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 재미있는 동화도 읽고 맞춤법도 익히고 -
날씨가 제법 선선해지는가 했더니 어느덧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이따금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높은 가을 하늘은 수정보다 더 맑고 잘 닦아놓은 거울보다도 더 맑고 푸릅니다. 어찌나 맑고 푸른지 지금 막 수채화 물감으로 곱게 칠해 놓은 듯 금방이라도 파란 물방울이 쏟아져 내를 것만 같아 보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너른 들판에는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 벼 이삭들이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 들판이 한눈에 보이는 나지막한 산기슭입니다.
지금 막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쫓기듯 숨을 헐떡이며 급히 날아오더니 나뭇가지 끝에 앉아 잠깐 숨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고추잠자리는 긴 꼬리를 위로 번쩍 치켜든 채 몹시 불안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그 모습은 흡사 헬리콥터 배행기의 모양과 조금도 다를 바 없습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렀지만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처음 자세 그대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 걸 보면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크게 놀란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았습니다. 원래 겁에 질려 불안하거나 긴장을 했을 때는 꼬리를 치켜세우고,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할 때는 꼬리를 늘어뜨리고 있는 것이 잠자리들의 본능이며 습성이니까요.
바로 조금 전의 일이었습니다.
고추잠자리는 오늘도 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어울리며 재미있게 놀고 있었습니다. 동네 앞 자동차가 제법 많이 다니는 칫길 위에서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놀고 있었습니다.
얼른 짐작하기에도 족히 몇백 마리도 넘어 보이는 고추잠자리 떼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가을 하늘을 수놓으며 신바람이 나서 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가을의 축제라도 열린 듯 장관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앗! 얘들아, 저길 좀 봐!”
느닷없이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소스라치게 놀란 얼굴로 소리쳤습니다. 그 바람에 친구들도 겁이 난 얼굴이 되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야단들이었습니다.
“어디? 어디?”
“갑자기 뭘 보라고 소릴 지르며 이 야단이니?”
“저기 저 아래 자동차들이 다니는 길을 좀 보란 말이야.”
순간, 친구들은 금방 새파랗게 질린 채 찡그린 얼굴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자동찻길 위에는 쌩쌩 달려오는 자동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자동차에 치여 길바닥 위에 처참하게 널브러진 개구리 한 마리가 보였던 것입니다. 자동찻길을 건너다가 그만 변을 당할 것입니다.
“에이구, 불쌍하기도 해라.”
“에구머니나! 저 일을 어쩌면 좋지?”
“그러게 말이야, 쯧쯧쯧 …….”
“아마 우리들도 날개가 없었더라면 저렇게 바닥으로 기어 다니다가 개구리처럼 참변을 당하고 말았을 걸.”
“아암, 당연하지.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니?”
고추잠자리들은 그 말이 맞는다는 듯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고추잠자리들은 날개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새삼 자랑스럽고 행복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개구리만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조금 뒤에는 재빨리 길을 건너던 쥐 한 마리가 개구리와 똑같은 끔찍한 변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징그럽게 생긴 뱀도, 고양이도, 그리고 심지어는 덩치가 큰 멍멍이도 그런 끔찍한 변을 당하는 일이 쉴 사이 없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얘들아, 여긴 무섭고 소름이 끼쳐서 더 이상 못 놀겠다. 우리 오늘은 그만 놀고 헤어지는 게 어떻겠니?”
“그래그래. 그게 좋겠어. 너무나 끔찍해서 볼 수가 없어.”
“나도 마찬가지 생각이야. 차마 두 눈을 뜨고 저런 끔찍한 광경을 더 이상 못 보겠는 걸.”
“그래. 오늘은 일단 그만 놀고 나중에 다시 만나서 놀도록 하자.”
고추잠자리들은 하나같이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이 되어 곧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니까 아까 나뭇가지 위로 도망치듯 날아와서 꼬리를 잔뜩 치켜세웠던 고추잠자리 하나가 바로 그들 중의 하나였던 것입니다.
‘아아, 정말 생각할루록 끔찍한 일이야!’
