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키가 작은 오빠

♣ 창작동화 ♣

by 겨울나무

지금 민수와 효정이는 방에서 한창 소꿉장난 놀이에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방문이 살며시 열리면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어이구, 기특한 우리 강아지들. 너무 재미있게 노느라고 엄마가 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그런데 미안해서 이걸 어쩌나!“

엄마는 무슨 일인지 난처해진 표정이 되어 말했습니다.

”엄마,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효정이가 먼저 둥그렇게 된 눈으로 물었습니다.

”사실은 말이지…….”

“응. 어서 말해 보라니까.”


“엄마가 지금 빨래를 하다가 마침 비누가 떨어졌거든. 그래서 마트에 가서 빨랫비누를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킬까 했지.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게 놀고 있으니 아무래도 엄마가 사 오는 게 좋겠구나.“

엄마는 미안한 얼굴로 방에서 도로 나가려고 하였습니다.

”엄마, 괜찮아. 내가 다녀올게. 소꿉놀이는 이따가 다녀와서 해도 되거든.“

”응. 그래 엄마, 바람도 쐴겸 나도 효정이하고 같이 갔다올께.“

그러자 효정이는 갑자기 마땅찮은 얼굴이 되어 오빠를 향해 눈을 흘기며 말했습니다.

”그까짓 비누를 사러 둘이 간다고? 그럼 오빠 혼자 다녀와. 난 안 갈 거란 말이야.“

민수는 무슨 영문인 줄을 몰라 금세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효정이에게 같이 가자고 자꾸만 조르고 있었습니다.

”효정아, 갑자기 너 왜 그래? 난 둘이 가는 게 더 좋거든. 효정아, 같이 가자, 응?“

”싫어. 난 싫단 말이야. 그러니까 오빠 혼자 다녀오란 말이야.“

한동안 남매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엄마가 이상하다는 듯 민수에게 물었습니다.

”민수 너 효정이 하고 싸웠니?“

”아니에요. 그런 거 없어요.“

민수가 펄쩍 뛰면서 도리질을 하였습니다.

”그럼 얼른 같이 갔다가 오면 좋을 텐데 효정이가 왜 저러는 거지?“

”……?“

엄마의 물음에 민수는 여전히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엄마의 심부름은 민수 혼자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효정이가 요즈음 갑자기 오빠와 같이 다니기를 싫어하게 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약 한 달 전, 어느 날의 일이었습니다.

민수와 효정이는 그동안 모아 둔 돼지 저금통을 뜯어 놓고 서로 의논을 하고 있었습니다.

”효정아, 내일 엄마 생일인데 뭘 사다 드리는 게 좋을까?“

”오빠, 우리 이럴 게 아니라 가게에 가서 직접 골라보는 게 어떨까?“

”아하, 그게 좋겠구나!“

민수와 효정이는 그 길로 곧 시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신바람이 나서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뛰어갔습니다.

”오빠, 이거 어때?? 예쁘지?“

한동안 물건을 고르던 효정이가 예쁜 스카프 한 장을 들어 보이며 물었습니다.

”음, 그래, 아주 예뻐 보이는걸. 아마 엄마도 아주 좋아하실 거 같은걸!“

그런데 그때 갑자기 가게 아주머니가 큰소리로 웃으면서 끼어들었습니다.

”호호호……. 가만히 얘기 하는 걸 들어보니까 저 애가 너의 오빠였구나?“

효정이는 아주머니가 그렇게 웃고 있는 이유를 얼른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둥그렇게 된 눈으로 아주머니한테 되묻게 되었습니다.

”네, 우리 오빠예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그러자 아주머니가 여전히 웃으면서 대답하였습니다.

”호호호……. 난 네가 누나이고 저 애가 동생인 줄로만 알았지. 동생보다 키가 작아서 말이야. 근데 뭘 먹었길래 오빠가 키가 그렇게 작지? 동생보다 크려면 앞으로 밥을 좀 많이 먹어야 되겠다, 호호호…….“

…….“

아주머니의 설명을 들은 효정이는 그만 너무나 창피했습니다. 그래서 그 뒤부터는 오빠와 같이 다니기를 싫어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도대체 우리 오빠는 누굴 닮아서 그렇게 키가 작은 거야?’

엄마와 민수는 그런 효정이의 속마음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모처럼 혼자 밖으로 놀러 나갔던 효정이가 엉엉 서럽게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효정아, 너 왜 우는 거니?“

민수가 깜짝 놀란 묻는 소리에 효정이가 억울하다는 듯 여전히 울면서 대답했습니다.


”현식이 그 애가 괜히 훼방을 놓으면서 때렸어. 엉엉…….“

”뭐, 뭐라고? 아니 이 자식을 그냥…….“

민수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듯 갑자기 잔뜩 화가 나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번개처럼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효정이는 그때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키가 작은 오빠지만, 오늘처럼 믿음직하고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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