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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Mar 30. 2024

외국계 IT기업에서 재택 근무 3년간 얻은 3가지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의 참 의미를 깨달은 순간

필자가 현 직장으로 이직하여 근무한지 만 3년이 됐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시기에 입사 첫날 노트북을 지급 받고 그 다음날부터 쭉 재택을 이어오다가 지금은 코로나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택과 출근을 자유롭게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재택을 했으니 ‘재택근무’를 메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마치 사라진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보니 어느덧 3년이 흘렀다. 적지 않은 시간을 거쳐왔기에 지난  3년간 경험한 재택 근무를 통해 과연 무엇을 얻었을까 돌아보게 됐다.


1. 웰빙과 워라벨 (Well being & Work-life balance)

웰빙이란, 말그대로 잘 사는 것, 삶을 잘 살아내는 것, 다른 말로 하면 삶의 질이 나아진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3년간 필자는 진짜 ‘웰빙’을 누렸다. 달리 말하면 ‘워라벨’이라고 해야 할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과 삶의 균형.

어쩌다 보니 외국계 IT 회사에서 홍보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내 자신이 신기할 따름이지만, 결국 지난 3년을 돌아보면 회사가 제공해주는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을 통해 직장생활에서 처음으로 진정한 ‘워라벨’을 경험하게 됐다.


외국계 회사 특성상, 개인에 대한 프라이버시를 기본적으로 존중해 주는 문화가 깔려 있고, 재택근무를 허용한다는 것 자체가 직원들을 ‘신뢰’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장소에 관계 없이 내가 해야 하는 일과 역할에 대해서만 충실하면 된다.


이는 자연스레 ‘워라벨’로 이어진다. 필자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만 출근하면서 회사에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일(오프라인 이벤트 등)이 있을 때만 나가는 상황이며, 역시 스스로 출근 횟수나 일정을 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나머지 시간들은 오롯이 재택근무를 하거나 업무 특성상 기자 미팅을 위해 집에서 바로 여의도, 광화문 같은 미팅 장소로 이동하여 업무를 보고, 다시 사무실로 이동해서 업무를 하거나 급한 미팅이 있으면 근처 카페에서 업무를 하는 등 유연하게 일하고 있다.


출근 여부와 퇴근 여부를 일일이 매니저에게 보고할 의무도 없고, 그런 분위기도 아니기에 내가 주어진 자리에서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성과로 입증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재택근무를 주로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워라벨’을 얻게 됐다.


출퇴근 시간이 줄어든만큼 본격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9-6시 전후로 조금만 시간을 낸다면 할 수 있는 일들이 굉장히 많았다.


가장 보람되었던 건, 건강한 취미를 위해 평소 배워보고 싶었던 ‘테니스’를 시작한 것인데 재택근무를 하는 요일에 맞춰 주 2회, 아침 7시에 1시간 가량 집근처 테니스장에서 레슨과 볼머신을 병행하면서 땀을 흘렸다.


정확히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루틴을 지켰고, 그 결과 지금은 테니스에 푹 빠진 테니스 러버가 된 동시에 평생 즐길 수 있는 좋은 운동을 만나게 됐다. 재택근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출근 전에 아침 운동 시간을 1시간 할애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게 바로 진짜 ‘웰빙’ 아니겠는가?


재택근무 덕에 얻게된 새로운 취미, 덕분에 인생 운동을 만나다


다만, 시간과 업무 공간, 장소에 대해 자유로운 만큼 때로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 간혹 새벽에도 콜(회의)이 잡히기도 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간혹 발생되는 일이며, 아무래도 미국 시간대를 기준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움직이다 보니 아시아 혹은 한국에는 편하지 않은 시간에 책상에 앉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편이다.


이 지점에서 어떤 분들은 이게 워라벨이 지켜지는 거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만큼 업무 시간과 환경에 대해서 자유도가 주어지기 때문에 이 정도의 불편함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정해진 업무 시간은 없으나 보통 9 to 6를 기준으로 하면서 시차에 따라 앞뒤로 +,- 한 시간 정도씩 업무를 하기도 한다.


재택근무를 한다고 해서 결코 나태해 질 수 없고 오히려 말거는 사람이 없어 업무 집중도나 처리하는 업무 량은 훨씬 많다는 걸 몸소 경험했다. 만약, 누군가가 회사에 매일 출근해서 9 to 6로 일하는 삶(보통 이럴 순 없을 듯 하지만)과 지금처럼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지금의 삶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필자는 고민없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전의 삶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이제는 상상하기가 참 어렵다.


2. 가족과의 시간 (Time with familiy)

두번째로 하이브리드 업무를 통해 얻은 것은 바로 ‘가족’이다. 풀어 쓰다보니 가족과의 시간이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결국 이를 통해 3년 동안 가족과 보낸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이는 곧 아내 그리고 아이들과의 쌓인 추억들이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평상시 기본적으로 재택을 하는 남편이 있어 아내는 가끔 평일 낮에 친구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 때로는 시간이 맞지 않는다면 필자가 등원을 시키거나 하원을 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5분 밖에 걸리지 않는 등하원이기에 큰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전의 삶을 생각해보면, 아침에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출근을 해서 일하고 있었고, 그리고 회사에서 보통 야근을 하면서 저녁을 해결하고 늦은 밤 귀가해 보면 아이들은 이미 꿈나라에 있었다. 당시 아내로부터 들었던 말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이들이 아빠를 더 이상 찾지 않는다고…


그 말을 듣고 참 슬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은 더 이상 이런 말은 듣지 않아도 된다. 아빠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항상 방에 있는 책상에 앉아 일하고 있기에 오히려 이제는 ”학교 다녀왔습니다“ 라는 인사를 듣는 것이 일상이 됐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 하루 하루 성장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매일 지켜보며 아침부터, 점심(주로 아내와), 그리고 저녁까지 세끼를 모두 가족과 함께 하면서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가족과의 시간’을 얻게 됐다. 식사 후 집 근처 산책마저도 새로 얻게된 선물이었다.


