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나들문과 량태머리

[알쏭달쏭 북한말]

by 겨울나무


성길 씨가 부리나케 백화점으로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모처럼 딸의 생일 선물로 인형을 사기 위해서였다.

탈북 후, 그동안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이토록 웅장하게 큰 백화점을 직접 방문하게 된 것은 난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백화점에 가면 없는 물건이 없다는 소리는 이미 들은 적이 있는 성길 씨.

정말 백화점 안에는 정말 각 층마다 갖가지 고급스러운 수많은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어서 성길 씨의 눈이 금방 휘둥그렇게 되고 말았다.

물건을 사기 위해 수많은 쇼핑객들이 북적거리며 붐비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치 꿈나라에라도 온 듯 자신도 모르게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북한에서 생활할 때는 이런 구경은 커녕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깜짝 놀랄만한 광경이 지금 눈 앞에서 전개되고 있었다.


“우와아! 이렇게 많은 물건들을 누가 다 사가는 거지?”


성길 씨는 한참을 헤매고 헤맨 끝에 마침내 어렵게 완구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값진 인형 하나를 골라 구입하였다.

곧 완구점을 나온 성길 씨가 다시 밖으로 나가기 위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 놓기 시작했다.

쇼핑객들은 조금 전보다 더 많아지면서 그야말로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였다.

한동안 이리 저리 헤매며 출입문을 찾던 성길 씨는 사람들 틈에 끼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시달린 탓인지 이마에서는 어느새 진땀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려움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백화점의 내부 구조 또한 너무나 복잡했다. 거기가 여기 같고, 여기가 거기 같아서 마치 미로에라도 갇혀버린 듯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그래서 출입문을 찾는 일 또한 그리 만만치가 않았다.

한동안 출입문을 찾기 위해 헤매던 성길 씨는 할 수 없이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안내를 하고 있는 예쁜 아가씨 앞으로 다가갔다.


“여기 ‘나들문’이 어느 쪽에 있죠?”

“고객님, 나들문이라니요?”


무슨 뜻인지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아가씨의 눈이 커다랗게 되어 되물었다.

그러자 성길 씨가 약간 쑥스러워진 얼굴로 다시 설명을 하였다.


“이 백화점으로 들어오거나 나갈 수 있는 문을 물은 것입니다.”

“아하, 출입문 말씀이시죠? 저기 대형 유리문이 보이시죠? 그게 바로 출입문입니다. 호호호…….”


아가씨가 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듯, 그리고 우습다는 듯 소리 내어 웃으며 대형 유리문을 가리켰다.


“아아, 네, 그걸 모르고 한참동안 찾느라고 애를 먹었습니다.”


성길 씨는 멋쩍은 표정으로 아가 씨에게 고개를 숙여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그제야 백화점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하기 위해 급히 호주머니로 손이 갔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변이란 말인가.

분명히 호주머니에 있어야 할 휴대폰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그때, 문득 완구점에서 어떤 인형이 마음에 드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딸과 잠깐 통화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 깜빡 잊고 완구점에 놓고 온 게 틀림없어.”


성길 씨는 급히 백화점으로 다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리면서 헤매고 헤매던 끝에 마침내 완구점들이 즐비한 가게를 용케도 찾게 되었다. 그러나 완구점이 하도 많아서 조금 전에 인형을 샀던 완구점을 찾는 일 또한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성길 씨는 이번에도 할 수 없이 어느 완구점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여점원 앞으로 다가가서 묻게 되었다.

“조금 전에 이 인형을 샀는데 그 가게를 찾고 있거든요.”

“혹시 그 가게 이름을 기억하세요?”


“가게 이름은 모르겠고, 어쨌든 양쪽으로 곱게 ‘량태머리’를 한 아가씨가 이 인형을 팔았거든요.”

“량태머리라뇨? 그게 무슨 말씀이죠?”


아가씨가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머리를 양쪽으로 이렇게 길게 땋아 내린 걸 말하는 겁니다.”


성길 씨가 조금은 민망해진 표정으로 양쪽 손으로 가랑머리 모양을 흉내까지 내면서 설명해 주었다.

그제야 점원 아가씨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다는 듯 까르르 소리 내어 웃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호호호……. 아하, 갈래머리 아가씨를 말씀하시는군요? 여기 갈래머리 한 아가씨가 한두 명이 아니거든요. 그건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나 다름없다니까요. 호호호…….”

“네, 잘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가씨가 소리내어 웃는 바람에 성길 씨는 갑자기 쑥스럽기도 하고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아가씨와 헤어진 뒤, 다시 인형가게마다 기웃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는 성길 씨의 축 늘어진 두 어깨는 마치 파김치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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