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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Feb 02. 2022

직장인에게도 겨울방학은 필요하니까...

이직 후 첫 글로벌 오피스 셧다운 경험기

필자는 글로벌 IT 기업 홍보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곳에 온지도 곧 1년이 다되어 간다. 그동안 쌓인 경험도 있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좋은 회사인데 외부에 (특히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이 참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창하게 기업 문화를 소개합니다~~~ 라고 쓰지 않고, 조금은 가볍게 하지만 구체적으로 철저히 경험에 기반하여 우리 회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씩 나눠볼까 한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의 제목은 “어쩌다 글로벌, 누리다 회사생활”로 정했다. 앞으로도 글로벌 IT 회사에서 겪을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경험를 발판 삼아 기업 문화와 회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기록해볼 예정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가장 최근에 경험한 '긴 연말 휴가'인데 개인적으로는 '직장인을 위한 특별한 겨울 방학'이라고 칭하려고 한다.


우선 필자가 처음 입사했을 때 놀랐던 것 중 하나는,

많아도 너무 많은 휴가였다.


기본적으로 1년 만근시 제공되는 연차 외에도 매월 쌓이는 월차, 그리고 병가, 긴급 휴가(갑작스런 가족 돌봄이나 특별한 사유 발생), 생일휴가, 봉사활동 휴가(5일) 등 종류도 많다. 참, 'Day for Me' 라는 휴가도 있는데 너무 길어지니까 이건 다음에 설명하기로!


코앞으로 다가온 필자의 생일 휴가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출처: 시스코 홈페이지)

이번 글에서 자세히 소개하고 싶은 건, 바로 연말 셧다운에 따른 긴 겨울 휴가!

필자가 다니는 회사는 글로벌에서 약 75,000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매년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거의 평균적으로 주말 포함하여 약 10일 정도의 휴일이 생긴다. 물론 개인 연차나 월차에서 차감이 되긴 한다. 


이를 보통 '연말 셧다운, Winter Break' 등등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말그대로 글로벌 전체가 해당 기간 동안에 오피스를 열지 않고 '그냥' 쉬는 거다.


일반적인 휴가와 달리 이런 오피스 셧다운이 좋은 점은,

해당 국가만의 공휴일이 아닌 글로벌 전체가 본사에서부터 각 지사까지 모두 '정말' 쉬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에는 'No Email', 'No Message', "No Meeting'이다.


예전의 경우, 휴가를 휴가 답게 쓰지 못했던 일련의 경험을 비춰 봤을 때 이런 셧다운은 정말 업무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서 충분한 쉼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게 했다.  

그러다 보니 12월 중순 정도가 지나면서는 모든 대화 속에서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쉽사리 들을 수 있었다.


“우리 곧 방학이다. 조금만 더 힘내자”

“이번 셧다운 때 뭐할거야?"


응. 난 배타고 가족들이랑 제주도에 가려고


그렇다.

우리 가족은 지난해 연말 셧다운을 활용해 제주에서 일주일 살이를 했다.

무려, 집에서 목포까지 차로 이동하고 목포를 둘러본 후 배를 타고 제주까지 들어간 다음, 다시 제주에서 일주일 정도 시간을 보내고 다시 목포로 배를 타고 돌아와서 무사히 집까지 왔다.


제주에서 목포로 돌아가는 퀸제누비아호에 차를 싣으며


3-4일의 휴가였더라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정이었을텐데 10일 정도의 넉넉한 휴가가 있으니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좋은건 이런 계획에 대해서 회사가 임박하게 알려주지 않고 항상 앞서 미리 휴가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알려준다는 사실.


그래서 우린 미리 배 편도 예약할 수 있었고, 사전에 휴가 계획을 충분히 세울 수 있었기에 무사히 제주를 다녀왔다.


더 놀라운 사실은, 연말에 10일 정도 쉴수 있는 긴 휴가 앞뒤로 본인의 상황에 따라서 2-3일 정도 혹은 일주일씩 더 휴가를 붙여서 사용한다고 해도 이를 문제 삼거나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왜 그렇게 휴가를 길게 가냐고 묻거나 굳이 그렇게 더 쉬어야 하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없다는거다. 개인의 사정에 따라서 더 일찍 휴가를 떠나거나 더 늦게 복귀하는 동료들을 주변에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셧다운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즈음 한 동료의 자동 회신 메일에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가족들과 눈을 보러 산에 가야해서 조금 일찍 셧다운에 들어갑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눈보러 일찍 휴가를 떠난다니… 참 소박하고 개인적인 사유다. 하지만 여기선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와 신뢰가 밑바탕에 있기에 가능한게 아닐까 싶다.


이렇게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연말에 10일 정도를 푹 쉬고 돌아오니 새해가 되었을 때 이제 다시금 일하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는 놀라운 사실.


사실,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부터는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분위기로 인해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쉴 수 있을 때 이렇게 모두가 함께 쉴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배려해 준다면, 직원 입장에서는 그만큼 충분한 휴식을 통해 재충전 하여 또 다시 새로운 한 해를 달려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 같다.


이보다 더 좋은 복지가 있을까 싶다.


바라기는, 올해엔 부디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어 연말 셧다운 때는 한동안 못갔던 해외를 꼭 가볼 수 있기를 손모아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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