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귀신

-의인화 창작동화-

by 겨울나무

몹시 무더운 한여름입니다.

벌써 여러 날째 무쇠라도 녹여버릴 것 같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어찌나 날씨가 후덥지근하고 더운지 나무 그늘 밑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구슬 같은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릴 지경입니다.

그렇게 무더운 양지바른 산기슭이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잠시도 쉬지 않고 모래 구덩이를 열심히 파고 있는 애벌레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이토록 무더운 날씨임에도 왠지( * )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계속 구덩이를 파고 있었습니다. 바로 개미귀신이란 애벌레였습니다.

"흐흐흐, 이제 조금만 더 파면 마침내 완성되겠는걸!“

개미귀신은 가끔 자신이 파 놓은 구덩이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합니다. 곱디고운 모래로 흡사 깔때기처럼 파 놓은 구덩이가 그렇게 멋지고 만족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개미귀신은 머리 부분에 달린 날카롭고도 무섭게 생긴 두 개의 집게발을 이용하여 계속 구덩이를 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마침내 멋진 구덩이가 완성되었습니다.

"자, 이제 슬슬 구덩이 밑으로 들어가 볼까. 그리고 개미가 저절로 미끄러져 들어올 때만 기다리면 된다, 이 말씀이야! 흐흐흐…….“

개미귀신운 일단 깔때기 모양으로 생긴 모래 구덩이 맨 밑바닥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그다음에는 겉에서 보이지 않게 모래로 자신의 몸을 감쪽같이 덮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날카롭게 생긴 두 개의 집게발만 모래 위로 삐죽하게 내민 채 숨소리조차 죽이고 개미가 굴러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에구머니나, 엄마, 나 좀 살려 줘요!"

아니나 다를까, 잠시 뒤에 구덩이 근처를 지나가던 개미 한 마리가 개미귀신이 파놓은 구덩이 아래로 미끄러져 굴러떨어지며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자 개미귀신은 삽시간에 재빨리 굴러떨어진 개미를 날카로운 집게발로 꽉 물기가 무섭게 감쪽같이 땅속으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흐흐흐,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하지만 난 얼마 뒤에는 명주잠자리가 될 몸이거든. 그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널 잡아먹을 수밖에 없단 말이야. 내가 바로 명주잠자리가 될 애벌레라 이 말씀이야. 알아듣겠니? 흐흐흐…….“

개미귀신은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군침을 한번 꼴깍 삼키고는 곧 꿀처럼 달콤한 개미의 체액을 순식간에 빨아먹어 치웠습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개미의 체액을 삽시간에 빨아먹고 난 개미귀신은 또다시 다른 개미가 굴러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개미들은 그 뒤에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굴러떨어지곤 하였습니다.

개미귀신은 그때마다 아주 능숙한 솜씨로 재빨리 개미를 물고 땅속으로 끌고 들어가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개미의 체액을 부지런히 그리고 맛있게 빨아먹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개미귀신은 금세 배가 불렀습니다. 그렇게 신바람이 날 수가 없었습니다.

개미귀신은 그렇게 구덩이 밑으로 굴러떨어지는 개미를 쉴 새 없이 잡아먹으며 세월이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그러나 개미들에게는 이런 날벼락이 없었습니다. 이토록 끔찍한 비극이 오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커다란 나무 그늘 밑으로 개미 떼가 구름처럼 모여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모두가 하나같이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울상을 짓고 있었습니다.

개미 떼들이 모두 모이자 어느 개미가 먼저 울먹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얼굴 가득 수심이 가득한 젊은 아줌마 개미였습니다.

