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끄러움

수치를 짧은 글 속에 숨겨 본다

by 댕그르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걸까? 어린 나, 중학생인 나, 고등학생인 나, 일 년 전의 나, 한 달 전의 나, 어제의 나, 이 모든 과거의 나는 부끄러운 모습이 수두룩하다.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스스로가 한없이 부끄러워지곤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런 수치를, 창피를 어떻게 견디며 살아가는 걸까?


교통카드가 없어 버스에서 다시 내려야 했던 국가유공자 할아버지를 위해 카드 속의 현금 2000원을 내어주지 못한 내가 부끄럽다. 난처한 표정으로 낡을 지갑을 다시금 쥐며 내리던 모습에도 행동하지 못했다. 술을 진탕 마시고 하지 않는 게 더 좋았을 말들을 마구 내뱉은 내가 부끄럽다. 말은 남을 베는 칼이 되기도 하고, 나를 베는 칼이 되기도 한다. 함부로 칼을 뽑아서는 안 된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자기 비하를 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는 내가 부끄럽다. 금방 사람을 믿고 마음을 쏟았지만 받은 건 냉소와 조롱뿐이었던 내가 부끄럽다. 사람들 사이에서 정착하지 못한 채 홀로 외로운, 어색한 웃음의 내가 부끄럽다. 깨어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면서 바른 목소리를 낼 자신은 없는 내가 부끄럽다. 나의 가치관에 반하는 농담 속에서도 웃을 수밖에 없는, 더 나아가 농담에 동조하는 내가 너무도 부끄럽다. 정의롭지 못한 나, 친절을 베풀지 않은 나, 발전하지 못하는 나, 용기 있지 못한 나 이 모든 나를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어떻게 버릴 수 있을까?


마음속에 응어리진 것들이 있어 글로 옮겨 적고자 하면, 막상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나는 내 글 같은 사람인가? 알맹이가 없는 시끄러운 깡통이라 계속 이리저리 굴러가며 깡깡 하는 불쾌한 소음을 내고 일그러지는 사람인가? 그래서 나는 깡깡 소리가 부끄럽다. 일그러진, 빈 깡통이 부끄럽다.





작가의 말: 부끄럽지만 이런 스스로를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가야겠죠. 나의 허물을 한 꺼풀씩 벗으며 앞으로 가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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