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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Hyun Kim Sep 08. 2023

크라브마가, 손자병법 #12

知彼知己, 百戰不殆

이 글은 고전 전문가가 아닌 크라브마가 수련생의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그러므로 해당 글에는 오류가 있을수 있습니다.

가급적 참고를 위한 서적을 읽어보시고 직접 수련하시기를 권합니다.


0. 드디어 손자병법에서 가장 유명한,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가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 이긴다"로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손자병법을 한번도 안읽어본 사람일지라도 이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것이다.(이참에 지피지기 백전백승이 아니라 지피지기 백전불태가 맞는 말임을 기억해두자)

손자병법을 관통하는 큰 흐름인 "싸우지 않고 이긴다"를 놓고 볼때, 백전 백승이 아니라 백전 불태가 맞다. 아무리 전쟁 준비를 잘해도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패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도 쉽게 찾아볼수 있다. 다만, 적을 알고 나를 알음을 통해 국가나 국력이 완전히 소멸해버리는 최악의 사태만은 피하자는 뜻으로 봐야 옳을것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다치고 깨질수는 있어도 치명상을 입거나 아예 목숨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도록 하자로 옮길수 있지 않을까.

그럼 손자병법 모공편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위태롭지 않게 하는 다섯가지 조건을 다시금 더듬어 보자.


1. 知可以戰與不可以戰者勝

적이 나와 싸울만한 상대인지 알아야 한다. 아무리 수련이 잘되어 있어도 상대가 나보다 피지컬이 좋다면 쉽게 물리치기 어렵다. 당장 나보다 두배에 달하는 체중을 가진 사람이 부딪혀 깔아뭉개면 밀치고 일어나기 조차 쉽지 않다. 그러므로 상대방과 내가 겨룰만한 상태인지 빨리 파악하고 나 자신 역시 평소에 꾸준한 운동과 수련을 통해 피지컬과 기술을 갈고 닦아 위기의 순간에 상대방과의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일수 있도록 하는게 좋다. 하다못해 최소한 체력과 달리기만 꾸준히 수련해도 상대의 강함과 상관없이 위험에서 도망치는데 도움이 된다.


2. 識衆寡之用者勝

상대방과 내쪽의 수가 많고 적음을 파악하여 그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9.11 테러때 테러범들의 테러 시도가 유일하게 실패한 사례가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의 이야기이다.

https://youtu.be/XFGsJWjqNFs?si=pKVFjvmmnDyWquNW

안타깝게도 비행기는 추락하여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지만, 그들의 희생으로 인해 더 큰 비극을 막을수 있었기에 그들을 영웅이라 부를수 있을것이다. 4명의 테러범에 대항하기 위해 머릿수가 많은 승객들이 필사적으로 저항했기에 테러시도가 불발되었다. 이 비행기가 목표로 했던곳이 백악관, 국회의사당, 심지어는 원자력 발전소로 추정되기에 이들의 저항과 희생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상대가 수가 많다면 어쩔수 없으나, 적다면 무장한 상대라 하더라도 어떻게든 저항해야 한다. 일대일의 무장상태로는 빈약하다 할지라도 저항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다. 수의 많고 적음을 파악하여 그에 맞게 대처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리라 생각한다.


3. 上下同欲者勝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마음이 일치하면 승리한다는 구절인데, 개인으로 치환한다면 머리와 몸이 일치해야 함으로 해석할수 있으리라 본다. 아무리 머릿속에 알고 있는게 많아도 몸이 따라가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아무리 피지컬이 좋아도 머리속에 저항할 의지가 없다면 역시 소용이 없다. 지피지기라 했다. 상대방만 알아서는 안된다. 내 몸을 알아야 하고 내 머리를 알아야 한다. 역시 끊임없는 수련을 요구하는 말이라 하겠다.


4. 以虞待不虞者勝

미리 경계하고 대비한 상태로 미리 경계가 없고 대비가 안되어 있는 적을 상대하면 이긴다는 뜻이다. 개인으로 치환해보자. 최근 이글을 작성하고 있는 시점에 불특정 상대를 향한 흉기 난동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 쇼핑몰에서 삼단봉이나 후추스페레이 같은 호신용품에 때아닌 호황이 불고 있다.

하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주변을 살펴보면 위급한 상황에서 도망가기 어려운 신을 신고 다니는것을 많이 본다. 삼단봉을 샀어도 어떻게 사용하는지 연습한다는 사람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후추스프레이를 사면 무엇할것인가? 가방속에 대충 던져놓은 후추 스프레이는 위급시 찾아 꺼내기도 힘들다. 애초에 내눈앞에서 칼이 번득이는데 그런것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이나 떠올릴수 있을지 모르겠다.

항시 긴장한 상태로 경계해가며 거리를 걷는다는것은 쉽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샀다고 해서 경계가 되거나 대비가 되는일은 없다. 최소한도로 경계가 되고 대비가 되도록 해야 하는것이 맞다.


5. 將能而君不御者勝.

마지막, 장군이 능력이 있고 군주가 장군의 지휘를 통어하지 않으면 승리한다.

지난 글에서는 이것을 개인의 상황 중심으로 해석했는데, 이번엔 집단에 속해있는 나 자신의 상황으로 해석해 보겠다. 집단과 집단의 대치속에서 싸워서는 안될 상황이라 판단되는데 누군가 "너 크라브마가 배웠으니 싸워보라"고 하면 싸울것인가? 또는 가족과 함께 있는데 옆에서 "싸우면 골치 아파지니 저항하지 맙시다"라고 하면 순순히 굴복할 것인가?

앞에 계속 써내려 간 글에서 밝혔듯이 상황을 보고 내가 주도적으로 판단해서 행해야 한다. 어줍잖은 실력으로 대표로 나가 일대다로 겨루려 하다간 창피를 당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것이다. 가족의 목숨이 위협받는데 가만히 있다간 가족을 잃는 비극으로 끝나지 않을것이다. 무조건 따라서도 안되며, 따라서는 안되는 상황에 대처할수 있도록 수련에 꾸준히 힘써야 할것이다.


이렇게 모공편까지 정리해 보았다. 총 12편의 글을 쓰면서 느끼는것은, 각 글에 새로움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지겨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다만, 새로움이 없이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것은 손자병법의 모든 글이 지피지기 백전불태 한문장으로 축약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만큼 중요하고, 그만큼 실천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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