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혼자 살아가는 중입니다.
보육교사 대면수업에 갔다. 조별 모의수업을 하는데 교수가 조장을 뽑으라 했다.
20~40대 틈에 끼여 쥐 죽은 듯 조용히 있었다.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데 상복 같은 디자인의 명품을 입은 애가 말을 꺼냈다.
"누가 조장하실래요?"
아, 저것은 질문인가, 지가 하겠단 의사 표시인가? 표정을 보아하니, 난 안 할 거니 니들 중에 하라는 것 같았다.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명품이가 한 사람 한 사람 쳐다보면서 "조장하실래요?" 하고 다시 물었다.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맘 같아선 명품이에게 "조장하실래요?"라고 역으로 묻고 싶었으나 괜히 나섰다가 역풍(?)을 맞을 것 같아 꾹 참았다.
명품이의 조장 뽑기 노력은 계속되었다.
"토론 수업 때 찬성하신 분?"
명품이를 포함한 총 4명이 손을 들었다. 반대한 사람은 나와 내 짝꿍 둘 뿐이었다.
"반대하신 두 분 중에 한 분이 하시면 되겠네요.
난 고개를 저었다. 내 짝꿍도 고개를 저었다. 명품이 지멋대로 기준을 정하는 게 기분 나빴다. 왜, 반대에서 뽑아야 하나? 찬성에서 뽑을 수도 있지 않나?
물론 누군가 나서서 조장을 뽑긴 뽑아야 한다. 그럼 명품이는 "누가 조장하실래요?"가 아니라 "조장을 어떻게 뽑을까요?"라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먼저 물었어야했다. 매사에 타인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저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는지, 저런 애랑 일하는 회사 동료는 얼마나 피곤할까, 싶었다.
내 짝꿍이 노트에 뭔가를 적고 있자 명품이가 "필기 하시는 거 보니 조장하셔야겠네요."라고 했다. 내 짝꿍은 아무 말도 않은 채 계속 뭔가를 적었다. 그 사이 다른 조는 조장을 다 뽑았다. 명품이는 초조했는지, 내 짝꿍을 계속 들볶았다.
"이렇게 열심히 적는데 그냥 조장하시죠?“
내 짝꿍의 얼굴이 잠깐 굳어지더니 "그럼 내가 조장을 하지요."라고 했다. 명품이는 자기 할 일을 다했다는듯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명품이 같은 학부모를 만날까 봐 보육교사 일은 죽었다 깨나도 못할 것 같다. 지극히 지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간치고 제대로 된 인간을 못 봤다.
아동센터에서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를 보면 그 아이의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궁금하다. 쟤 부모는 자식의 저런 행동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아니, 지 자식의 행동이 문제란 생각을 하긴 할까?
아이가 예의가 없는 건 부모한테서 못 배웠기 때문이다. 아니면 예의 없음을 부모에게서 배웠거나. 그러니 아이의 잘못은 예의를 안 가르친 부모 잘못이다. 아이는 죄가 없다.
늙으나 젊으나 지들밖에 모르는 인간을 보면 심신이 피곤하다. 지하철에서 자기 먼저 타겠다고 앞사람 밀치고 들어오는 노인이나 자기 생각이 맞으니 무조건 따르라는 이기적인 중년이나, 나 편하면 그만이라고 남에게 떠 넘기는 요즘 애나.
배려심 없는 건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인성'의 문제다. 그래서 난 하루에도 열두 번씩 속으로 되뇐다.
곱게 늙자! 곱게 늙자! 곱게 늙자!