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와 생화]
수미는 벼르고 벼르던 끝에 마침내 용기를 내어 엄마한테 떼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엄마, 나 쌍꺼풀 수술 좀 해주면 안 돼?”
"뭐어? 너 지금 쌍꺼풀 수술이라고 했니? 얘가 갑자기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릴 하고 있는 거야?“
그렇지 않아도 큰 엄마의 눈이 금세 보름달보다 더 커졌습니다.
"이잉, 우리 반 수진이도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얼마나 예쁜지 엄만 알기나 해?“
"아니 어린 게 벌써부터 무슨 쌍꺼풀 타령이니? 그런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공부나 열심히 해!”
엄마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 한 마디로 딱 잘라 거절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리긴 뭐가 어려? 수진이만 한 게 아니라 우리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중에도 코나 눈 수술을 한 아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란 말이야. 이잉~~~.“
”아니, 뭐야? 나 참, 기가 막혀서 도무지 말이 안 나오네.“
엄마는 그만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한창 공부해야 할 어린 자식들을 벌써부터 수술대에 앉혔다는 부모들의 마음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넌 수술을 안 해도 예쁘니까 그런 일에 신경 쓰지 말란 말이야. 그런 수술을 하는 것은 외모에 자신이 없는 아이들이나 하는 짓이라니까. 쯧쯧쯧…….“
”…….“
엄마는 수미의 말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혀까지 끌끌 차며 다시 한번 딱 잘라버리고 말았습니다.
수미는 더 이상 떼를 쓰지 못한 채, 금방 시무룩한 얼굴이 되고 말았습니다.
엄마의 말대로 수미는 정말 눈에 될 정도로 얼굴이 예쁘게 생겨서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마음씨도 곱고 착해서 같은 반 남자아이들한테는 물론 학교에서도 인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몇 달 전, 기나긴 겨울 방학이 다 지나가고 개학하는 날이었습니다.
"히야! 너 정말 수진이 맞니? 정말 예뻐졌는데!”
교실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반 아이들이 무슨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수진이 곁으로 모여들면서 소란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겨울 방학 동안 수진이가 쌍꺼풀 수술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수미도 아이들 틈을 비집고 수진이의 얼굴을 보니 정말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새로 쌍꺼풀 수술을 한 수진이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저마다 한 마디씩 시끌벅적하며 떠들고 있었습니다.
“히야! 수진이는 정말 좋겠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도 문제 없겠다."
"지금까지는 우리 반에서는 지금까지 수미가 제일 예뻤는데, 이제는 수진이가 수미보다 월씬 더 예쁜 걸."
”당근이지.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니?“
수미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렇게 서운하게 들릴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들의 말 한 마디가 커다란 충격이 되어 윤희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말았습니다.
수미는 그 뒤부터 자신도 모르게 얼굴과 옷매무시에 부쩍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학교에 갈 때마다 거울 앞에 앉아 있는 시간도 차츰 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화장까지 하다가 엄마한테 들켜 야단을 맞기도 하였습니다.
”너 혹시 남자 친구라도 생긴 거니? 그렇지 않아도 예쁘기만 한데 벌써부터 화장은 무슨 화장이야!“
”남자 친구는 무슨…….“
수미는 약간 눈을 흘기면서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차마 쌍꺼풀 수술을 해달라는 말을 할 용기는 없었습니다.
수미는 그 뒤로도 틈이 나는 대로 멋을 내는 일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반 아이들의 관심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수진이에게만 쏠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수미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약이 오르고 속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쌍꺼풀 수술만은 꼭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이었습니다.
”수미가 왜 안 보이지?“
집으로 돌아온 아빠가 수미부터 찾았습니다. 아빠는 오늘따라 무슨 일인지 예쁜 장미꼿 꽃다발을 한 아름 들고 있었습니다.
”아마 제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겠죠. 그건 또 웬 꽃다발이고?“
”그 녀석 아직도 쌍꺼풀 수술을 안 해줘서 직성이 풀리지 않은 모양이군."
“누가 아니래요. 어린애가 벌써부터 저러니 걱정이라니까요."
아빠는 곧 꽃다발을 든 채 수미의 방으로 갔습니다.
수미는 책상에 엎드린 채 지금 한창 숙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 이거 받아라. 향기가 아주 죽여 주는구나.“
”…….“
아빠는 금방 사 온 장미꽃 송이를 수미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방안이 금방 장미꽃 향기로 가득해졌습니다. 그러나 수미는 여전히 시무룩한 채 여전히 아무 대꾸도 없습니다. 반갑지도 않은 얼굴입니다.
"수미야, 이 꽃은 우선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향기도 아주 좋단다. 그리고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꽃들은 아무리 모양이 예쁘지 않더라도 이 장미꽃처럼 저마다 나름 대로의 향기가 나는 법이란다.”
”…….“
수미는 여전히 아빠의 말에 관심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숙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아빠의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조화는 아무리 꽃모양이 예쁘고 아름다워 보인다 해도 결코 향기가 나올 수는 없는 법이란다. 자연 그대로가 아니라 사람이 꾸미고 만들었기 때문이지,“
”…….“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란다. 예쁘게 꾸미고 멋을 내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자연 그대로 나오는 멋과 향기야말로 정말 오래 가고 멀리 가는, 진짜 값진 향기가 나는 법이란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니? 그럼 혼자 천천히 잘 생각해 보렴,“
”…….“
아빠는 이렇게 말하고는 곧 윤희의 방에서 조용히 나갔습니다.
"흥, 사람들한테서도 꽃처럼 아름다운 향기가 나온다구?”
수미는 아빠가 나간 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아빠가 조금 전에 해준 말을 곰곰이 되새겨 보고 있었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