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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앳더리버 May 06. 2019

샌드위치 특수교사

권리의 충돌

          나름 각오를 하며 맞이한 3월이었지만, 각오로는 안됐나보다. 벌써 2달이 지나 학기 중반이 되간다. 사실 아직 학급이 난리다. 아니, 나부터 난리다. 잡히지 않은 학생 한두명이 있지만 학생 핑계 대기에는 내가 너무 안일했다. 보통 3월이 지나면 서서히 학급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4월부터는 안정을 찾아가 학급 운영에 박차를 가하면될텐데 올해는 아직 시간이 좀 필요할 듯 하다.


          작년에 입학한 한 학생이 있다. 00는 작년엔 옆반 특수학급에서 학교생활을 했다. 초등학교 선생님과는 내가 상담을 했던 터라 그 학생의 특성과 어려움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2018년 3월, 첫날 둘째날 역시나 수업시간 무단이탈에, 하루에도 3번 이상 다투거나 지시에 따르지 않는 등.. 역시나 00의 특성은 그대로 드러났다. 폭풍같은 1년이 지나고, 그 학생의 학년을 내가 맡기로 했다.


          '좀 잡아야겠다.. 봐줬더니 안되겠네'라는 마음으로 단단히 각오를 했다. 각오가 무색하게.. ㅎ 올해 3월부터 지금까지 사실상 매일이 전쟁이다. 매시간 긴장하며 온통 00에게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다. 수업시간에 무단이탈을 해 다른 교실 앞 복도에서 춤을 추고, 복도를 지나가다 다른 학생 발을 밟고 실수라고 하고 그 학생이 뭐라고 할 경우 욕을 하며 싸우거나, 무단이탈을 해 큰 소리로 타이르는 교과선생님에게 쌍욕을 퍼붓는 등 도저히 원활한 학교 생활이 불가능했다.  


          교과 시간이 힘들 경우 특수학급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게 해주거나, 하루에 한두시간 정도 실무원선생님과 함께 학교를 산책할 수 있는 특권도 주며, 도저히 마음이 힘들어서 학교에 있기 어려우면 조퇴도 시켜주기로 했건만 00의 수업방해와 문제행동은 계속됐다. 쌍욕을 들은 관리자분들도 혀를 차며, 어떻게 해야되냐며 SOS를 요청하기 일수였고, 그나마 아버지 말은 좀 들어서 아버지에게 전화하거나 학교를 오는 일이 잦아졌다.


          여러번의 부모상담, 여러번의 행동계약 등 내가 00에게 할 수 있는 나름의 중재는 할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00가 원반에서 다툴 경우 그 반에 가서 중재를 할동안 나의 특수학급 수업은 사실상 올스톱이었다.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단 1명의 학생의 의미있는 학교생활을 위해 최선의 방법을 고민하고, 노력해야하는 나이지만 1명때문에 다른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실상에선 참 그 노력이 무의미해보이기까지 했다.


          "왜 우리 아이 편을 안드시고 우리 애 말은 안믿어주시냐" 하는 부모님, "이런 학생이 일반학교에 다닐 수 있겠냐" 하시는 관리자, 이번 시간엔 수업에 안들어 올 수 있게 해달라고 하시는 교과 선생님, "00가 진짜 너무한거 같아요. 매일 시비에요"라고 말하는 다른 학생들... 한명의 수업권, 학습권이 너무나 중요하지만 그 권리가 다른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해도 된다는 것은 전혀 아닐 것이다. 그 사이에서 참 많은 고민이 든다.


          "어떻게든 00를 내가 맡고 있을 때 잡아가야지" 라는 마음도 교만한 의지일 가능성이 높다. 00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선택해 노력해야 한다. 중재자로써의 특수교사 역할이 올해 참 버겁다. 원반 학급 소속에 본 책임은 담임에게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지만, 그렇다고 손을 어설프게 놓으면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지경에서 샌드위치의 으깨진 노른자의 기분을 간접체험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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