아내와 점심 이후 자주 걷던 집앞 공원,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은 순간


무엇보다 회사에서도 ‘가족’에 대해 우선순위를 인정해 주는 문화 때문에, 급한 병원 진료라던가 아이들에게 우발적으로 생긴 일 등에 대해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이를 용인해 주기에 아이들이 아빠에 대한 추억을 더 많이 가질 수 있고, 아빠는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것 그 자체만으로 참 소중한 가치를 얻게 됐다. 잠시 틀어져 있었던 방향성을 바로 잡고 가족이라는 우선순위를 바로 세우게 된 것이다.


3. 자기주도적 업무 습관 (Self-motivated work routine)

세번째는 제목 그대로 자기주도적인 업무 습관이자 루틴이다.

재택 근무 특성상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다 보니 사실 감시하는 사람도 없고, 나태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한 없이 게으른 업무 습관이 버릇이 되기가 매우 쉽다.


예전에 어떤 기업에서는 마우스 움직임을 통해 직원들이 일하는지를 트래킹 하기도 했다고 들었는데 적어도 우리 회사는 직원에 대한 신뢰가 기본적으로 있고, 내 매니저 역시 어디에 있든지 상관없이 내가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믿어주기에 어떠한 감시나 모니터링이 없다. 그 말은, 스스로가 컨트롤하고 동기부여 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대신해서 이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입사 초기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해 왔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애초부터 마음을 정했던 필자는 이렇게 좋은 업무 환경과 제도를 악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제도가 사라질 것이고 이 혜택을 누릴 수 없을 것이라는 매우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래서 스스로 나름의 룰을 세팅해 두었다. 보통 한국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9 to 6로 근무를 하면서, 점심 시간의 경우 점심을 먹기 시작한 시간부터 정확히 1시간은 넘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가령, 12시부터 아내와 점심을 먹게 되면 식사를 마치고 리프레쉬를 한 다음 1시에는 자리에 돌아와서 일을 한다. 만약 12시반부터 먹게 되면 30분이 늦어진만큼 1시반부터 다시 업무를 재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삶을 산지 3년이 다 되었지만, 여전히 이 원칙은 유효하고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사정상 9시반부터 업무를 시작했다면 랩탑을 덮는 시간 역시 6시반까지 스스로 최소한 8시간의 근무는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물론, 6시 반이 아니라 7시까지 일하는 경우도 많고, 저녁 식사 이후에 급한 일을 처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밤에 콜이 잡히면 자다가 시간을 맞춰놓고 일어나서 하기도 한다.


또한, 중간에 동료들과 갑자기 티타임이나 커피챗 등을 할 수 있는 회사 사무실 환경과 달리 이렇게 재택 근무 환경은 크게 업무가 중단될 일이 없다. (아이들이 하교 하거나 잠시 커피 테이크 아웃을 위해 밖에 다녀오는 일 외에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집에서 일하는 환경이 업무 집중도가 훨씬 높고, 더 많은 일을 단 시간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중심에는 3년간 수차례에 걸쳐 업그레이드 해온 나에게 최적화 된 홈오피스 환경 덕분이기도 하다.


재택 초기에는 노트북에 하나의 듀얼 모니터를 쓰다가 하나씩 모니터가 늘어나면서 지금은 총 4개의 디스플레이를 쓰고 있다. 모니터는 거거익선(크면 클수록 좋다)가 아니라 다다익선(많으면 많을수록 좋다)이었다. 이메일 확인용, 화상회의용, 메신저용, 웹브라우저 및 문서 작성용 이렇게 목적을 나누면 별도의 창 전환 없이 빠르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집에서 오히려 일이 잘된다는 건 이런 인프라의 도움을 받은 것도 매우 크다고 본다.


3년간 수없이 레이아웃을 바꿔가면서 나에게 최적화된 홈오피스이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


필자에게 오피스 출근은 직원들과 교류하면서 그간 나누지 못했던 일들을 캐치업 하고 근황을 나누면서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주 목적이 되었다. 물론 오프라인 이벤트라던가 대면해서 해야 하는 프로젝트 시작 미팅, 중요한 인터뷰 등은 오피스에서 해야 하기에 출근을 필요로 하지만 그 외 대부분의 업무는 노트북만 있으면 집이든 카페에서든 일할 수 있기에 완전히 달라진 삶을 살고 있다.


재택근무가 길어지고 기본이 되면서 누구에게도 감시 받지 않지만 스스로가 룰을 정하고 자기 주도하에 일할 수 있는 업무 습관을 가지게 됐다.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 이어질 하이브리드 워크를 통해 유연한 근무 환경을 잘 활용해서 보다 의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정진해야겠다. 방심하는 순간, 이 좋은 제도는 사라질지도 모르기 때문.



업무 환경의 유연함이 최고의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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