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내리는 밤

-의인화 창작동화-

by 겨울나무

몹시( * ) 추운 겨울밤입니다.

짙은 회색빛으로 물든 하늘에서는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 잔뜩 찌푸린 날씨입니다.

마치 커다란 버섯처럼 생긴 초가집 처마 밑에는 아기참새가 엄마와 단 둘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엄마, 나 추워서 잠이 안 와.“

한동안 엄마 품속에서 잠을 청하고 있던 아기참새가 칭얼거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겨울 날씨가 이만하면 됐지 얼마나 더 따뜻하길 바라니? 두 눈을 꼭 감고 엄마 품에 바짝 더 붙어보렴.“

”으응, 알았어.“

엄마 참새는 양쪽 날개를 활짝 펴서 아기참새의 몸을 더욱 힘을 주어 꼬옥 껴안았습니다.

아기참새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두 눈을 꼬옥 감았습니다. 그리고는 엄마의 품속을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엄마의 품속은 정말 아늑하고 포근하며 따뜻하기가 그지없습니다.

엄마 참새는 그런 아기참새의 모습이 몹시 귀엽고 대견스럽다는 듯 이마에 연신 뽀뽀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조금 뒤에 아기참새가 다시 몸을 뒤척이며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나 그래도 여전히 잠이 안 오는데 어쩌면 좋지?“

”에이구, 우리 귀여운 강아지 딱하기도 해라. 그럼 이번에는 잠이 올 때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계속 세어 보렴.“

”으응, 알았어. 하나, 두울, 세엣 네엣, 다아섯…….“

아기참새가 이번에는 다시 하나, 둘을 세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세고 또 세어보기를 몇 번이나 되풀이해 보지만, 오늘따라 웬일인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습니다.


그러는 동안 겨울밤은 점점 더 깊어만 가고 있었습니다.


”부엉, 부우엉…….“


그때 멀리 어디에선가 한동안 뜸하던 부엉이 울음소리가 다시 들려옵니다.


”엄마, 시끄러워서 잠이 안 와. 부엉이 아저씨는 밤에 잠도 안 자나?“

”에이구, 우리 강아지 정말 탈도 많구나. 이러다가는 엄마까지 밤을 홀딱 새우고 말겠구나.“

엄마 참새가 이번에는 약간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포근한 날개깃으로 아기참새의 두 귀를 꼬옥 막아주었습니다.


”에이구, 에이구, 이눔의 어깨쭉지야!“


아기참새의 귀를 막아주기 위해 날개를 움직이던 엄마 참새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고통스러운 신음이 저절로 나옵니다.


엄마 참새가 그렇게 신음 소리를 내는 것은 비단 오늘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전부터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가끔 지금처럼 고통스러워하곤 하였습니다.

고통을 참다 못한 엄마 참새의 표정이 어둡게 일그러지고 말았습니다.


”엄마, 어깨가 자꾸만 아파? 왜 어깨가 자꾸만 아픈 거야?“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어른이 되면 누구나 다 그런 거란다.“

”……?“

엄마 참새는 이렇게 얼버무려 대답하고는 긴 한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오래전의 끔찍했던 기억을 애써 삭이려는 듯 더욱 어두운 표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늘따라 엄마 참새가 연신 어두운 표정을 짓는 걸 본 아기참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시 엄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어디가 아픈지 얘기를 좀 해 봐. 그래야 내가 얼른 낫게 해줄 게 아니야?“

”…….“

엄마 참새는 그런 아기참새의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대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아기참새의 얼굴에 연신 뽀뽀만 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엄마 참새가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아가야, 잠이 그렇게 안 온다니까 그럼 옛날이야기 하나만 해줄까?

“그래, 그래. 그게 좋겠다!”

옛날이야기를 해준다는 말에 아기참새는 신바람이 나고 생기가 났습니다. 눈망울이 금방 똘망똘망 빛나면서 잠은 이미 멀리멀리 뺑소니를 치고 말았습니다.


“옛날에, 옛날에 우리처럼 참새네 식구들이 살고 있었단다. 아빠, 엄마, 아들 딸 이렇게 네 식구가 서로 사랑하며 아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단다.”

“으응, 그래서?”


