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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석 Oct 24. 2024

인생을 담은 듯한 게임 - 하스스톤

글쓰기 연습 2

 하스스톤이라는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소개하는 글이 아니다. 이 게임의 방식이 삶의 선택과 관련해서 느끼게 해주는 것들이 있어 글쓰기 연습에 아주 재밌는 소재다 싶어 내 생각을 적어 보려 한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면이 없진 않지만, 평소 이 게임을 하면서 작은 희로애락을 느꼈다. 슬픔까진 오반가..


 하스스톤은 수집용 전략형 카드 게임이다. 약 10년 전에 출시한 게임이며 모바일과 PC 모두 지원했다. 틈틈이 앉아서 한 두 판 정도 하기 딱 좋은 게임이긴 한데 과하게 할 때는 정말 틈 없이 했던 것 같다. 약간의 진입 장벽을 넘으면 아주 재미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처음 기본적인 카드가 제공이 된다. 그리고 각 시즌 별로 카드가 추가되거나 사라진다. 카드 게임의 한계 중 하나는 계속 추가되는 카드를 정규 시즌에 누적해서 운영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에 있던 카드와 상충되어 게임이 말도 안 되게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규가 아닌 야생이라는 형태로 그간 나온 모든 카드를 조합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정말 기가 막힌 상황이 많이 나온다.

경기 장면 - 출처 하스스톤 공식 홈페이지



한 게임에 운영가능한 카드는 30장이다.

 직업별과 전 직업이 사용 가능한 카드가 시즌 별로 500장 정도가 있다. 이 중 딱 30장만 선택이 가능하다. 또한 동일한 기능이나 하수인 카드는 2장까지 허용한다. 전설이라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카드는 딱 한 장만 허용한다. 30 장의 카드 덱을 구성할 때 많은 카드들 중 조합 시 좋은 성능을 내는 것들로 만들어야 한다.

 무조건 좋아 보이는 희귀하고 전설의 카드만 모으면 이길 수 있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사실 그렇지 않다. 전설의 카드 하나하나는 대단한 능력을 가졌지만 일반 카드들이 전설 카드가 나갈 수 있는 타이밍을 잡아줘야 한다. 또한 그런 전설적인 능력의 카드는 전장에 내려놓을 때 비용을 많이 들여야 한다.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그런 거 안 배웠어?
타짜, 고니
 

드로우(카드 뽑기)는 턴마다 한 장씩

 게임을 시작하면 나와 싸울 상대를 찾고 선을 결정한다. 먼저 하는 사람이 유리하기 때문에 카드 3장을 갖고 시작하며 상대는 4장과 동전카드(마나 수정 하나를 얻는다.)를 받고 시작한다. 드로우를 하는 카드 사용을 제외하면 각 턴이 시작되면 내가 구성했던 30장 중 하나의 카드가 무작위로 들어온다. 그리고 마나 수정은 1개로 시작해서 각 턴마다 1개씩 늘어난다. (기본적으로 10개가 최대이다.) 사실 적시적소에 내가 30장으로 구성한 테마에 맞게 카드들이 나와 준다면 혹은 상대가 굉장한 필드를 구성했을 때 모두 정리할 수 있는 카드가 때마침 나와 준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운빨X망겜"이라 불리기도 했다. 여전히 그런 부분은 존재한다.


"우리네 인생도 준비 해 둔 것들이 제때 발휘해 준다면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전장에 상대의 카드들로 가득 차 위험한 순간에 내가 준비해 뒀던 정리할 수 있는 카드가 아직 드로우되지 않았다면 공격으로 사용했어야 할 카드들이나 아직 쓸 타이밍이 아니었던 카드들을 이용해서 난관을 어떻게든 벗어나야 할 것이다. 아주 비효율적인 비용과 카드를 이용하더라도. 우선 벗어나야 다음 들어올 카드와 다시 한번 공격의 기회를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땜빵으로 미래의 승리 플랜조차도 가질 수 없을지 모른다. 그것을 막아내는 것에 급급할 뿐이다.


게임을 계속하다 보면 어째 상대는 카드가 잘 나와서 적시적소에 전장 위에 올려놓는데 나만 왜 지금 당장 쓰지도 못하는 카드만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속상할 때가 많다. 아 정말..

 1:1 대전이기 때문에 항상 상대는 게임화면 12시 방향에 있는데 12시는 항상 운이 좋다 말한다. 내가 12시가 될 일은 없으니까.


카드가 많다고 유리한 것은 아니다

 2년 전 확장팩에서 "왕자 레나탈"이라는 공용 카드가 추가되었다. 이 카드는 덱을 구성할 때 넣으면 게임 시 사용할 카드가 30장이 아니라 40장이 되고, 내 영웅의 생명력이 30에서 40으로 늘어난다. 딱 보자마자 무조건 써야 유리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왕자 레나탈 카드를 포함한 덱을 구성하여 공유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이다.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30장으로 구성할 때, 같이 못 넣었던 카드들도 욕심 내어 본다.