고추잠자리는 조금 전에 끔찍했던 광경이 자꾸만 머리에 떠올라 견딜 수 없다는 듯 연신 몸서리를 치고 있었습니다. 잊어보려고 애을 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는 이이었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 끔찍했던 광경이 자꾸 머리에 떠오를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며 부르르 떨곤 하였습니다. 다른 벌레나 짐승들과 달리 날개를 달고 태어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나뭇가지 위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감겨 있던 고추잠자리가 이번에는 무슨 일인지 눈 깜짝할 사이에 공중으로 몸을 날렸습니다. 마침 그 근처를 날아가고 있던 파리 한 마리가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고추잠자리는 번개처럼 빠른 동작으로 날아가서 파리 한 마리를 낚아챘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조금 전에 앉아 있던 나뭇가지로 날아와서 금방 잡은 파리를 맜있게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찌나 맛이 좋았든지, 그리고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연신 입맛을 다시며 파리를 한 마리를 삽시간에 먹어치웠습니다.
“파리야, 미안하다. 아마 네가 날개만 없었어도 내 눈에 띄지는 않았을 거야.”
고추잠자리는 방금 파리를 잡아먹은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몇 번이고 이렇게 미안한 표정으 지으며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또다시 먹잇감을 찾기 위해 다섯 개의 눈망울을 이리저리 부지런히 굴리며 두리번거리고 있었습니다.
고추잠자리는 여전히 먹잇감을 찾기 위해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마리의 파리를 발견하자 이번에도 몸을 잽싸게 공중으로 날렸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짹! 짹! 짹! 아니 이게 웬 떡이지?”
그때 어디서 날아왔는지 참새 한 마리가 이제 막 파리를 잡으려고 몸을 날렸던 고추잠자리를 삼시간에 낚아채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의 일이었습니다. 그 바람에 이제 막 파리를 입에 문 고추잠자리는 파리와 함께 그만 참새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습니다.
먹잇감을 입에 문 참새가 미안하다는 듯 조금 전에 고추잠자리가 하던 말과 똑같은 말로 지껄였습니다.
“미안하다. 고추잠자리야. 네가 날아다니지만 않았어도 아마 내 눈에 띄지는 않았을 거야.”
고추잠자리와 파리를 한입에 문 참새가 날개를 팔랑거리며 어디론가 쏜살같이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바로 그때였습니다.
“히야, 이게 웬 떡이지?”
어디서 나타났는지 몸집이 몹시 크고 무섭게 생긴 새 한 마리가 참새를 향해 곤두박질을 할 듯 날아오며 소리쳤습니다. 그는 참새는 물론 쥐와 뱀, 그리고 심지어는 닭까지 먹어치울 수 있는 독소리와 같은 종류의 새매라는 날짐승이었습니다.
새매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날카롭게 생긴 발톱으로 참새를 낚아채고 말았습니다. 참새는 전혀 저항할 틈도 없이 삽시간에 그만 새매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습니다.
“허허허, 네가 날개만 없었어도 이렇게 내 입에 들어오지는 않았을 거야. 거참, 언제 먹어봐도 네 고기 맛은 천하일품인 걸. 쩝쩝쩝……”
참새 한 마리와 고추잠자리를 한꺼번에 한 입에 먹어치운 새매는 계속 입맛을 쩝쩝 다시고 있었습니다. 참새
고기를 곱빼기( * )로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았던 것입니다.
새매는 먹잇감을 찾기 위해 다시 부리부리하고 무섭게 생긴 눈망울을 번뜩이며 하늘 높이 까맣게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하늘 높이 올라간 새매는 하늘 위에서 먹이를 찾기 위해 또 다시 커다란 원을 만들면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아무도 무서울 게 없다는 듯 몸을 거만스럽게 움직이면서 계속 힘차게 맴을 돌고 있었습니다.
매우 사납고도 건강한 몸집을 가진 새매, 게다가 강하고 날카롭게 생긴 무서운 발톱과 부리를 소유한 새매, 이 세상에서 새매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상대는 그 어느 동물도 없지 않을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 천하의 무적처럼 생긴 새매와 맞서 싸워 이길 상대는 앞으로도 과연 나타나지 않을까요? 그게 바로 걱정입니다. 그 무서운 자태와 힘을 가진 새매이긴 하지만, 새매 역시 참새나 잠자리, 그리고 파리처럼 날개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 )
‘곱빼기’와 ‘곱배기’
곱빼기 ; 음식의 두 그릇 몫을 한 그릇에 담은 분량.
<예문>
* 평소 소식을 하던 그녀가 오늘은 얼마나 배가 고파던지 음식을 곱빼기로 주문했다.
<참고>
‘~ 빼기’는 된소리가 날 때 쓰이는 접미사이므로 ~빼기로 쓰는 것이 옳은 표기이다.
따라서 ‘곱배기’로 쓰는 것은 맞춤법에 어긋한 표기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