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교육의 허상과 GPU의 부재
– 왜 우리는 아직도 ‘6개월 국비교육’에 미래를 걸고 있는가
오늘은 좀 더 날것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요즘 한국의 AI 생태계를 들여다보면
마치 2000년대식 제조업 마인드로 미래 산업을 운영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겉으로는 국가 AI 전략, 디지털 인재 양성, 슈퍼컴퓨팅 구축 등 그럴싸한 단어들이 넘쳐나는데 정작 핵심 인재·핵심 자본·핵심 의사결정 구조는 비어 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 틈을 데이터로 분석해보면 문제는 더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실리콘밸리 주요 투자 기관(Andreesen Horowitz, Sequoia, Founders Fund)은 공통적으로 말합니다.
Top 1% 인재 하나가 스타트업 100개보다 낫다.
OpenAI의 핵심 연구진 30명,
DeepMind의 핵심 브레인 40명,
Anthropic의 창립 멤버 12명이 만들어낸 산업적 파급력은 GDP 단위입니다.
그들은 6개월 교육을 받아서 만들어진 인력이 아니라
장기간 연구·실험·GPU 자원·고성능 팀 구조에 의해서 성장한 인재들입니다.
AI는 결국 ‘사람’의 싸움입니다.
모델이 아니라 사람.
파라미터가 아니라 사고 능력.
데이터로 보면 한국의 기술 인력정책은 AI 시대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 6개월 국비교육 과정: 최근 4년간 3배 증가
- AI 부트캠프 평균 GPU 사용 시간: 일주일 미만
- 교육비는 매년 증가하지만 채용 연계율은 30% 이하
- 실제 AI 연구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은?
연구 경험, 논문 구현 능력, 대규모 데이터셋 실험력, 클라우드/분산 시스템 이해 등
→ 국비교육과의 매칭률 10% 이하
왜 이런 제도가 반복될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 정부는 “교육을 했다는 숫자”로 성과를 내기 때문이다.
교육생 10,000명은 숫자로 보이지만 GPU 1,000대 구축은 비용으로만 보입니다.
인재 한 명을 5년간 ‘진짜 연구자’로 키우는 프로젝트는 성과 측정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단기 교육 → 취업률 집계 → 보도자료 발표
이런 구조가 계속 반복되는 것입니다.
현재 H100 기준,
- H100 한 대 = 약 4,000만원
- 한국 정부의 연간 AI 인재 양성 예산 = 약 4,000억 원대
단순 계산을 해보면 매년 1만 개의 H100을 구매할 수 있는 예산입니다.
1만 개 GPU?
스타트업 생태계가 뒤집힙니다.
그 정도 규모면 한국 자체의 OpenAI급 실험집단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단 1개의 H100도 구하기 어려움
- 8카드 서버 하나에 팀 전체가 매달리는 상황
- GPU 비용 때문에 기초 연구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제약적 환경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말합니다.
“정책지원보다 GPU 한 대가 더 절실하다.”
현장의 진짜 목소리입니다.
한국의 기술 정책은 행정가 중심(Non-technical) 구조가 핵심입니다.
- AI 경험 無 → AI 정책 결정
- 연구 경험 無 → 연구개발 방향성 결정
- 클라우드·GPU 경험 無 → 예산 배분 결정
각 기관은 자기 성과를 남기기 위한 사업을 선호합니다.
- 교육생 ○○명 배출
- 교육 과정 몇 회 진행
- 세미나, 포럼, 박람회 개최
이런 지표로는 AI 혁신이 단 1cm도 전진하지 않습니다.
반면 글로벌 AI 리더 국가들은 어떤가요?
미국
- DARPA, NSF, NIH 등 핵심기관의 책임자는 대부분 PhD 출신 연구자
- 탑티어 엔지니어들이 정책 자문 참여
- 스타트업 지원은 대부분 GPU·연구비 중심
영국·프랑스
- AI Supercomputing Cluster 구축 후 스타트업·연구자에게 무료 지원
UAE
- 국부펀드가 직접 GPU와 연구 허브를 구축
→ OpenAI 경쟁 모델인 Falcon 개발
한국은?
“교육생 2만 명 양성했습니다!”
의미없는 수치가 AI 산업의 성장을 의미한다고 믿는 순간 미래는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AI 패러다임은 명확합니다.
1) 특급 인재 집중 육성 (소수 정예)
- 100명 양성할 비용으로 최상위 3명을 5년간 몰빵하는 정책
- 연구실 기반, GPU 기반, 논문 기반의 장기 육성
2) AI 스타트업에게 GPU 실탄 지급
- GPU 클러스터 국가 운영
- 실험할 수 있는 환경 제공
- VC·공공·대학·기업의 공동 인프라 운영
3) 정책결정자에 ‘기술인재’를 앉혀야 한다
- 최소한 ML/DL 연구 경험자
- 클라우드·GPU 이해
- 스타트업 생태계 경험자
4) 교육보다 ‘연구생태계’를 키워야 한다
- 논문 구현, 공동 연구, 글로벌 챌린지 참여
- 기술 커뮤니티 활성화 (Kaggle, Papers with Code 등)
한국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지식의 암기와 재생산 중심입니다.
AI는 사고의 실험과 실패의 누적으로 만들어지는 산업입니다.
한국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지만 AI는 실패 없이는 발전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많은 사람을 교육’하려 하지만 AI는 ‘특별한 소수만이 산업을 움직입니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한국의 AI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구호와 숫자에 갇혀 있을 것입니다.
AI 산업은 본질적으로 떨어지는 비용(curve)과 쌓이는 재귀적 학습(loops)에서 성장합니다.
한국이 진정한 혁신을 원한다면 교육생 숫자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특급 인재 한 명에게 모든 걸 몰아주는 방식이 더 효율적입니다.
미국의 Anthropic은 창립 멤버 12명으로 시작해 세계적 기업이 됐습니다.
한국은 12명에게 투자하는 대신 12,000명을 양성했다고 자랑합니다.
결국 시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AI는 숫자가 아니라 깊이가 만든다.”
한국이 AI에서 진짜 도약하고 싶다면 짜잘하고 의미없는 국비지원의 기존 교육이 아니라
사유하는 기술자,
그들이 무제한 연구할 수 있는 환경(GPU·데이터·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이 시대에 바꿔야 할 “근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