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재미있는 동화도 읽고, 맞춤법도 익히고]
흰둥이가 아무도 없는 빈집에 버려진 채 홀로 외롭고 괴로운 나날을 보낸 지도 오늘로 벌써 열흘이나 지났습니다.
흰둥이는 석준이네 집에서 기르던 순하고 착하기 그지없는 개 이름입니다. 힌둥이란 이름은 태어날 때부터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털로 온몸이 덮혀 있어서 석준이가 붙여 준 이름입니다.
오늘도 하루해가 지고 어느덧 사방에서 어둠이 서서히 덮이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사방이 컴컴해지자 흰둥이는 더욱 불안하고 초초해지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날씨마저 하루가 다르게 점점 추워지고 있어서 이대로 가다가는 오늘 밤을 버텨내기가 어려울 것만 같았습니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흰둥이는 그 어떤 것도 부러울 것이 없이 아주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석준이한테는 물론 석준이 아빠와 엄마의 사랑까지 듬뿍 받아가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흰둥이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뜻밖의 일이 갑자기 벌어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꼭 열흘 전 밤의 일이었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석준이네 식구들이 갑자기 한밤중에 서둘러 짐 보따리를 싸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짐을 다 싸자 석준이네 식구들은 집을 나가고 말았습니다. 온다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흰둥이 하나만을 동그마니 빈집에 남겨 둔 채 어디론가 도망치듯 떠나 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흰둥이는 그런 석준이에 가족들이 그렇게 서운하고 야속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는 것입니다.
"커엉, 크어엉~~ 커엉, 크어어엉~~~"
흰둥이의 입에서는 이따금 애절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나오는 비명 소리였습니다. 열흘 동안 밥은커녕 물 한 모금(*)도 마셔 보지 못했기에 이제는 지칠 대로 지쳐버린 흰둥이였습니다.
그런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며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 있는 것만 해도 정말 기적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흰둥이는 이제 더 이상 일어설 기력조차 없었습니다.
어쩌다 멀리서 낯선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도 전처럼 우렁찬 목소리로 짖을 힘조차도 없습니다. 그처럼 투실투실하게 살이 올라 건강하기만 하던 흰둥이의 몸은 이제 뼈만 앙상하게 남은 가련한 모습으로 오직 죽을 시간만 기다리고 있는 가엾은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가끔 저절로 입에서 가냘프게 새어 나오는 신음 소리는 너무나 처량하고 가엾어서 애간장이 다 녹아내릴 것만 같았습니다.
"커엉, 크어엉, 어이구, 춥고 배고파 못 살겠네. 이렇게 내버려두고 갈 거라면 목줄이라도 좀 풀어놓고 갈 일이지!”
얼음장처럼 차디찬 땅바닥에 턱을 축 늘어뜨린 채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흰둥이의 두 눈에서는 어느새 굵은 이슬방울이 연신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배고픔과 추위도 그렇지만 그보다는 빈집에 달랑 혼자만 버림을 받은 서러움과 원망이 더 컸습니다.
흰둥이는 그래도 처음 며칠간은 언젠가는 주인이 꼭 찾아와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주인이 찾아와 주기를 얼마나 눈이 빠질 정도로 기다려 왔는지 모릅니다.
혹시 모르는 사람이라도 누군가가 와서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목줄에 매달린 채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이젠 기린의 목보다 더 긴 목이 된 채 축 늘어지고 말았습니다.