“어느 해 겨울이었단다. 아빠와 엄마 참새는 어린 아기 둘을 집에 남겨 둔 채, 양식을 구하려 나가지 않았겠니. 아기들에게 먹일 양식을 말이야.”

“그래서요?”

“그러다가 얼마 후, 집으로 돌아온 아빠와 엄마 참새는 그만 뜻밖의 광경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리고 말았단다.”

“그래요? 무슨 일이 벌어졌는데요?”

궁금증을 참다 못한 아기참새의 두 눈이 아까보다 더욱 반짝거리며 빛이 났습니다.

“아, 글쎄, 그런데 어디서 갑자기 공기총을 든 사냥꾼 아저씨가 와서 바람을 쐬기 위해 이제 막 집 밖으로 나오고 있는 아기참새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게 아니겠니.”

“어휴, 무서워라! 그래서요?”

아기참새는 금방 겁에 질린 표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참새 남매는 전혀 그런 위험한 눈치를 채지 못하고 딴청을 하고 있었지. 그리고 아빠와 엄마 참새가 돌아오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래서?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는데요?”


"이윽고 사냥꾼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이었단다. 기겁을 해서 놀란 엄마 참새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빠 참새를 향해 다급히 소리를 질렀단다.“

”뭐라고요?“

”뭐라고 하기는……. 여보! 우리 아기들을 구해줘야 돼요! 하면서 소리소리 질렀지.“

”그래서요?“

”그러자 아빠 참새는 아기참새들을 구하기 위해 쏜살같이 날아갔단다. 죽을 결심을 하고 말이란다. 그리고 엄마 참새도 곧 아빠 참새의 뒤를 따라 급히 날아갔단다.“


”그래서 그다음에는 또 어떻게 됐는데요?“


”아빠 참새가 죽을 기를 쓰고 달려가서 마악 아기참새들의 손을 잡고 급히 도망을 치려던 순간이었단다, 마침내 사냥꾼이 방아쇠를 당기고 말았단다. 결국, 남매를 구해내려던 아빠는 아들 참새와 같이 총에 맞아 그만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단다.“


”그럼 엄마 참새와 딸 참새는요?“

아기참새의 물음에 엄마 참새는 무슨 일인지 그만 슬픈 표정이 되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한참 뒤에 다시 간신히 무거운 입을 천천히 열었습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할까. 엄마는 어깨에 그만 가벼운 상처만 입은 채 간신히 딸 참새 하나만 데리고 도망칠 수 있었단다.“


”이휴, 너무 끔찍하고 무서워 말이 안 나오네. 정말 자식들을 위해 목숨까지 아끼지 않았던 대단한 아빠와 엄마였군요.“

”…….“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아기참새는 너무 긴장했던 마음이 풀려서 그런지 그제야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오늘따라 유난히 포근하고 따뜻한 엄마의 품속을 더욱 깊이 파고 들었습니다.


엄마참새는 그때 숨이 막힐 정도로 끔찍하고 무서웠던 광경이 자꾸 머리에 떠오르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넌더리를 치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바보 같은 녀석, 그게 바로 제 이야기인 줄도 까맣게 모르고…….’


어느새 쌔근쌔근 달콤한 잠에 빠져든 아기참새의 모습은 마냥 행복하고 평화스럽게 보입니다.


엄마 참새는 오늘따라 어깨 쭉지가 자꾸만 쑤셔오는 바람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서는 어느새 목화송이보다 더 하얗고 탐스러운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습니다. ( * )





< 우리말 익히기 >


♣ ‘매우’ ‘아주’ ‘몹시’

* 매우: '보통 정도보다 훨씬 더'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 아주: '보통 정도와 비교가 안되게 훨씬 더'를 의미한다. 즉, 매우보다 정도가 더 지나침을 나타낼 때 쓰인다.

* 몹시: '더할 수 없이 심하게'란 뜻으로, 대체로 부정적인 표현을 할 때 쓰인다.

다시 말해서, 매우,아주, 몹시는 모두가 어떤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지만 그 쓰임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다음 문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게 될 것이다.

1. 그녀는 아름답다. 2. 그녀는 매우 아름답다. 3. 그녀는 아주 아름답다.

4. 그녀는 몹시 아름답다.

즉, 문장 1보다는 2가, 2보다는 3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정도가 더 강하다. 그리고 문장 4는 어색하다. 그러므로 2나 3처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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