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태를 겪으면서.

뭔일이고 이게.

by 댕챱

최근 한국내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사실상 유일하게 지배적 이용률을 자랑하는 메신저 앱 '카카오톡'이 최근 사용자들한테 엄청 욕먹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 사람들을 이렇게 화나게 만든 이유가 뭘까?

답은 간단하다.


대다수 사용자들이 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규모 개편이 이뤄졌고, 그게 그 앱의 핵심 UX와 본래 정체성을 스스로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마다 의견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댓글들과 리뷰들, 그리고 뉴스를 보면서 이번 업데이트에서 대중이 반대하는 이유로 보이는 주요 포인트 2가지는 다음과 같았다.


1. 사용자 맥락을 하나도 읽지못한 UX

일단 가장 큰 결함은, 다음 2가지 사용자 환경/맥락적 특성을 죄다 놓쳐버렸다는 데 있다.


a)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예측불가한 나비효과

내가 어떤 게시물을 올리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단/장기적으로 회사 내에서 나의 입지를 곤란하게 하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예로, 어떤 사람이 몸이 좋지 않아 병가를 냈다고 해보자. 병원에가서 간단한 검사와 처방을 받고 집에 오는길에, 날씨가 너무 좋아 셀카를 몇장 찍었는데 마음에 쏙 드는 사진이 나왔다. 그래서 그걸 새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더니, 다음날 팀의 직속상사가 그걸 보고 나에게 '어제 병가낸거 아니었냐, 근데 어디 놀러간거였냐' 이런 질문을 받는 상황을 상상하는게 무리가 아닐정도로 그런 상황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또는 내가 무언가를 잘하거나 못하는 사진을 별 생각 없이 재밌어서 올렸는데, 그게 회사 내 동료들과의 상호작용 중 쓸데없는 낙인이 되어버릴 수도, 혹은 직접적인 갈등이 없더라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은근히 회사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악의 씨앗이 될 수 있다.


b) 강제로 안물안궁-관심종자 행 열차 태워보내기

우리는 카카오톡과 연락처를 연동하여 사용하곤 하는데, 우리는 모든 사회적 관계들에 대해, 매번 전화번호부를 뒤져 일일이 그것을 정리하지 않는다. 때문에 좋지도 나쁘지도 않게 연락이 소원해진 옛 지인들, 친구들, 퇴사한 회사의 전 직장동료들, 친척 등의 카카오톡 친구목록이 모두 그대로 나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카카오톡 내에서 올리게 되면, 그것은 내가 특별히 차단한 이들을 제외하면 거의 모두에게 새 소식이 전달된다. 그러나 그렇게 미처 확실히 끝맺음이 되지 못한 애매한 전 관계들이 남아 있는 앱에서 내가 소소하게 1-2가지를 바꿀때마다 매번 대문짝만하게 광고가 나간다는 건, 특히나 한국적 정서에서는 정말 민망하기 짝이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사용자 맥락이 얽히고 설켜있는 앱 안에서, 사용자들에 대해 굉장히 단순하고 피상적인 관점으로만 접근한 새로운 UX는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지당하다. (솔직히 카카오워크나 비즈니스도 아니고, 카카오톡은 개인고객들이 앱의 한 축을 받치고 있는 중요한 기둥과도 같은 존재인데 그런 귀한 존재들의 목소리를 깡그리 씹어먹을 생각을 했다는게 너무 기이하다.)


2. 사용자를 고려하지 못한 UX

1번과 중첩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렇지 않다. 이건 한 뉴스에서도 집중조명된 것을 발견했는데, 바로 '사용자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UX 개편'이다.