왕자 레나탈 - 출처 하스스톤 홈페이지

욕심 가득한 카드들로 구성을 하다 보니 정작 필요한 시점에 원하는 카드가 나와줄 확률이 많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40장을 넣었고, 생명력도 10이 더 늘어난 40으로 게임을 진행해도 유리하다기보다는 꽤나 불리한 싸움이 되어버린다. 더 많고 다양한 능력치의 카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관리가 필요해진다. 어쩌면 40장을 어설프게 운영하기보다는 30장으로 탄탄하고 적시적소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40장으로 늘리는 소문에 많은 동요가 있었고, 무조건 좋은 줄만 알았던 것이었다.


한창 삼국지를 좋아했던 시절에 조금은 덜 재밌었던 『사기(史記)』에 나왔던 내용이 기억이 난다. 어떤 배경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지만, 너무 무리한 욕심을 부리는 것에 대한 충고를 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욕심을 그칠 줄 모르면 그 욕심부린 것을 모두 잃고, 만족할 줄 모르면 그 가진 것을 모두 잃는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연결일 수 있으나, 욕심부려 넣은 40장의 덱은 전장에서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운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


한 번에 모든 걸 쏟아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드로우가 뜻하지 않았던 내가 좋은 기회를 잡았던 가능한 모든 카드를 털어 내면 오히려 역공을 맞을 수 있다. 상대방이 아직 정리기(특정 조합으로 필드의 모든 하수인을 정리하거나 공격을 무효화할 수 있는 카드들)를 모두 소진하지 않았다면, 그런 상황을 유도했을 수도 있다.

나의 모든 것을 털어내고 이제 이겼다 하는 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되었을 때, 정말 아득해지면서 분노도 치밀어 오른다. 정말 운이 좋게 상대가 나의 모든 것을 정리하지 못해 이길 수도 있다. 그건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정리기가 없었다면 과감한 판단이 되지만 정리당한다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볼 수 있지 않은가.

나의 모든 행동은 결과로 평가가 된다. 그 과정이 어떠했든 간에.

다른 사람이 그렇게 평가하더라도 나의 노력은 내가 잘 안다. 너무 낙담하거나 분노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게 한번 겪고 나면 조금씩 신중해진다. 어느 정도가 되면 이 녀석 갖고 있을 수 있단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과감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내지 않도록 주의한다. 상대방이 정리기를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되면 모든 걸 쏟아 낼 수 있는 과감함도 필요하다.



운빨게임

이 게임은 운이 많이 작용한다. 동의하는 부분이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자. 카드는 30장 똑같은 하수인이나 마법 카드를 2장씩 넣고 전설 카드를 1~3장 정도 넣는다. 처음 3~4장을 받고 26장 중에 1장 혹은 2장의 조합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똑같은 카드가 2장씩이니까 대략 8~10% 정도 된다. 카드를 뽑을수록 확률은 계속 올라간다. 모수(뽑을 수 있는 총 카드 수)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기댓값을 생각하고 돌려 막기를 하지 않으며, 다음 턴을 기다려 보는 판단(도박)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급할 때 정말 필요한 카드가 들어올 확률은 심리적 0에 가깝다. 게임을 많이 하면 정말 카드 뽑기가 안 되는 경우에 화가 많이 나서 기억이 잘 나는 것이 아닐까? 상대 입장에서 보면 나는 12시에서 플레이하는 사람이니까.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는 방법

이 게임은 게임 진행 중에는 상대방과 채팅을 할 수 없다. 6가지 정도의 감정 표현만 가능하다. 영웅마다 멘트와 목소리가 다른데 이것만 가지고도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다. 상대 혹은 내가 불리하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하는 행동들로 말이다. 마지막 공격만 남은 상태에서 카드를 집어 상대 영웅에게 올려놨다가 다시 빼고 하면 정확히 뭘 하려는지는 모르지만 뭔가 있고 나를 놀린다는 느낌이 든다.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채팅도 되지 않는다. 가끔 그래서 게임이 끝나고 친추를 걸어 수락을 하면 채팅으로 욕을 하고 차단을 해버리는 작자들도 있다. 나도 정말 말도 안 되게 운이 좋아서 상대가 뭘 해보기도 전에 게임을 끝낸 적이 있는데 그게 상대방 입장에서는 아주 짜증이 났나 보다. 친추를 걸길래 수락을 해줬더니 욕을 하더라. 나도 대응하려 했으나 차단을 해버려서 속만 상한 적이 있다. 그 뒤로 친추는 잘 안 받게 되더라.



마무리

하스스톤을 꽤 오랜 시간 동안 즐기다가 어느 순간 이런 운빨망겜 같으니라고! 하며 바로 삭제해 버렸다. 그리곤 오랫동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때도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가 가진 삶이 흘러가는 방식에서 확률과 운이 작용하는 것이나 집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하다 보면 정작 잘해야 할 때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부분들이 닮았다 생각했다. 상대가 운이 좋고 잘하는 것에 내 마음이 휘둘린다면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저 세상 탓만 하게 되는 것 같다. 단지 내가 준비한 것이 지금 당장 쓰기 적합한 카드가 아닐지라도 때와 상황을 분석하고 준비한다면 역전의 날도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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