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서 유명인, 크리에이터, 그리고 우리
비플의 작품은 크리스티의 예술품 경매를 통해 거래가 성사됐다. 디센트럴랜드에 전시된 NFT 아트 역시 다수는 디지털 아티스트들에 의해 제작된 것이다. 이러한 작품이 과연 예술로 평가받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가,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기는 한 것인가 하는 문제는 뒤에서 다루기로 한다. 그러나 어떤 NFT 아트는 디지털 아트의 영역 자체를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수집품, 게임 아이템, 도메인 주소, 트레이딩 카드, 음원 등도 사실상 NFT 아트처럼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디지털 아티스트가 아닌 이들이 디지털 아트를 제작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테슬라(Tesla)의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Elon Musk)의 아내이자 캐나다의 유명 가수 그라임스(Grimes)가 만든 2021년 3월 '워 님프'(War Nymph)’라는 제목의 NFT 아트 컬렉션 10점을 보자. 이 작품은 니프티게이트웨이(Nifty Gateway)라는 NFT 마켓플레이스 온라인 경매에서 도합 580만 달러에 낙찰됐다(Kastrenakes, 2021.3.1). 논란은 있지만 비플은 스스로를 디지털 아티스트로 정의하며, 그의 작품은 크리스티의 ‘예술품’ 경매로 거래됐다. 그러나 그라임스의 작품을 거래한 니프티게이트웨이는 기존 예술품 거래 시장조차 아니다. 그라임스의 작품도 기존 예술계가 아닌 자신의 팬과 머스크의 지지자, 그리고 NFT의 열광적 지지자들(evangelists)을 통해 평가받았다.
그나마 그라임스는 대중예술가로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NFT 아트는 전통적 대중예술의 범주도 넘어선다. 예를 들어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Jack Dorsey)가 2006년 3월 21일 올린 트위터 최초의 트윗이 NFT로 만들어졌다. 이 트윗은 밸류어블스바이센트(Valuables by Cent)라는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서 1630.5825601 ETH(약 291만달러)에 낙찰됐다(Locke, 2021.3.22). 낙찰 금액은 아프리카 코로나19 피해자에게 전액 기부됐다. 잭 도시의 첫 트윗 거래는 고급예술계도 대중문화계도 아닌, IT 업계와 NFT 공동체, 그리고 이에 관심있는 사용자 일반의 평가를 받았다. NFT의 경제적 가치도 첫 트윗의 의의에 공감하는 공동체가 지지하는 사회 가치로 환원됐다.
잭 도시의 트윗 거래는 최초, 더 나아가 유일무이한 사건이라면 어떤 것이든 NFT로 취급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례로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쿠팡과 로블록스, 스포티파이, 스노우플레이크, 유니티, 도어대시 등 NYSE에 상장한 스타트업의 첫 거래를 기념하는 NFT를 발행했다.
이세돌은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유일하게 승리한 제4국이 담긴 동영상을 NFT로 만들었다. 이 NFT(http://t.ly/wyej)는 60ETH(당시 이더리움 시세로 약 2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보다 일상적인 디지털 이미지도 독특한 의미를 갖는다면 NFT 아트로 만들어져 거래될 수 있다. 유튜브 초기 인기를 끌었던 14년 전 홈비디오 ‘찰리가 날 물었어(CHARLIE BIT ME)’도 그러한 예이다. 이 동영상은 NFT로 만들어져 76만999달러(약 8억4508만원)에 팔렸다.
NFT아트가 이런 초고가 작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거래 가능성이 낮더라도 NFT 아트로 만들어질 수는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6월 3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오픈씨에서 판매 중인 NFT 상품 1,887,541개 중 미화 200달러 미만 상품이 절반이 넘는 952,320개나 된다.
이러한 저가 NFT 아트가 경매를 거쳐 고가로 거래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NFT 마켓플레이스에 작품을 올리는 수많은 창작자들은 일확천금을 노릴 정도로 현실 감각이 없지는 않다. 그보다는 “새로운 판매 창구”를 늘리는 효과 정도를 기대한다.
통상적으로 NFT 아트 재판매 시 판매가의 10% 이상을 원저작자에게 지급하는 점도 창작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NFT 아트는 그 외연을 넓히면서 양적으로도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암호화폐 분석 사이트 난펀저블닷컴과 BNP파리바 라틀리에 연구소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NFT 아트를 포함한 전체 NFT의 시가 총액은 2018년 4096만 달러에서 2020년 3억3803만 달러로 폭증했으며 거래량도 2020년 2억5085만 달러를 기록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댑레이더에 따르면 2021년 2월에는 오픈씨를 포함한 상위 3개 NFT 마켓플레이스 기준으로 거래량이 3억 4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출처: 박대민(2021). NFT 아트 : 예술계의 탈중앙화와 흔적의 아우라. <한국언론정보학회>. 109호. 127-1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