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혼자 살아가는 중입니다
나는 성당에 다닌다. 하지만 신은 믿지 않는다.
한동안 코로나를 핑계로 안 다니다가 작년부터 다시 나간다.
냉담을 풀기 위해 MZ신부님에게 고해성사를 봤다. 내 죄를 고백했다.
"저는 3년동안 성당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신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신부님의 대답이 궁금했다.
"먼저 다시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 고맙대! 감동적이었다.
"자매님은 종교가 딱 이래야한다,라고 답을 정해 놓으신 것 같습니다...예수님이 말씀하시길~ ~축제처럼 즐기라하셨습니다."
흐음, 힘들어주겠는데 축제처럼 즐기라고? 난 신이 있다는 증거를 보여달란 건데...
내 고민에 답이 전혀 안됐다.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미사는 꼬박꼬박 참석했다. 앉아 있다보면 뭐라도 얻겠지, 싶었다. 하지만 지루했다. 강론이 보편적이었다. 성가는 열심히 불렀다. 노래방에 왔다, 생각했다. 쪼끔 즐거웠다.
탄핵이 가결된 날, 성당에 갔다. MZ신부님이 미사를 집전했다. 신부님의 강론에 귀가 뻥 뚫렸다.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미사 끝에 신부님이 전화로 문자로 욕을 많이 먹고 있지만 탄핵관련해 말을 해야겠다고 했다. 내 뒷자리 아줌마가 "하지 마세요"라고 했다. 신부님이 들었을 욕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 다음주부터 MZ신부님이 접전하는 청년미사에 갔다. 청년들 틈바구니에 있으니 젊어진 기분이었다.
성탄 미사때 MZ신부님이 신자들에게 고해성사를 했다.
"저는 아픕니다. 공황장애, 우울증, 강박장애,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습니다."
헐, 신부님이 대인기피증이란다. 나보고 축체처럼 즐기라더니, 정작 우리 신부님은...
인터넷으로 신부님 이름을 검색했다. 나라 걱정으로 엄청 바빴다. 안쓰러웠다.
새해 첫 미사때 신부님이 선물을 주겠다며 기타를 들고 자작곡을 불렀다.
듣기는 편했으나 오디션 프로에 나갔으면 탈락각이다.
나는 매주 성당에 간다. 신은 믿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MZ신부님은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