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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굴이 Nov 11. 2022

디즈니에게 넷플릭스를 권하고 싶은 이유

에놀라 홈즈 2가 전하는 메시지

(이 글은 에놀라 홈즈 2에 대한 스포일러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블 영화에 여성과 흑인 캐릭터가 늘어가고 있다. 전혀 달갑지 않은 방식으로.

토르, 헐크, 호크아이  주요 캐릭터를 여성으로 교체캡틴 아메리카 인어공주 흑인 배우를 캐스팅하 디즈니는 본인들이 PC(Political Correctness)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여지없이 보여고 있다.

Political Correctness: the principle of avoiding language and behavior that may offend particular groups of people (Oxford)
즉, 언어나 행동이 특정 그룹의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원칙  


기존 남성 또는 백인 중심 영웅 판타지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분화하는 것은 응원하고 지지해야 마땅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마블 영화의 행보는 관객들로부터 점점 외면받고 있다. 미도 없고 감동도 없기 때문. 다가 재미를 포기하면서까지 밀어 넣은 PC 메시지 회적 울림보다는 이분법적인 갈등만 초래고 있다.


극의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 두 가지 모두를 성공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디즈니가 진심으로 재미와 감동을 '플러스'하고 싶다면, 손에 쥐고 있는 수많은 캐릭터들잠시 내려놓고 넷플릭스에 들어가서 <에놀라 홈즈2>를 보라고 하고 싶다.




마블 콘텐 재미 없어 건 사실 한 가지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PC 메시지'도 여러 이유 중 하나인 건 분명하다.

쉬헐크, 팔콘앤윈터솔저, 샹치 (사진: 디즈니)

디즈니는 최근 선보인 대부분의 작품에서 거의 강박적으로 여성, 흑인, 아시아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리고는 이 캐릭터들의 입을 빌려 '여자도 할 수 있어, 흑인도 뛰어나, 아시아인도 멋져'와 같은 메시지를 극의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다. 이는 마치 <람보>나 <록키>와 같은 예전 헐리우드 영화들이 냉전시대 필요한 국주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주입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회적 메시지가 극의 재미보다 우선시되는 주객전도 순간, 캐릭터는 매력을, 관객 웃음을 잃는다.



반면, <에놀라 홈즈2>는 여성 인권에 대한 시지를 분명전달하면서도 캐릭터의 매력과 극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에놀라 홈즈는 셜록 홈즈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설정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로, 19세기 말∼20세기 초 런던을 배경으로 한 원작 셜록 홈즈에 착안해 여성의 인권이 억압받던 시절에 오빠들 못지않게 추리 실력이 뛰어난 에놀라가 어떻게 사건을 풀어나가고 성장하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에놀라 홈즈2' 스틸 (사진: 넷플릭스)

1. 에놀라 홈즈는 '셜록 홈즈의 여동생'이라는 설정에 집중한다. 

유명인의 동생이라서 겪는 보통의 서러움, 자유분방한 엄마의 교육방침이 키워 낸 기와 독립심, 홈즈 핏줄답게 똑똑한 추리력 등 에놀라만의 서사를 바탕으로 탄탄한 캐릭터성을 부여함으로써 캐릭터 자체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덕분에 관객은 에놀라를 보면서 '셜록 홈즈를 왜 여자로 만들었' 의문을 품지 않는다. 



2.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스토리를 방해하지 않는다.

 에놀라 홈즈의 스토리 '홈즈'의 이름에 걸맞게 추리와 사건 해결이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다. 극의 전반부에 등장한 건의 여러 요소들은 극의 후반부에 여성 노동자들 파업이 등장하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납득시킨다. 19세기 말이라는 원작의 시대적 배경 개연성을 더다. 메시지가 스토리 안에 스며들어 다.

1888년, 런던 성냥공장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 모습

<에놀라 홈즈2>에서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엔딩크래딧이다. 영화가 끝나고 깜깜한 화면 위로 실제 냥공장 파업을 전개했던 실존 인물의 사진 나오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다. 이 사진 한 장은 사회적 약자동등한 권리 보장 그 어떤 가상 캐릭터 외보다도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3. 성을 완벽하게 묘사하려고 하지 않는다. 

