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임시로 같이 살기 시작하다. 2일 차
2일 차 아침
아내는 출근하고 나는 휴가로 부모님을 온종일 홀로 모시고 있기 시작한 첫날이다. 출근할 필요가 없지만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아내가 출근하기 전에 아내와 함께 아버지 실내 운동을 시켜드리고 아내는 출근했다. 고관절 수술 후 아버지가 그동안은 기저귀에 대변을 보셨는데 오늘 처음으로 화장실까지 어머니랑 모시고 가서 변을 보셨다. 모시고 온 보람을 느낀다. 요양병원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수술 전에도 집에서 극도로 움직이는 걸 싫어했던 아버지의 다리 강화 운동을 해주기에는 힘든 부분이 많았으리라. 그래도 우리 집으로 모시고 와서 나와 어머니가 부축하 고나마 화장실을 가시는 것은 며칠 전과는 다른 비약적인 발전인 것이다. 고관절 수술 후 어르신들은 다리를 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걷기가 힘들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동안 너무 안 걸어서 그런지 다리의 근육이나 살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마르셨다.
마음이 힘든 것보다는 몸이 힘든 것을 택했다.
점심은 집 근처에서 그래도 제일 맛있는 식당으로 뽑히는 돈가스 집에 가서 돈가스를 포장해 왔다. 아버지야 원래 잘 안 드시는 분이라서 어머니를 위한 점심 식사이다. 아버지는 세트 메뉴 중 우동 조금을 드셨고 어머니는 그래도 돈가스 메뉴를 전부 드셔서 무척 뿌듯하다. 사실 처음 돈가스를 고르면서는 이빨도 없으신데 괜히 나 위주의 식단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너무 잘 드셔서 좋다. 어머니도 그동안 혼자서 아버지를 간병하시느라 그동안은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하셨던 듯한데 어제부터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의 폭언이 많이 줄어드셨다. 나와 아내는 역시나 잘 선택한 듯하다. 역시 마음이 힘든 것보다는 몸이 조금 힘든 것이 더 나은 일이다.
죽는다는 건 혹시 엄마의 배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아닐까?
며칠 아버지를 돌보는 중이다. 내가 아버지 입에 죽을 떠드리는데 어머니가 옆에서 이런다. "정말 애기 다 되었다. 다 되었어. 3살 애기가 따로 없네"그러신다. 그런데 이 말을 들으니 정말 어르신이 되면 혹시 점점 애기가 되다가 엄마의 배속으로 들어가는 게 죽음은 아닐지 생각해 보게 된다. 혹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치매라는 현상이 그냥 어린 시절 부잡스러운 그런 아이의 행동은 아닐까? 그냥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정신이 나간 모습이지만 자신이 어린 시절 하고 싶었던 모습, 어린 시절 했던 행동들을 하는 것은 아닐까? 남아 있는 우리에게는 이해하기 어렵고 우리를 힘들게 하는 행동이지만 어쩜 그것은 자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리고 최종 마지막 종착지 죽음은 바로 태어났던 모습 그대로의 상태로 생을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B와 D의 C의 마지막 선택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가 아닐까?
2일 차 저녁 스케치
퇴원 이후 처음으로 이발도 하시고 들어와서는 목욕도 시켜드렸다. 아직은 요령이 없어서 목욕은 어머니와 같이 해드렸는데 그래도 같이 하니 한결 수월하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시니 다행이다. 올라오셔서 두 분만 덩그러니 방치하지 않고 휴가를 내고 아버지를 보살핀 보람을 느낀다. 물론 육체적으로는 꽤나 피곤해서 책을 읽는데도 집중이 잘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음만은 뿌듯한 하루를 보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