는다.

이곳은 내 주위 사람들이 모르는 나만의 작은 공간이다.

그리고 이 기록의 첫 페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