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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권 7시간전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 주는 행복

꿈꾸고 몰두하고 즐기는 공간을 만들고 가꾸고 확장하자.


누구에게나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지극히 사적인 공간은 취향대로 만들고 고칠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이고 남을 의식하지 않고 몰두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며 방해받지 않는 안전한 공간이다. 이곳에선 좋아하는 것들을 원하는 방식대로 만들고 정리하고 확장할 수 있다. 꿈을 꾸고, 몰두하고, 충전하고, 즐길 수 있다. 내 자아가 물리적으로 확장된 행복한 공간이자 나만의 작은 세계이다. 크기는 상관없다. 책상, 방, 집, 농장, 산 등 어떤 물리적 공간이나 장소도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 적이든 이러한 공간을 가지고 있다. 


기억 속이든, 현재든,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미래든 말이다. 어릴 적 이불을 의자나 책상 모서리에 묶어서 만든 어두컴컴한 공간은 너무나 아늑했다. 학창 시절 어두운 독서실 안에 있는 불 켜진 칸막이 책상은 누군가에게는 투쟁과 몰두의 공간이었다. 독립해서 처음 마련한 작은 공간은 작고 보잘것없지만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자유로운 장소가 된다. 가정을 이루면서 책상이 놓인 방 한켠, 베란다 구석 화단, 아무도 모르는 카페의 구석자리, 헬스장 러닝머신, 공원의 벤치도 임시적으로나마 그러한 공간이 될 수 있다. 


그러면서 열망하고 꿈꾼다. 


좀 더 개인적이고 좀 더 자유롭고 좀 더 안전한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말이다. 그러한 공간을 만들었거나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주변이나 역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곳이 소박하든 거대하든, 그 목적이 가볍든 무겁든 크게 상관없다. 그들은 각자의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찾았고 그 안에서 꿈을 꾸고, 몰두하고, 충전하고, 즐긴다. 그리고 그곳에서 크던 작던 일생의 업적을 이룬다.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자면,


공간의 제약이 큰 대도시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중에 시골이나 자연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는 사람들이 있다. 여건이 좋은 사람들은 별장이나 농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좀 더 극단적인 예로는 도시를 떠나 자급자족하며 사는 "자연인" 들도 있다. 
단독주택에 대부분 사는 미국 사람들은 차고, 지하, 옥탑방, 정원 창고/헛간  등에 취미공간을 만들어 놓는다. 남자들은 이 공간을 "남자-동굴 (man-cave)"라 부르고 여성은 "여자-헛간 (she-shed)"라 종종 부른다. 이곳에서 그들은 다양한 취미활동을 한다. 공예, 골동품이나 자동차 복원, 영화/음악 감상, 뜨개질, 예술활동, 정원가꾸기, 독서, 운동, 등 리스트는 무한에 가깝다.
작가들이 글쓰기용 방이나 독립된 헛간/오두막/작은 집을 마련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유명한 예시로 버지니아 울프의 글 쓰는 방,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오두막, 조지 버나드 쇼의 글 쓰는 헛간 (런던이라고 불렀다), 마이클 폴란의 글 쓰는 집 (손수 지은 여정을 담은 책 "마이클 폴란의 주말 집짓기 (원제: A Place of My Own)"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자신만의 작은 세계를 만든 이들도 있다. 정약용은 귀양살이 18년 중 10여 년을 보낸 다산초당에서 목민심서 등 수백 권의 책을 저술했다. 그 시작은 초가집이었지만 주변을 정원으로 지속적으로 꾸미고 자신이 거주하던 동암, 18명의 제자가 묵었던 서암도 지었다. 20세기 미국공예운동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여겨지는 일본계 미국인 조지 나카시마는 펜실베이니아 주 시골 만 오천여 평의 땅에 21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건축가이자 목가구장인인 그는 41세 때인 1946년부터 세상을 떠난 1990년까지 손수 설계하고 만들어나갔다. 그중 7개는 자신의 가족들을 위한 것이었고 나머지는 자신의 가구를 만들고 판매하는 건물들이었다. 


우리도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만들고 가꾸고 확장하자.


내가 공부하거나 작업하는 책상을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하고 꾸며보자.
내 방이나 집 자투리 공간에 나만의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만들어보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독립된 공간을 마련하고 확장해 보자.


그 안에서 홀로 꿈을 꾸고, 몰두하고, 충전하고, 즐기자.


집에 마련한 디자인 스튜디오와 지하 가구 작업실 공간이다. 대부분의 가구를 손수 만들었다. 앞으로도 더 정리하고 가꾸고 확장해갈 계획이다. 

[상단 이미지] 조지 나카시마가 손수 지은 집과 가구들. (https://us.gestalten.com/blogs/journal/george-nakashima-s-home-is-a-timeless-modernist-re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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