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아름다운 메아리

♣ 창작동화 ♣

by 겨울나무


오늘따라 학교에서 돌아온 예경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여느 때와 달리 심통이 바짝 난 얼굴입니다.

다른 때 같으면 엄마를 보기가 무섭게 귀찮을 정도로 매달리며 참새처럼 제멋대로 조잘거렸을 예경이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영 그게 아닙니다. 엄마가 반색하면서 맞이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본체만체 쏜살같이 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뒤따라 들어온 엄마가 예경이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예경아, 혹시 무슨 일이 있었니? 입이 남산보다 더 크게 나왔는걸.”

“…….“

예경이는 엄마의 물음에는 아무 대꾸 없이 여전히 심통이 난 얼굴로 전화통에 매달렸습니다. 그리고는 민수네 집으로 급히 전화를 걸고 있습니다.

”……?!“

전화를 몇 번이나 걸어보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신호는 가는데 아무도 전화를 받지를 않았습니다. 그러자 예경이의 마음은 더욱더 불안하고 초조해집니다.

“치이,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는 거지? 그새 정말 이사를 간 건가?”

그런 예경이의 이상한 행동을 보자 엄마가 더욱 궁금한 얼굴이 되어 다시 물었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래? 그리고 지금 누구한테 전화를 걸고 있는 건데?”

“몰라! 엄마는 몰라도 되는 일이란 말이야!”

예경이가 갑자기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빽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 예경이의 눈에는 어느새 굵은 이슬이 방울방울 맺혀 흐르고 있었습니다.

"에그머니나, 깜짝이야! 간 떨어지겠다. 얘가 왜 갑자기 이렇게 소릴 지르고 야단이야? 무슨 일인데 그러니, 응?“

"몰라, 몰라! 나 내일부터는 학교에 안 갈 거란 말이야!“

”학교엘 안 가다니? 갑자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큰 엄마의 눈이 금방 커다란 접시만큼이나 커졌습니다.

“글쎄, 몰라도 된다니까 왜 자꾸만 엄마까지 귀찮게 그래?”

예경이는 다시 한번 이렇게 빽 소리를 지르고는 마치 도망이라도 치듯 밖으로 휙 뛰쳐나가고 말았습니다.

"어머머, 이 애가 점점 못하는 소리가 없네, 예경아! 너 어딜 가는 거야, 응?“

어리둥절해진 엄마가 곧 예경이의 뒤를 쫓으면서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예경이는 들은 체 만 체 아무 대꾸도 없이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바로 조금 전,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예경아, 너 민수 소식 알고 있지?“

”무슨 소식?“

갑자기 뒤에서 쫓아온 윤희가 갑자기 민수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예경이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민수는 예경이가 반에서 가장 좋아하는 남자 친구입니다. 민수를 좋아하는 건 윤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민수가 학교에 나오지 않아서 몹시 궁금했던 예경이입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 종일 민수 생각만 하고 있던 예경이입니다.

“민수 소식이라니? 난 모르는 일인데?”

"모른다고? 너 아직 소식이 형광등이구나? 그 애 오늘 이사 간다고 하던데, 아마 지금쯤 어쩌면 벌써 이사 갔을지도 모르거든.“

윤희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소식에 예경이의 안색이 금세 굳어지며 어두워지고 말았습니다.

“뭐라고? 그게 정말이니? 어디로 간다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 소문을 들어보니까 아마 서울로 간다나 봐.”

“…….”

순간, 예경이는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럴 리가 없어! 나한테 아무 말도 없이, 민수가 그렇게 갑자기 이사를 갈 리가 없어!‘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예경이는 갑자기 넋이 나간 것처럼 정신까지 멍해지면서 어지러웠습니다.


’윤희의 말대로 정말 민수가 그새 이사를 갔으면 어떡하지!‘

집을 뛰쳐나온 예경이는 추운 줄도 모르고 민수네 집을 향해 허겁지겁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민수네 집 앞에 다다랐습니다.

“어엉?”

예경이의 눈이 금방 둥그렇게 커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무리 살펴봐도 집안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이삿짐 차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경이의 가슴이 그만 덜컥 내려앉고 말았습니다.


“민수야! 민수 집에 있니?”

“…….”

예경이는 울상이 된 표정으로 집 안에 대고 민수를 소리쳐 불렀습니다. 민수가 대답할 리라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몇 번이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불러보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예경이구나! 그래 금방 나갈께. 조금만 기다려!“

뜻밖에도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집안에서 민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반가웠습니다. 그것은 분명히 지금까지 예경이가 찾고 있던 민수의 목소리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예경이는 그만 어리둥절해지고 말았습니다.

”어엉?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지금까지 어둡게 잔뜩 일그러졌던 예경이의 얼굴이 금방 대낮처럼 밝아졌습니다. 기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였습니다. 금방 하늘이라도 날아갈 것 같이 마음이 가볍고 홀가분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된 영문을 몰라 여전히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서 와, 많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조금 뒤, 민수가 왠지 민망하고 수줍은 표정으로 대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민수의 얼굴을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예경이가 먼저 다급하게 물었습니다.

"너네 아직 이사 안 간 거야?“

예경이의 물음에 이번에는 민수의 눈이 커다랗게 되어 되물었습니다.

“이사? 이사를 가다니? 우리가 왜 이사를 가?”

예경이는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 그럼 윤희 고 기지배가 나한테 거짓말을……?‘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 봐도 윤희가 공연히 샘이 나서 거짓말을 한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활짝 밝아진 표정이 된 예경이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너 오늘 학교에는 왜 안 나온 거니?“

"으응, 어제부터 감기 기운이 있어서 못 간 기야. 근데 네 목소릴 들으니까 이젠 감기가 다 나은 것 같은걸. 푸후훗…….”

“그래? 그런데 왜 이렇게 늦게 나왔니? 내가 몇 번이나 불렀는지 알기나 해?”

예경이의 물음에 민수는 왠지 몹시 민망한 듯 얼굴빛이 벌겋게 물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우물쭈물하다가 겨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습니다.

“으음, 그건 말이지. 헤헤헤……. 그때 마침 똥이 마려워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중이었거든. 헤헤헤……."

“푸하하하……. 으음, 그랬었구나! 호호호……."

예경이는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내어 웃고 있었습니다.

“으하하하…….”

“호호호……."

예경이가 밝게 웃는 모습을 보자 민수도 딩달아 큰 소리로 웃고 있었습니다.

두 아이의 웃음소리가 마침 불어오는 겨울바람과 함께 하늘 높이 울려 퍼지면서 아름다운 메아리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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