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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앳더리버 Jan 25. 2017

당당한 방학

교사들의 의미있는 쉼표


휴가로써의 방학


  교사가 되고 난 후 알게된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교사들이 학생만큼 방학을 좋아하고, 기다린다는 것이다.


"기말고사 성적 낮게 나온 애는 방학 때 나와서 나머지 공부시킬 거다. 방학 때 학교 나와서 공부하고 싶으면 알아서 해라."

  미간을 찌푸리시며 협박(?)을 하던 학창시절 담임선생님은 어쩌면 우리들보다 더 간절하게 성적이 오르길 바라셨을 듯 하다. 그 시절을 생각할필요도 없이 이미 나부터 방학이 다가오면 없던 힘이 솟아오르는 경험을 했으니 두말할 것도 없다


  또, 생각보다 주변의 질타(?)를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직장인이든, 자영업자이든, 주부든 간에 지인들에게 "불로소득으로 놀면서 돈 받는다"는 비난아닌 비난을 듣게 된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할말도 많고, 방어모드로 바뀌어 교사들의 단골 멘트로 막아도 보지만 이것도 매번 반복하다보니 그냥 반 포기하고, 비난의 화살을 달게 받는다.


  맞다. 이유있는 비난이다. 주중에도 몇번씩 야근하며 별보고 나와 별보며 퇴근하는 직장인들, 내 주변에도 많이있다. 1년에 한번있는 휴가라고 해서 주말끼고 1주일 정도가 전부인, 연가는 생각도 못하는 그런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사실 '연수'라는 공식적인 '업무'이기도 하고, 실제로 업무의 연장선인 날도 있지만 교사 방학의 실체는 '휴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는가 하면, 독서를 하거나, 못봤던 영화를 몰아보기도 하고, 미리 신청한 연수를 들으며 가족들과 또는 본인을 위한 시간을 갖으며 방학을 보낸다. 휴가로써 방학을 보내는 교사들이 다른 직장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휴가동안 즐길 수 있는 여러가지 일들을 하고도 시간이 남을 만큼 휴가 기간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꽤 긴 휴가다, 꽤 길게 쉴 수 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방학을 달콤하게 보낸다.



쉰다는 것


  휴가든, 방학이든 그 시간에 사람들은 쉰다. 하던 일을 멈추고, 스트레스 받을 만한 일들을 잠시 중단한다. '쉰다'라는 것은 대충 그런 것이다. 일로 지쳐있는 체력을 충전하거나, 온갖 자극들로 인해 받았던 스트레스를 푸는 일 또는 잠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등의. '진정한 쉼'의 의미는 개인마다 다르다.  늘어지게 티비를 보며 하루 종일 보내는 것도, 실컷 늦잠을 자며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것도, 여행이나 유흥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모두 흔히 '쉰다'라는 것에 포함된다. 이러한 행위를 모두 하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문제는 한정된 돈과 제한된 시간을 가지고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쉰다'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나 내일 쉴 거야~"


  이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내일 알람을 안맞추고, 늦게 일어날 것이며 일어나서 늦은 아침을 챙겨먹고, 티비를 보며 한가하게 오후를 보낼거야. 그리고 저녁은 그냥 사먹거나 시켜먹어야지.." 라는 말을 한마디로 요약한 문장이라 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쉼'이란 피곤하고 지친 몸을 충전하며, 육체적인 회복을 위한 시간이다. 사실, '쉼'의 이런 1차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것만으로도 '쉼'을 활용할 시간이나 돈이 한정된 일반 사람들에겐 충분할지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지친 몸을 회복하는데에만 '쉼'을 활용해도 너무 부족한게 현실이다. 하지만 '진정한 쉼'은 거기서 그칠 수 없다.


'일만하고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 같아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


  '존 포드'가 말한 것처럼 '쉼'은 육체적인 재충전을 넘어 마음을 위로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고, 지난 시간을 돌아봐야 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인생의 여정을 달리며 잠시 멈춰 기나긴 여정의 목적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기도 하고, 달리는 방법이 잘못되진 않았는지, 지금까지 잘해왔는지를 돌아보기도 해야한다. 혹시나 앞만 보고 달려오다 다른 사람의 발을 밟진 았았는지, 행복한 마음으로 달리고 있는지..등의.  물론, 잠시 목을 축이며 기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야 힘을 내어 건강히, 제대로, 오래, 꾸준히 달릴 수 있다.



휴가여서 의미있는 방학


  가르친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 부담되고, 많은 책임이 따른다. 당연히 교사로서 가르치는 것은 첫번째 의무이지만, 간단히 지식을 전달하고 생활지도하는 것으로 교사의 임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가치관을 세워나가는 학령기에 교사는 부모만큼이나 학생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학생들이 하루동안 학교에서 보내는 6~7시간의 시간만 봐도 그렇다. 거기다 공식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주된 업무인 사람들이 아닌가. 학생들에겐 부모 다음의 두번째 인생 롤모델이라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멀리갈필요도 없이 학창시절 내가 어른이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꿈을 꾸며 준비를 할 수 있게 된 계기도 중2 때 영어선생님의 역할이 컸다. 그만큼 교사는 학생에게 인생 선배로써 중요한 롤모델이다.


  그래서 교사는 건강해야 한다. 몸도 마음도. 지금이야 거의 보기 힘들지만,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인 90년대에는 단체기합이란 명분으로 거의 매일 한번도 안맞고 집에 온 적이 없을 정도로 체벌이 교사들의 보편적 교육적 조치로 여겨졌었다. 지금 돌아보면, 체벌 대부분은 교사 본인의 당일 기분에 따라 좌우됐던 것 같다. 어찌 감정이 실리지 않고, 드라이하게만 때릴 수 있었겠나. 허리에 주식관련 전자기기를 차 수업시간에도 수도없이 확인하며 시시각각 우리들의 뺨을 때렸다, 생글생글 웃다가 아수라의 모습을 보였던 제2외국어 선생님의 이야기는 아직도 동창들의 안주거리일 정도다.


  교사에게 '쉼'은 휴가 그 이상이다. 방학 때는 피로지수를 낮추며 몸을 회복하는 것 그 이상의 의무가 있다. 건강한 마음을 갖고 아이들 앞에 나갈 수 있도록, 교사 본인의 삶 어디든 닮아도 좋다는 스승의 마음으로써 방학을 의미있게 보내야한다. 브레이크없는 자동차나 녹슨 엔진으로 멈춰버린 낡은 차가 되지 않도록 '의미있는 방학' 은 교사들에게 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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