쌔끈했던 초기 아이폰과 더불어 함께 세상에 나타난 카카오톡은, 어느덧 십수년이라는 세월동안 일상을 보조하는 여러 기능들이 다닥다닥 붙게 되면서 초거인 서비스가 되었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굉장히 높아지면서 그만큼 특정 연령층이나 사회적 계층뿐만이 아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쓰는 앱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이건 나 또한 요즘들어 어느정도 공감하는 부분인데,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어진다. 체력적으로 노화되기 때문이다. 의지가 있어도, 머리가 따라주지 않고 몸이 예전만큼 움직여주지 않는다. 스마트폰 보급률과 함께 어르신들은 십수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카카오톡이라는 앱을 가랑비에 옷 젖듯 배워왔고, 익숙해져왔다. 그러나 거대 개편 한방으로 카카오톡은 그 많은 사회적 약자계층들에게 아주 큰 곤란을 선사해주었다. 내 어머니조차 기존 카톡 기능의 50% 정도밖에 이용하지 못하셔서 늘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시는데(매번 깨달음의 연속이다), 힘들게 익혀온 그 50%만큼의 익숙함마저도 과감하게 깎아내버린 이번 카카오톡 개편은, 결과적으로 큰 좌절감과 더 큰 불안감만 선사해준 꼴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탈카톡중이다. 내 모든 지인+친구들에게 이제부터 전화가 아니라면 문자로만 소통하겠노라 선언했고, 그렇게 하자고 제안했다. 지금은 자주 소통하는 케이스들부터 기본 문자 앱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어차피 웬만한 요금제에서는 문자서비스가 대부분 기본문자 제공인 경우가 많아서, 십수년 전 '문자 100건 무료'가 있던 시절처럼 한건 한건에 초조해할 일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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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사태를 통해 배운점

보리까끄라기도 쓸모가 있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또 경험하면서, 나는 아주 중요한 몇가지 교훈을 얻게 되었다.


1. 언제나, 지켜야 할 선은 있다.

회사는 본질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고, 모든 제품 결정이 모든 유저를 만족시킬 거라고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개인 사용자들이 앱을 떠받치는 핵심 기둥 중 하나를 형성할 때, 회사는 — 규모나 성장 단계와 상관없이 — 가능한 한 가장 신중하고 균형잡힌 의사결정을 내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앱이 수년간 한국인들에게 사랑받아왔고 이제는 한국 생활의 많은 측면에 깊이 뿌리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는 앞으로 지금보다는 나은 결정들을 내려야 할 것이다.


2. 능력 검증은 모두를 대상으로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만일 내가 채용담당자가 되어 사람을 뽑는다면, 결과값보다는 과정을 중심으로 평가하여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특정한 누군가 또는 어떤 집단을 저격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도리어, 수십년동안 줄담배와 술에 빠져살다가 한번에 나락 간 사람을 보고 '멍청이ㅋ'라고 하는게 아니라 '와... 난 운동 열심히 하고 건강한 음식만 먹어야지...'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본적으로 카카오라는 조직의 떡대가 있는데, 그에 비하면 이번 결정은 너무나도 허탈하며, 실망스러웠다.)

회사에서 모든 업무는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내가 자랑스레 이력서에 기재한 한 줄의 성과도, 나와 함께 그것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 최소 1-2명의 협동이 있었으며, 어떤 부분에 대해 고민할 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거나 미처 놓치고 있던 나의 오류를 누군가 짚어 정정해준 순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여러순간들이 종합되어 나의 성과를 만들고, 그 성과가 곧 협동자들의 성과이기도 하기에, 업무과정 안에서 그 사람이 어떤 식으로 사고하는지, 그 진짜 역량을 발견할 수 있는 '과정 중심형' 테스트가 아니면 기업은 진짜 능력 있는 인재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직급이 높다고 예외가 아니다. 고위직일수록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능력 검증은 연차 및 직급을 불문하고 고루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마치면서.

솔직히 이번 사태를 한발자국 떨어져나와 다양한 말들이 쏟아져나오는 걸 지켜보면서, 십분 이해되고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지만 또 한편으론, 다른 관점에서 '참 꼭 저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는건가..' 싶은 실망스러운 피드백(단순 악플을 말하는게 아니다)들도 더러 발견할 수 있었다.


매순간 느끼는 거지만, 세상은 넓고 다양한 집단과 개인들이 존재하며, 그렇기에 참 여러가지 문제들과 갈등들이 생겨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건 근본적으로 어딜 가든, 늘 같은 원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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