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의 부자 공식이 반쪽인 이유

주변을 보고 나부터 파악하기

by DataSopher



피곤한 퇴근길, 짧은 영상 하나가 제 손가락을 멈추게 합니다.

“부자 되는 법 3가지.” “영앤리치의 루틴.” “한 달 만에 월 1,000 벌기.” 그 말들은 이상하리만큼 단정해요. 복잡한 현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주고 내 불안을 ‘내 탓’이 아닌 ‘방법을 몰라서’로 바꿔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부터가 함정입니다.

성공담은 통계가 아니고 바이럴은 진실의 증거가 아닙니다. 우리가 보는 건 ‘전부’가 아니라 ‘살아남은 샘플’이에요. 데이터로 말하면 survivorship bias(생존자 편향)입니다. 성공한 사람이 카메라 앞에 서는 건 당연합니다. 실패한 사람은 조용히 사라지니까요. 그러니 화면 속 세계는 필연적으로 “될 사람만 된” 세계로 재편됩니다.


더 거칠게 말하면 인플루언서의 “부자 되는 법”은 종종 반쪽짜리 지도예요.

지도는 친절한데 축척이 없고 위험표시가 없습니다. “이 길로 가면 도착한다”고 말하지만 그 길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운·환경·시점 위에 세워졌는지 말하지 않아요. 심지어 누군가는 ‘부자되는 법’을 가르치며 더 큰 돈을 벌기도 하죠. (강의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유혹이 크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부자 남편을 만나는 법” 같은 강의로 큰 수익을 올리다 제재를 받은 인플루언서 사례도 보도된 바 있습니다.


“영앤리치”라는 단어도 비슷합니다.

원래는 소비·유통 업계가 젊은 고소득층을 분류하기 위해 쓰던 말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하나의 정체성 상품이 됐습니다. 영앤리치처럼 보이는 법, 영앤리치의 소비, 영앤리치의 말투. 부는 ‘연출’로 거래됩니다. 연출 시장에서 가장 비싼 재료는 언제나 타인의 시선이에요.


여기서 저는 철학자들의 오래된 질문을 끌어옵니다.

“너 자신을 알라.” 너무 교과서 같죠?

그런데 이 문장이 오늘날 다시 강해진 이유는 간단합니다. 알고리즘 시대의 ‘부자’는 자기 인식의 문제로 넘어왔기 때문입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감당할 수 있으며 어떤 리스크에 취약한지 모르는 사람은 새로운 방법을 배울수록 더 흔들립니다. 더 많은 정보를 먹을수록 더 불안해지는 역설이 생겨요.


그래서 저는 “부자 되는 법” 대신 이렇게 바꿔 말하고 싶습니다.

“나를 망하게 하는 패턴부터 찾자.”


나는 불안하면 결정을 서두르는가?

나는 비교를 하면 지출이 늘어나는가?

나는 피곤할수록 ‘단정적인 말’에 기대는가?

나는 주변의 조언을 ‘검증’이 아니라 ‘위안’으로 소비하는가?


이 질문들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조회수도 안 나올 겁니다. 하지만 이 질문들이야말로 내 삶의 기본 데이터예요. 그 다음에야 비로소 주변을 봅니다. 내 동네의 산업, 내가 속한 팀의 시장가치, 내가 자주 만나는 사람들의 언어, 내 몸의 컨디션, 내 하루의 에너지 흐름. 부는 멀리 있는 비밀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습관과 관계, 기술과 체력에서 자랍니다.


재미있는 건 업계에서도 ‘영앤리치’를 이야기할 때 실제론 돈 관리의 기술보다 불어난 자산을 어떻게 다루는가(리스크·세금·관리) 같은 현실 이슈가 더 크게 등장한다는 점이에요. ‘돈을 버는 법’보다 ‘돈을 다루는 법’이 어렵다는 얘기죠. 그런데 알고리즘은 어려운 걸 싫어합니다. 쉬운 걸 팔고 싶어하죠.


영앤리치가 되려 하지 말고 ‘나 자신에게 신뢰받는 사람’이 되자.

내가 나를 믿는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1)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가, 2) 체력과 집중이 유지되는가, 3) 관계에서 도망치지 않는가, 4) 배움이 쌓이는가.


돈은 그다음입니다.

돈이 목적이 되면 삶이 얇아지고, 삶이 두꺼워지면 돈은 결과로 따라옵니다. 알고리즘이 팔아주는 환상이 아니라 내가 직접 측정한 삶의 데이터로 나를 설계하는 것. 그게 진짜 ‘부자’의 출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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