지금 흰둥이가 가장 원망스럽고 고통스러운 것은 목에 걸린 굵은 쇠사슬로 만들어진 육중한 목줄이었습니다. 이 목줄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꼼짝없이 앉아서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죽음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다못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뒤져서 허기는 해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 한 모금, 밥 한 덩어리가 이토록 소중하다는 것을 예전에는 전혀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석준이네 가족 모두가 그렇게 밉고 야속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흰둥이를 아껴 주고 사랑해 주던 석준이가 그 누보다도 더욱 야속하고 원망스러웠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수시로 변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더니 정말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마치 한 가족처럼 한 지붕 밑에서 그렇게 서로 정을 나누며 살다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마음이 싹 변해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언제까지나 오래오래 같이 살 줄로만 알았던 자신이 너무나 어리석기 그지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기나긴 밤이 무사히 지나고 또 다시 다음날 이른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저벅, 저벅~~~'
어디선가 멀리에서 갑자기 이쪽을 향해 급히 걸어오고 있는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흰둥이의 귓전을 울렸습니다. 그 소리는 흰둥이가 있는 곳을 향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운이 빠질 대로 빠진 흰둥이는 땅바다에 그대로 축 늘어져 엎드린 채 조금도 움직일 줄을 몰랐습니다.
"흰둥아! 흰둥아!“
아아! 그런데 자세히 듣고 보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흰둥이를 부르는 그 소리는 분명히 그토록 보고 싶었고, 열흘 동안이나 애타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로 석준이의 목소리임에 틀림없었습니다.
"흰둥아, 나야 나. 내가 왔다니까. 어서 일어나 봐.”
잔뜩 울상이 된 얼굴로 흰둥이에게 다가온 석준이는 연신 흰둥이의 몸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흔둥이는 반가워하기는커녕, 여전히 몸을 축 늘어뜨린 채 좀처럼 움직일 줄을 몰랐습니다. 그만큼 힘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석준이임을 알아차렸는지 이따금 눈을 조금씩 떴다 감았다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흰둥아, 정말 미안해. 그동안 네가 얼마나 보고 샆었는지 넌 모르지? 그동안 우리 식구들이 너를 하루 빨리 데려가야 한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알기나 하냐구? 그런데 그러지 못할 힘든 사정이 있었단 말이야. 으흐흑….“
석준이는 마침내 어깨까지 들먹이며 흐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지금까지 별 수 없이 죽을 줄로만 알았던 흰둥이가 이번에는 힘없이 꼬리를 조금씩 흔들면서 눈물이 가득 고인 두 눈을 약간 떴다가 도로 감았습니다. 석준이는 반가운 마음에 흰둥이를 흔들어 대며 다시 소리치기 시작하였습니다.
"흰둥아, 이제 정신이 좀 드니? 지금까지 살아줘서 정말 고맙다 고마워. 그래 기운을 차리고 얼른 일어나서 어서 나하고 집으로 가자, 응?"
흰둥이가 조금씩 몸을 움직이며 생기를 되찾는 모습을 보자, 반갑고 기쁜 마음에 석준이의 안색이 금세 밝아졌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기쁨에 벅찬 나머지 가슴까지 두 방망이질을 벌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석준이는 곧 두 팔로 흰둥이를 조심스럽게 껴안고 일어섰습니다. 바짝 마르긴 했지만, 축 늘어진 흰둥이는 여간 무거운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석준이는 전혀 무거운 줄 모르고 한 걸음 두 걸음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아, 역시 나를 아주 잊어버린 건 아니었구나!’
흰둥이는 지금까지 석준이와 석준이네 식구들을 모두 미워하고 원망했던 마음들이 마치 봄눈 녹듯 슬그머니 사라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사람들에게 어쩔 수 없는 어려운 사정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것도 어렴풋이나마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흰둥이를 껴안고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는 석준이의 발걸음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습니다.
차디차게 식어가고 있던 흰둥이의 몸도 차츰 따뜻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진맥진한 몸이었지만, 흰둥이는 지금 전에 누렸던 행복도 되찾아가고 있었습니다. ( * )
※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쓰기를 원칙으로 한다.
예) 한 모금, 한 개, 한 대, 금 서 돈, 소 한 마리, 연필 한 자루 등.
※ 단,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숫자와 어울려 쓸 때는 붙여쓸 수 있다.
예) 두시 삼십분 오초, 제일과, 삼학년, 육층 등.
2020년 4월 6일, 110동 503호, 제2실습실, 800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