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팝송을 듣는건, 추상화를 감사하는 것과 같다.

팝송=추상화

by 핑크하트

boywithuke의 음악들을 몰아 듣기를 하며 좋아하는 카페를 가는 길이었다.

영어랑은 아직 깊은 뜻도 없고 큰 인연도 맺지 않은 나로서는 boywithuke의 노래들의 가사를 전혀 모르고 멜로디와 가수가 노래를 부를 때의 전해지는 목소리를 통해 감정을 느끼고 느껴진 감정대로 기억하고 즐기고 흥얼거린다.

꽤 괜찮다는 생각 이 음이 참 좋다는 생각 가슴이 아프다는 생각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나는 요즘 이 가수의 노래가 좋아서 카페 와서도 에어팟을 끼고 누군가가 상냥하게 모아놓은 플레이리스트를 열심히 재생했다.


내가 영어를 잘해서 가사를 알아 들었다면 또 다른 것들을 더 느꼈을 것 같긴 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지금도 나는 꽤 만족한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팝송들이 내게 이렇게 위로와 위안 공감을 줄 때 사실 이에 대해서 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때때로 가사까지 궁금하면 그 가사를 찾아보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물론 가사가 좋아서 좋아하는 가요들도 있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멜로디가 제일 중요하긴 하다.

멜로디는 사람으로 따지만 첫인상이랄까?

전주도 아니고 간주도 아니고 중간에서부터 듣던 어디서부터 듣던 상관없다.

그중 어떤 순간이 나를 마중 나온다면, 그 마중이 마음에 들면 그렇게 그 곡에 빠져들었었다.


늘 별생각 없다가 오늘 카페에 앉아 좋아하는 핀커피를 마시며 탁 트인 유리창으로 비가 올까 말까 노심초사하며 생각하다가 알게 됐다.


팝송은 내게 추상화와 같다.


어느 날 미술관을 찾았을 때 큐레이터분이 이야기하시길,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추상화를 선호하시는 이유는 내 마음대로 혹은 나의 기분이나 감정과 때에 따라 다르게 해석 가능한 것이 추상화라 더없이 좋다는 말을 하셨는데, 그 말이 참 인상 깊었다.


작가의 메시지를 몰라도 그 그림을 통해 내가 느낀 느낌, 그때그때 다르게 다가오는 느낌. 그로 인해 내가 받는 위로와 위안 혹은 나의 어떤 고통이나 어떤 순간에 대한 추억. 또는 나의 마음 다짐.

노래가 전하는 이야기도 모르면서 팝송을 듣고 내가 눈물을 그렁거리거나 울렁거리는 가슴에 감상에 빠져들거나 뭔지 모를 흥에 신이 나는 건 팝송은 내게 미술로 따지면 추상화라 그랬구나.

구태여 답을 찾지도 않았지만,

오늘 나는 답을 찾았다.

또 이 답이 매우 만족스럽고 즐겁다.


나는 또 어떤 곡들에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곡들을 알아가게 될까?

오늘도 충분히 설레었지만, 앞으로 만날

많은 곡들을 생각하니 가슴 벅차게 설레서 입이 저절로 벌어질 만큼 웃음이 난다.


아 미술관 가고 싶다.

사진이나 화면 속 그림을 볼 때도 좋지만,

미술관에 전시된 그 작품을 보고 있으면

거장 앞에 서 있는 기분이랄까?

압도되는 느낌

위로받는 느낌

호기심이 생기는 느낌

모르겠는 느낌


아.

행복하다.

살아있어서.

들을 수 있어서

볼 수 있어서

내일을 꿈꿀 수 있어서

그럴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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