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한국인이 외국계 IT 기업 PR 담당자로 살아남는 법
약 2주전 발행했던 글 이 조회수가 폭발 했다.
일명 '조폭'을 처음 경험하고 나니 다시금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이직 후 나름 영어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터라 짧은 시간에 느낀 경험을 솔직히 나누었는데 이렇게 큰 반응을 얻을것이라고 생각치 못했다.
이 글의 조회수는 5,500회가 넘었고 덕분에 구독자수가 100명을 돌파했다. 참 고마운 글이다.
https://brunch.co.kr/@daekyun-kim/17
이왕 영어에 대한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만큼 언어적인 부분에 대한 글을 이어가려고 한다.
오늘은 제목이 곧 내용이다.
필자는 평생 외국에 체류해 본 경험이라곤
대학교 3학년 때 친구 셋이서 아프리카 4개국을 55일 간 여행했던 것,
그리고 중국 연변과기대에서 한학기 교환학생을 경험했던 것이 전부다.
참, 굳이 추가로 꼽으라면 첫번째, 두번째 직장이 국제기구 NGO 였기에 출장이라는 명목으로 직장인으로서 아프리카 및 아시아 10여개국 이상을 2-3주씩 다녀왔던 것이 전부다.
즉, 영어권 국가에서 체류해 본 적이 없는 '토종 한국인'이다.
결코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이런 필자가 어떻게 글로벌 IT 대기업의 홍보담당자로서 잘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건 탄탄한 모국어가 밑바탕이 되어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실제 필자가 지금 다니고 있는 기업의 당시 채용공고 자격 요건을 살펴보면 외국계임에도 불구하고 영어 및 한국어가 모두 능통해야 한다는 일명 Fluent in both English and Korean에 대한 요건이 없었다.
사실 어쩌면 이 점 때문에 토종 한국인 신분으로 대범하게 이 포지션에 지원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벌써 이직 후 10개월이 다 되어간다. 이직 과정에서 사실 다루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이는 다른 글에서 나눠보려고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럼 왜 외국계 홍보 담당자에게 영어 보다 '모국어'가 중요한걸까?
우선 홍보담당자라는 특성상 업무 중 가장 많은 접점이 있는 곳은 '미디어'다. 즉, 기자를 상대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참고로 필자의 비즈니스 타이틀은 'Communications Manager'이자 'Communicatinos Lead in Korea'이다.
쉽게 말해,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글로벌 모기업의 전체 홍보가 아닌 한국 지사의 홍보를 책임진다는 것이다.
이는 필자를 통해 모회사가 '한국 미디어'를 통해 잘 조명되고, 홍보되는게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
그래서 당연한 이야길지 모르겠지만, 영자 매체 보다는 로컬 매체 즉, 한국 매체에 집중하게 되고 필자의 성과 역시 타깃 미디어에 얼마나 비중있게 기업의 핵심 메시지가 잘 담겨지고 커버되는지에 직결되어 있다.
한국 매체에 잘 커버되려면, 한국 기자와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가끔, 외국계 IT 회사 중에서도 한국에 홍보 담당자는 커녕, 대행사 조차 두질 않고 싱가포르 같은 아태 지역 허브 같은 곳에서 통합해 몇몇 아시아 국가를 묶어서 홍보를 컨트롤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 매체 입장에선 한국어로 소통할 수도 없고 아태 지역 홍보 담당자(대부분 외국인이겠지만)에게 메일을 보내서 취재를 진항하거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
한국어로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홍보담당자가 있다면 매체 입장에서도 나쁠리 없다. 그래서 외국계 홍보 담당자여도 한국어는 매우 중요하다. 매체와의 정확한 소통은 홍보의 기본 중에 기본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소속은 본사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 산하 아태지역 커뮤니케이션팀의 일원으로, 인도인 매니저와 한국을 포함한 중국, 일본, 인도, 호주/뉴질랜드, 홍콩/대만, 아세안 등 국가별 홍보 담당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조직 특성상 소속은 아태 지역이나 물리적으로는 한국이라는 땅에 발을 디디며 일하고 있다. 즉, 주변에서 부딛히며 일하는 동료들은 주로 한국인이다. 물론 본사 쪽이나 아태 지역 팀원들과 소통하는 회의라면 무조건 영어를 쓰게 되지만, 한국에 있는 한국인 동료들과 협업할 일이 생각 보다 많다는 점.
한국 지사에서 일하는 팀과의 협력을 위해 어쩌면 한국어 능력은 너무 당연히 요구되는 사항일 것이다.
만약, 필자가 한국이 아닌 싱가폴 같은 곳에서 일했다면 모국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한국 지사에는 영업 부서부터 지원 부서까지 다양한 부서가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홍보 담당자로서 회사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외부와 소통하기 위해선 역시 모국어가 참 중요하다.
그럼 홍보 업무에서는 구체적으로 모국어 능력이 얼마나 중요할까?
우선, 크게 한국어가 필요한 업무 등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내부 전사 공지 (인사 관련 공지, 신규입사자 소개, 중요 공지 등)
-현지화 (보도자료, 글로벌 보고서 등)
-각종 국문 자료 리뷰 (소셜 포스팅, 회사소개서, 보고서 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지원 (연설문 작성 및 리뷰, 미디어 인터뷰 지원 등)
외국계 특성상 내부 전사 공지의 경우, 국/영문을 병행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본사에서 각 대륙 및 국가로 전달되어 공지해야 하는 내용들이 상당히 많은데 이 경우 영문으로 된 원문을 국문화하여 두가지 언어로 공지를 하게 된다.
새로운 분기나 회계연도가 시작될 때 조직 개편 등 인사 관련 공지부터 요즘 같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 관련 안내 등 중요 공지도 모두 국/영문을 함께 작성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홍보 담당자로서 가장 중요한 업무 중 보도자료를 작성하여 배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크게 보도자료는 2가지 형태가 있는데 지사에서 직접 콘텐츠나 아이템을 개발하여 바로 작성하는 것과 글로벌(본사)이나 아태 지역에서 영문으로 먼저 작성되어 이를 각 나라의 언어로 바꾸는 일명 '현지화' 즉, 로컬라이제이션(Localisation)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영어 원문을 그대로 직역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특성에 맞게 적절한 번역과 리뷰를 거치게 되는데 여기서 모국어 능력은 한번 더 빛을 발하게 된다.
이밖에도 각종 국문 자료에 대한 리뷰, 주요 리더십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데에도 모국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럼이나 주요 이벤트 시 키노트 및 오프닝 스피치, 미디어 인터뷰 진행 등 곳곳에 필요한 일이 많다.
어떤가?
생각보다 탄탄한 모국어 능력이 업무 곳곳에서 요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도 매일 국영문을 오가며 듣고, 읽고, 쓰고, 말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외국계 특성상 영어에 대한 부담 그리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매우 간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포지션에서 맡겨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업무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든든한 모국어가 밑바탕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필자가 내린 결론은 외국계 홍보 담당자라고 할지라도 완벽한 모국어가 뒷받침 되어 주지 않는다면 업무를 진행하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다는 점.
홍보 담당자라면 당연히 보도자료, 피칭 등 미디어에 특화된 글쓰기에 대해선 누구보다 자신 있어야겠지만, 그외 일상적인 업무에서도 탄탄한 모국어는 큰 보탬이 된다.
모국어는 나를 더욱 빛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