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불알은 어디 있죠?

알쏭달송 북한 말

by 겨울나무

성길 씨가 성급히 마트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한동안 진열대 앞을 서성거리며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자신이 찾고 있는 물건이 얼른 눈에 띄지 않자 이번에는 여직원 앞으로 성큼 다가서며 물었다.


“아가씨, 불알은 어디 있죠?”

“네? 뭐, 뭐라고요? ”

“불알이 어디 있느냐고요.”

“아니,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여직원은 성길 씨가 묻는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화들짝 놀란 얼굴로 곧 안에 있는 직원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안에 누구 없어요? 이사람 어떻게 좀 해주세요!”


여직원이 하도 큰소리로 소란을 떠는 바람에 일하고 있던 직원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이 야단이야?”


덩치가 크고 인상이 약간 험상궂게 생긴 남자 직원 하나가 여직원과 성길 씨를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여직원은 너무나 억울해서 도무지 참을 수 없다는 듯 잔뜩 울상이 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글쎄, 이 사람이 나한테 갑자기 불알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게 아니겠어요.”


여직원의 자초지종을 들은 직원들이 이번에는 성길 씨를 바라보며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

“지금이 어느 때인데 함부로 그런 허튼 수작을 부리고 있어?”

“안되겠군. 이런 놈은 당장 콩밥을 먹어 봐야 정신을 차린다니까.”


직원 하나가 당장 신고를 하기 위해 곧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일이 뜻밖의 사태로 발전하게 되자 더욱 당황하게 된 것은 오리려 성길 씨였다.

사실 북한이 고향인 성길 씨는 자신도 모르게 종종 북한 말이 입에서 불쑥 튀어나오곤 하여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끔 오해를 사게 되는 일이 생기곤 하였다.

지금 벌어진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성길 씨는 곧 아가씨와 직원들을 향해 손이 발이 될 정도로 빌며 해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게 아닙니다. 저는 전혀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제 말에 뭔가 오해를 하셨다면 진심으로 제가 저지른 실수를 한번만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성길 씨의 변명 같은 대답에 이번에는 덩치가 큰 직원이 다시 끼어들었다.


“이 사람 정말 안 되겠군. 당신이 분명히 이 아가씨한테 분명히 그런 말을 하고 나서 오히려 오해를 하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사실 저는 오늘 저의 집 화장실에 달려있는 불알이 갑자기 나가서 불알을 사러 왔던 것인데 그게 그만…….”

“뭐, 뭐를 사러 왔다구? 이 사람 정말 안 되겠는 걸.”


직원들의 표정이 또 다시 험상궂게 일그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성길 씨가 다시 두 손을 앞으로 모으며 자세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제가 전에 살고 있던 북에서는 지금도 백열등이나 전구를 '불알'이라고 말합니다.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쓰던 북한 말이 그만 습관이 돼서 그만……. 아무튼 오해를 하셨다면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그제야 직원들은 조금은 이해가 간다는 듯 그리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어렵다는 듯 하나 둘씩 킥킥 거리며 웃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몹시 흥미가 당긴다는 듯 직원 한 사람이 성길 씨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요? 전구를 불알이라고 한다면 그럼 형광등은 뭐라고 하죠?”


그제야 성길 씨는 조금 안심이 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형광등은 모양이 길게 생겨서 '긴 불알'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그럼 형광등에 전기가 들어오게 하기 위해 형광 등에 붙은 작은 전구는 뭐라고 하지요?”

“그건 맨 처음에 불을 붙이는 전구라 해서 '씨불알'이라고 하지요.”


성길 씨의 대답에 둘러 서 있던 직원들은 저절로 나오는 웃음을 더 이상 참기 어렵다는 듯 여기 저기에서 킥킥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자 성길 씨도 안심이 되었는지 다시 입을 열어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북한 말이 그렇게 재미가 있다면 제가 한 가지만 더 가르쳐 드리지요. 그 밖에도 가로등은 서서 있어서 '선불알', 샹들리에는 여러 개가 달려서 '떼불알'이라고 말하고 있지요.”

“하하하하 …….”

“호호호호 …….”


마트 안은 갑자기 직원들의 웃음 소리로 금방이라도 떠나갈 것만 같았다.

자칫 성희롱범으로 몰릴 뻔했던 성길 씨도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 쉬며 덩달아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잔뜩 울상이 되어 있던 여직원도 저도 모르게 그만 깔깔거리며 크게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 )


작가의 이전글날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