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따라잡을 수 없는 판을 만든 기성세대에게
언제부턴가 청년 세대에게 가장 쉽게 던져지는 말이 생겼습니다.
“주식이나 코인 같은 거 하지 말고, 땀 흘려 착실하게 벌어라.”
겉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성실함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노동은 여전히 인간을 지탱하는 기본입니다.
문제는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성실의 규칙이 통하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게으름 때문에 조급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급합니다.
월급이 조금씩 오르는 속도보다 자산 가격이 뛰는 속도가 더 빠르고,
노력의 총량보다 출발선의 차이가 결과를 더 크게 바꾼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배워버렸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통계청 분석은 코로나19 전후
20~30대 청년세대가 다른 연령대보다 근로소득 증가가 낮았고,
부채 활용은 컸으며,
전세·부동산 가격 급등 속에서 순자산 증가는
정체되거나 변동성이 커졌다고 짚었습니다.
더 노골적인 숫자도 있습니다.
최근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으로 39세 이하 가구의 자산은 전년 대비 0.3%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40대와 50대 자산은 각각 7.7% 늘고 60세 이상도 3.2% 증가했습니다.
청년에게는 “투기하지 마라”라고 말하면서
현실에서는 자산을 가진 세대만 자산이 불어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 한국 사회는 청년에게 유난히 불리한 구조적 신호를 동시에 보내고 있습니다.
국가통계연구원의 「한국의 사회동향 2025」는 청년이 시간당 임금이 가장 낮고,
청년·고령층·저소득층에서 임차가구 증가와 월세화가 뚜렷하다고 설명합니다.
한쪽에서는 “차근차근 모아라”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그 차근차근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주거·임금·안정의 기반이 계속 얇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 지점에서 기성세대의 모순은 선명해집니다.
자신들이 누린 성장의 사다리는 걷어차고,
사다리를 잃은 세대에게는 더 열심히 오르라고 말합니다.
자신들은 부동산과 자산시장 상승의 수혜를 누리면서
뒤에 오는 세대가 시장으로 몰리면 “조급하다”고 꾸짖습니다.
자신들의 자산 방어에는 누구보다 민감하면서도 다음 세대의 자산 형성에는 도덕부터 가르칩니다.
저는 여기서 진짜 문제를 ‘꼰대성 훈계’ 그 자체보다 더 깊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위험은 청년에게 전가하고 기회는 기존 자산 보유자가 독점하는 사회 구조입니다.
OECD도 한국 경제에 대해 2025년 성장률을 1.0%로 전망하며 내수 부진과 불확실성을 지적했고,
고령화와 세대 간 불평등은 앞으로 더 중요한 정책 의제가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성장의 과실이 넓게 퍼지지 않는 저성장 국면에서 세대 간 갈등은 분배 구조의 문제로 바뀝니다.
저는 청년에게 “투자하지 마라”라고만 말하는 기성세대의 조언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투자를 무조건 미화하자는 뜻도 아닙니다.
무작정 주식과 코인은 분명 위험합니다.
그러나 더 위험한 것은 노동만으로도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오래된 신화를
아직도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일입니다.
오늘의 청년이 원하는 것은 쉽게 큰돈 버는 요행이 아닙니다.
최소한 성실함이 완전히 조롱당하지 않는 구조,
땀의 가치가 자산 가격 앞에서 무력해지지 않는 사회,
훈계가 아니라 설계가 있는 어른입니다.
기성세대가 정말 다음 세대를 걱정한다면 “참아라”보다 먼저 해야 할 말은 이것입니다.
“우리가 만든 격차를 인정하겠다.”
“성실이 통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치겠다.”
“너희의 조급함을 비난하기 전에 왜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지부터 이해하겠다.”
청년을 나무라는 사회는 오래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청년을 잃는 사회는 결국 미래를 잃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청년에게 덜 욕망하라고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욕망이 투기로만 흐르지 않도록 사회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일입니다.
성실을 말하려면 먼저 공정한 판을 만들어야 합니다.
판은 기울어져 있는데 마음가짐만 똑바로 하라고 말하는 사회는
사실상 아무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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