에놀라가 며칠을 고민해서 해독한 암호를 셜록은 보자마자 어낸다. 그 모습을 보며 에놀라는 입을 삐죽이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훨씬 설득력 있는 상황 설정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셜록 홈즈는 최고 중에 최고니까.

2세대 캐릭터들의 실력어필하다 무너진 밸런스에 어벤저스(1세대) 팬들의 반감을 사버린 마블과 달리, 에놀라 홈즈는 미숙함과 허당끼를 드러내며 셜록 홈즈와 비교를 거부한다. 로써 정체성을 확립한다.

경찰에게 쫒기는 에놀라 홈즈.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 셜록 홈즈가 도망가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사진: 넷플릭스)

또한, 여성 악역이 장한다. 셜록 홈즈의 앙숙이자 범죄자인 모리아티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나 또한 직도 성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 깨달았.

에놀라 홈즈는 결점을 가진 다양한 여성상을 보여줌으로써 기존의 여성성에 대한 통념을 깨부수고 페미니즘 메시지에 진정성을 더한다.

페미니즘이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던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며,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 권리와 주체성을 확장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이론 및 운동을 가리킨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전개되기 시작했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가끔은 디즈니의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극단적인 행보가 '원죄에 대한 속죄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모든 이들의 어린 시절에 하얗고 눈 크고 콧대 오뚝한 사람을 이상형으로 꿈꾸게 하고, 늠름한 왕자가 가냘픈 공주를 구원하는 서사를 주입시킨 원죄에 대한 속죄.


하지만 제대로 속죄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디즈니 실사 영화 캐스팅. 인어공주, 팅커벨 , 백설공주, 피노키오 푸른요정 (사진: 디즈니, 아시아경제)

흑인 배우를 캐스팅한다고 해서 어린 시절부터 우리가 알던 인어공주 리엘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 있는 건 아니다.

원작과의 괴리감 때문에 불만을 토로하는 팬들의 목소리는 어느새 PC 프레임 안에서 인종차별이 되고  '포용'을 강요당한다. 

디즈니 실사 영화 컬렉션은 기존 캐릭터를 소수계층용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디즈니의 PC주의가 그저 '여성/흑인 할당제'지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어공주 역 할리 베일리에 대한 악플을 보 드는 생각. 사실 디즈니 PC 지능형 안티일지도?)


헐리우드는 아시아인을 묘사할 때 그들의 뿌리 집착한다. 그래서일까? 마블 최초 동양인 캐릭터인 샹치는 우주와 첨단기술을 배경으로 하는 백인, 흑인 주인공과 달리 여전히 무협 소설에나 나올 법한 공간 설정을 벗어나지 못한다.

비백인에 대한 고정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 또한 앞으로 디즈니가 가야 할 길이다.




포용해야 할 것은 서로의 다름 그 자체데, 자꾸 그 다름을 범주화하려는 것이  디즈니의 PC주의가 갖는 한계다.

그 범주를 벗어나는 순간 익숙하 않지만 그래서 더욱 신선한, 새 캐릭터들을 무궁무진하게 만날 수 있 않을까.


- IT 천재지만 몸은 비실비실한 안경캐 아프리카계 흑인 남성

- 악동 같은 성격의 안티 히어로 아시아계 여성

- 성실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야망을 품고 배신하는 실눈캐 라틴계 게이 남성

- 건방지고 싹수없지만 맡은 일은 제대로 해내는 이슬람계 레즈비언 여성

- 리엘과 옆 동네에 살고 있던 흑인 인어공주

- 드래곤과 싸우다 드래곤 성에 갇혀 버린 왕자를 구하러 가는 반려견 야기까지.


디즈니만의 독창성을 불어넣은 새로운 캐릭터와 스토리3의 전성기를 맞이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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