”저는 며칠 전에 다 자란 우리 딸아이가 시집도 못 가 보고 개미귀신에게 그만…….“

아줌마 개미에 이어 그다음에는 다른 개미들도 하나씩 앞을 다투어가며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비극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저는 어제 남편과 아들을 한꺼번에 잃고 말았습니다.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저 억장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습니다. 으흐흑…….“

”전 바로 조금 전, 동네를 한 바퀴를 산책하다가 아차 하는 순간에 그만 모래구덩이에 굴러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기를 쓰고 겨우 탈츨하여 그나마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안 가서 우리 개미들 모두 전멸하고 말 것이 틀림없습니다.“

말을 마친 개미는 조금 전에 아찔하고 끔찍했던 순간을 생각조차 하기 싫다는 듯 몸서리를 치며 부르르 떨고 있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엄마와 아빠를 모두 잃고 하루아침에 생 고아가 된 어린 개미들도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개미들의 하소연과 넋두리가 계속 끊이지 않자 이번에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개미가 제법 위엄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자! 이제 그만 진정들 하시고 잠깐 조용히 해 주세요. 그래서 우리는 오늘 어떻게 하면 더이상 희생을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좋은 의견을 듣기 위해 여기 모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혹시 무슨 좋은 의견이 있으신 분부터 말씀해 주세요.”

“……?“

”……?“

그러자 개미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모두 입을 다문 채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뒤에 젊은 개미 하나가 나섰습니다.

"우리가 모두 힘을 합해 큰 돌을 여러 개 운반한 다음, 그것을 개미귀신이 숨어있는 구덩이에 굴려 버리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러면 개미귀신이 무거운 돌멩이에 깔려 죽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더이상 우리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요! 그거 아주 좋은 방법이군요.“

”옳소!“

젊은 개미의 설명을 들은 다른 개미들은 아주 멋진 방법이라며 일제히 손뼉까지 치며 좋아하였습니다.

그러자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나이 많은 개미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개미귀신이 우리들을 아주 끔찍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잡아먹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생각 같아서는 우리들도 그와 똑같은 방법으로 개미귀신에게 보복을 하고 싶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와 똑같은 방법으로 앙갚음을 한다면 우리도 똑같이 나쁜 죄를 짓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좋은 방법이 있으면 말씀해 보세요!“

나이 많은 개미의 말이 끝나자 개미들은 또다시 서로 눈치만 살피면서 한동안 침묵이 흘렀습니다. 듣고 보니 나이 많은 개미의 말도 옳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다른 개미 하나가 벌떡 일어서며 입을 열었습니다.

"개미귀신도 잔인하게 죽이지 않고, 우리의 희생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우리들이 힘을 모아 나뭇잎을 물어다가 구덩이에 잔뜩 넣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옳소! 그거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미들은 이번에도 모두 손뼉을 치며 좋아했습니다. 그러자 나이 많은 개미의 표정도 환하게 밝아지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그다음 날부터 개미들 모두가 다 모여서 나뭇잎을 물어다 구덩이 속에 집어넣는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물어다 넣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자 이제 개미귀신이 파놓은 구덩이는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 대신 모래 구덩이는 어느새 나뭇잎으로 쌓아 올린 높은 봉우리가 새로 생기고 말았습니다.

그 뒤부터는 마침내 개미들이 단 한 마리도 희생을 당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처럼 또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일을 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한편 개미귀신은 더 이상 개미의 체액을 빨아먹는 재미를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거운 나뭇잎 밑에 깔려 있는 개미귀신은 어쩐 일인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아무 걱정이 없다는 듯 조금도 겁을 내지 않고 너털웃음을 짓고 있었습니다.

"홍! 너희들이 아무리 그런다고 내가 겁낼 줄 알았니? 난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여섯 달 정도는 거뜬히 견뎌낼 수 있는 애벌레란 걸 몰랐지? 으하하하…….”

개미귀신은 그 뒤로부터는 전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나뭇잎 밑에 깔린 채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하루속히 명주잠자리가 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 )




< 우리말 익히기 >

'왠지'와 '웬지’

왠지 ; '왜인지'가 줄어든 말로서 '왜 그런지 모르게', '무슨 까닭인지'와 바꾸어 쓸 수 있는 말이다.

예) 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웬지 ; '어찌 된', '어떠한의 뜻을 가진 관형사, 관형사는 조사도 불지 않고 어미 활용도 하지 않는다.

예) '이게 웬 떡이냐?. '웬 말이 그렇게 많아.‘


<참고> ’어찌 된‘, '어떤’과 바꾸어 쓸 수 있을 경우에는 '웬‘을, 무슨 까닭인지로 바꾸어 쓸 수 있을 경우에는 '왠지’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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