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의 첫 번째 청약서.
어릴적 tv 속 야구선수를 보며
'사인받고싶다'는 말을 할 적 마다
옆에서 함께 보던 어머니께서는
'사인을 해주는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하셨다.
사인의 어원인 signature에는
특징이라는 뜻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고 덧붙이시며.
그 말을 고이 곱씹으며
수 차례의 개선을 거쳐서
나만의 특징을 담은 그럴듯한 것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카드결제를 하지 않더라도
'서명'을 하고, '사인'을 받을 일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사인이 주는 무게감을 깨달아가고 있다.
수십, 수백장의 서류뭉태기 속 잉크자국을
힘차게 가로지르며 스며든 형광칠.
그 위를 분주하게 그려나가는 펜대의 지휘.
단 한 번의 최종 사인을 위해
거쳐가는 수 많은 손길들.
마음가짐이 달라지려니
보는 시각도, 보이는 시야도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